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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팔당 유기농 강변에서
   

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 

‘한강수계 수질오염 주범’ 누명 쓰고
하천변 유기농단지 철거 아픈기억
퍼머컬쳐 생태학습농원으로 거듭나길


보통 샐러드 드레싱 식초의 대명사로 이탈리아 모데나의 발사믹 식초를 꼽는다. 유기농 포도즙을 20년 전후로 숙성해 만든다고 한다. 작년에 필자가 발사믹 식초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곳 방명록을 펼치자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문 소감이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유기농 발전에 대한 염원과 절절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는데, 순간 반가움과 부끄러움이 겹쳐져 누가 볼까봐 얼른 덮어 버렸다. 그분은 2011년 제17회 남양주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조직위원장으로서 2008년 제16회 개최지였던 이곳까지 힘든 출장을 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명박의 대권 프로젝트였던 청계천 복원사업을 복기해 보면서 한강수계 유기농 그림을 그렸을까? 남양주 세계유기농대회가 끝나고, 결국 4대강 사업은 강행됐고, 팔당지역 하천변 점용 유기농지도 자전거 타는 공원으로 바뀌고 말았다.

팔당 유기농 단지는 양평군 두물머리, 강 건너 남양주시 북한강변 진중리·송촌리 등지를 말한다. 그곳은 1970년대 초에 팔당호가 생기고 상수원보호구역이 되면서 생겨난 쌍생아인 셈이다. 중앙선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운길산역 아래 그 아름다운 강변. 최근 다시 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팔당생명살림 생협은 자리하고 있었지만, 주변 환경에 어울리지 않게 철로 된 아치 다리가 주인노릇을 하고 있었다. 하천변 유기농장 폐기 때 살아남은 민유지 유기농가들은 도시의 체험 손님맞이에 지난 아픈 추억을 잠시 잊은 듯 했다.

필자는 2010년에 4대강사업으로 폐기될 처지에 놓인 남양주시 진중리·송촌리 일대 하천변 유기농단지를 철거하지 말고 그 대안으로 ‘퍼머컬쳐 생태학습공원’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바 있다. 당시 급박한 상황에서 나온 절충안이었다. 농업의 ‘농’자도 쓰기를 꺼려하는 당시 분위기 때문에 농원대신 공원으로 한 것이다. 그 뒤 양평군 두물머리 지역은 생태학습장이라는 대안을 마련해 정부와 주민들이 합의하기도 했다. 퍼머컬쳐(permaculture)란 생태순환적 유기농업을 기반산업으로 해 마을 경관과 풍수가 생태적으로 잘 조화를 이루도록 해 영구적인 농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유기농업 유형을 말한다. 유기농지를 둘러 싼 다양한 생태적·문화적 요소들, 즉 소하천과 강, 습지와 바이오 톱, 연꽃 군락, 산과 계곡, 작은 마을 숲, 주택과 문화시설, 철새 체류지 등을 조화시킨 총체적 마을공동체 체계인 것이다.

수도권 근교의 대규모 시설농업단지는 장기적으로 한강수계의 하천뿐만 아니라 지하수 오염도 심화시킬 것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 당시에 엉뚱하게도 유기농업용 퇴비를 쓰는 유기농업이 한강수계 수질오염의 주범이라는 논리로 하천변 유기농지를 철거했다. 개발이 환경을 발로 걷어 찬 형국이다. 유기질 퇴비(축분퇴비 등) 또는 유기질 비료는 유기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다. 팔당 유기농 단지와 한강 상류의 고밀도·고투입 관행농업에서 쓰는 유기질 축분퇴비를 똑같이 취급하다니. 상수원보호지역의 경우 여러 규제로 개발행위를 할 수 없고, 사유권 행사도 제한된다. 그래서 정부는 이 지역에 한강수계기금을 지원해 보상했고, 이에 따라 양평군 등은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해 제초제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유기농업을 한강 오염의 주범이라고 하면, 이런 논리적 비약에 초등학생도 웃을 일이다.

독일의 한 지방에 보덴제 호수가 있다. 여기에 있는 ‘마이나우 꽃 섬’으로 유명한 생태관광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호수는 상수원인데, 1970년대에 화학공장 폐수 누출사고로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EU(유럽연합)에서 지속가능한 환경경영을 통해 환경성과를 내는 기업임을 인증해 주는 ‘생태경영감사계획(EMAS, Eco-Management and Audit Scheme)’을 경영이념으로 삼는 한 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화석에너지 및 자원투입 절감과 환경위해물질 배출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EU의 ‘생태경영감사계획’은 EU집행위원회에서 1993년에 개발한 환경성과 달성을 위한 규제 프로그램이다. 환경경영인증제도인 ‘ISO 14001’보다 훨씬 강화된 것이다. 녹조도 없고 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가 없다고 동네 어부들이 불평할 정도다. 유기농 과수농업, 각종 꽃과 큰 나무로 이뤄진 조경, 폐목재 팰릿을 재활용해 전기와 온수 및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EU에서는 호수 상류의 농가가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면 직접지불금을 지원한다. 매년 6%씩 유기농으로 전환한다고 한다. 호수의 물을 ‘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식품’으로 본다고 그 회사 직원은 설명했다.

상수원에서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고투입하는 관행농업을 하고, 대규모 시설농업을 확대하고, 내수면 관광 리조트를 개발하면 어떻게 될까? 수변공원에서 사용하는 각종 화학농약은 또 어떤가? 수질 관리와 생태계 보전을 장담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지방선거 때 한 광역단체장 후보는 지역의 호수에 종합 마리나 리조트 개발을 경제분야 핵심공약 1호로 내 세웠으나 낙선하고 말았다.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내수면 관광지 개발정책에 편승한 듯 보인다. 각 지자체는 내수면 중 상수원이자 습지이고 환경민감지역인 경우에는 이를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 하천변 유기농업은 자전거도로나 수변공원 이상으로 공익적 가치가 크다. 그러므로 이들 지역부터 농업환경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팔당 유기농 단지의 복원 또는 재생을 통해 그 일대가 ‘퍼머컬쳐 생태학습농원’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세계유기농대회를 치르고도 4대강 사업에 찬동해 그 상징이었던 팔당 유기농 단지 철거를 용인했던 한 도백의 좌충우돌 정치역정을 지금 막 임기를 시작한 각 지자체의 장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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