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담합 결정을 두고 말들이 많다. 담합으로 지목된 도매법인들은 줄곧 “담합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공정위의 의결서, 이른바 결정문이 나오면 검토 후 소송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반대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시장 출하자와 시장관리운영위원들을 대상으로 벌써부터 거래제도가 포함된 도매법인 경쟁 촉진 방안을 설명했다.

공정위의 의결서는 이번 달 중순경에 발표될 예정으로 있다. 여기에는 담합 결정의 배경이나 최종 과징금의 규모가 담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도매법인들은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담합이라는 불명예는 도매법인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 전까지는 그대로 유지된다. 당장 산지에서는 그동안 도매법인에 이른바 유리한 입장을 가졌던 출하자들 조차 ‘그럴 수가 있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결국 공정위의 담합 결정은 소송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긴 시간 동안 가져야 하는 불명예고, 도매법인을 속박하는 굴레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매법인들은 꽤 오래 걸릴 소송 결과를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 신뢰는 얻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이 신뢰가 산지에서 금이 가고 있다면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매법인 스스로가 앞으로 무엇을 잘 할 것이며, 도매시장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 증명하고 선언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이는 외부의 변화와 요구가 있기 전에 도매법인 내부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여러 이슈에서 도매법인들이 수동적으로 움직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해결이 됐고, 일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도매법인들이 이제 더 이상 외부의 변화 요구에 휘둘리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금이 가기 시작한 산지의 신뢰를 더 잃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민 농업부 유통팀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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