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에게 ‘수출=어렵다’는 의미로 통한다.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수출시장 상황에도 밝아야 한다. 고민도 많고 애로사항도 많다. 수출을 통해 단기간에 성과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그래서 정부에 하고픈 말도 많다. 말할 기회가 있으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간다.

지난달 농식품 수출품목별 대표자들이 참석한 ‘2018 농산물 수출검역 간담회’도 농민들이 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검역정책 등을 총괄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주관하는 간담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30여명이 참석한 간담회는 약 2시간 만에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절반 가까운 시간은 정부의 정책 설명을 듣는데 할애됐다. 참석자들은 품목별 검역에 대한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30여명이 참석한 것을 감안한다면 1인당 2~3분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농민 A씨는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왕복 5~6시간을 길에 버리면서도 간담회를 찾았다”며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에 건의사항을 전달해도 그에 대한 피드백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A씨는 “수 년째 같은 건의사항을 전달했지만 변한 것도 없고 정부의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형식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농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농민들이 더욱 화가 나는 이유는 자신들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정부 기관의 행사에는 농민들의 참석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의 한 농민은 “수출준비로 한창 바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농업기술박람회에 이틀 연속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었다”며 “우리들의 목소리를 잘 듣지 않는 정부가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농민을 인원 동원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한다.

“농민들의 이야기만 들어줘도 불만이 다소 해소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작 들어줘야 할 사람들은 우리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는 농민들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농민들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들어주는 공무원을 찾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가.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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