내달 시행에 ‘제주농가 분통’
“산지여건 미비·비용 상승 부담”
국회 찾아 어려움 호소 불구
서울농식품공사는 “계획대로”


9월부터 시행되는 가락시장 양배추 하차거래를 두고 제주 지역 양배추 생산농가를 비롯해 지역 농협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지난 2일 국회를 찾아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시행 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공사는 9월부터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양배추의 하차거래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육지 물량을 시작으로 오는 12월에는 제주에서 출하되는 월동 양배추의 하차거래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 대해 제주 지역 양배추 생산 농가들과 지역 농협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제주 지역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전형적인 밀어붙이기식 탁상행정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우선 현재 제주 지역은 양배추 하차거래를 할 정도로 산지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공사가 제주 월동무의 하차거래 시행이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양배추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제주 지역의 현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월동무의 경우 세척작업을 위해 유통시설이나 집하시설로 물량이 모여 기존 PE마대에서 상자로 전환하면 돼 상대적으로 하차거래 준비가 용이했지만 양배추는 사실상 이러한 시설이나 장비가 완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밭에서 팰릿 작업을 할 수 없다 보니 수확을 한 후 별도의 공간이나 집하시설로 양배추를 옮겨 팰릿에 담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 같은 유통시설이나 공간이 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팰릿 작업에 따른 추가 작업비 비용이나 운송비의 부담을 고스란히 농가들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도 하차거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 농가들과 농협에 따르면 현재 제주에서 1일 작업 인원 5명을 기준으로 양배추를 작업하면 1600망까지 가능하다. 이에 따르는 작업비는 약 92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하차거래를 위해 자동화물로 출하할 경우 같은 조건에서 하루 800망까지로 작업량이 크게 떨어진다. 같은 물량을 작업하려면 인건비가 추가로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팰릿으로 출하를 하게 되면 컨테이너에 실을 수 있는 적재 효율도 떨어져 물류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제주 지역 농가들의 주장이다. 기존 망 작업을 할 때는 1컨테이너에 400망을 실을 수 있지만 팰릿으로 출하하면 많게는 절반 가까이 적재 물량이 줄어들면서 물류비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물류비 추가 부담을 고스란히 농가들이 떠안아야 할 처지가 된다.

이에 제주 지역에서는 양배추 하차거래를 두고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 제도 시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모의실험, 일명 시뮬레이션이라도 해 보고 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시공사는 제주 지역 양배추 하차거래는 9월 육지에서 생산되는 양배추의 하차거래 상황을 지켜보면서 지역 농가들과 협의를 하겠다는 계획으로, 시행 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주 지역 농협의 관계자는 “지난 2일 오영훈 국회의원을 찾아 어려움을 얘기하고, 협의도 했지만 서울시공사는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월동무 하차거래도 어렵게 시행이 됐는데 양배추는 월동무에 비해 훨씬 더 어려운 실정이어서 월동무와 비교하면 안 된다. 제주 양배추 하차거래가 왜 어려운지 모의실험이라도 해 보자는데 이러한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공사 관계자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현재 하차거래 연기 계획은 없다”며 “제주는 시행 예정인 12월까지 시간이 있어 육지의 하차거래 시행을 하면서 남은 기간 동안 제주 농가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육지 물량에서 나타난 문제를 반영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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