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화천군에서 생산된 애호박이 산지에서 폐기되고 있다. 화천군은 농가 경영안정을 위해 애호박 1상자당 4000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 폭염이 이어지면서 고추와 들깨, 생각 등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전북 김제 지역의 한 고추밭 모습으로, 고추와 고춧잎이 누렇게 말라비틀어져 있다.


강원 화천 애호박농가
전년비 가격 1/3도 못미쳐
1만5000상자 산지폐기

가축폐사·농작물 일소피해 확산
물·영양제 지속 공급에
평년보다 생산비용 최소 30%↑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농가들이 가격 폭락으로 산지폐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또 한 번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7∼8월 전국에 유통되는 애호박 물량의 70%를 생산하는 강원도 화천군은 지난달 27일 폭락하는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일정량을 산지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3∼25일 가락동도매시장에서 화천 애호박은 경매 낙찰가 기준 8㎏ 1상자가 최하 1000원까지 폭락하면서 평균 2832원에 거래됐다. 기본생산비와 박스 등 출하비용을 감안하면 1상자에 최소한 5000원은 유지돼야 한다. 매년 350개 농가 210㏊에서 6000톤 정도 생산되는 이 지역 애호박은 지난해 평균 1상자 당 9000원 정도의 시세를 유지했다.

가격폭락의 원인은 애호박의 특성상 적게 내린 비와 풍부한 일조량으로 생산량은 크게 증가했으나, 기록적인 폭염과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화천군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 화천군은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한 지원조례'에 따라 폐기 농가에 1상자 당 4000원을 지원하며 최대 1만5000상자를 폐기할 계획이다. 

산지 폐기를 선택한 송찬수(58) 씨는 “지금 이 상태로 시장에 출하하면 모든 농가가 다 죽는다”며 “생산이 풍년이면 가격이 흉년이고, 가격이 풍년이면 팔 물건이 없는 농산물가격 구조를 개선해 안정적인 농업인소득이 보장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반대로 고랭지배추농가들은 폭염과 사투를 벌이며 농산물을 지키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가뭄과 폭염이 계속되면 사흘에 한 번씩은 물과 영양제를 배추밭에 뿌려야하기 때문에 평년보다 생산비용이 최소한 30% 증가한다고 농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평년보다 가격이 조금 올라도 생산비 증가와 생산량 감소로 전체적인 농가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흉년에 의한 소비자가격 상승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가 괴롭다는 것이다.

10만3000㎡ 규모의 고랭지배추를 경작하는 최흥식 한농연태백시회장은 “기후변화로 폭염이 반복되면서 고랭지배추 생산여건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수급조절용 방출과 수입 등 단순한 수급조절보다는 근본적인 생산안정대책을 마련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지속되는 폭염과 가뭄으로 농축산물 피해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74만여 마리의 가축폐사와 함께 일소피해(햇볕데임) 등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사과 주산지인 무주와 장수 지역에서 15.3ha의 사과 일소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생강과 들게, 고추 등 농작물 피해도 계속 확산하는 상태다.

화천·태백·전주=백종운 양민철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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