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위한 비상벨·CCTV 설치 확대
무릎 높이 키 낮은 가로등도 필요
서로의 문화적 다양성 존중 노력도


귀농·귀촌 인구가 5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특히 40세 미만 젊은 귀농가구와 여성 귀농가구주 비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다. 물론 이중 대부분은 귀촌가구에 속하지만 어쨌든 누군가의 말처럼 ‘돌아오는 또는 찾아오는 농산어촌’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요즘 여성 귀농자들을 보면서 세삼 격세지감을 느낀다. 80년대 초반 농활을 갔을 때 여자가 정지문(부엌문)으로 출입하지 않고 안방문을 열고 들락거렸다고 삐져서 말도 안하시던 동네 어르신, 딸기하우스에 딸기재배 기술을 배우러 가서 수입개방에 대해 비판했더니 이상한 여자가 와서 동네 빨갱이 만든다고 간첩신고를 당하기도 했던 시절에는 여자 혼자서 농촌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걱정은 여전하다. 농어촌 지역의 치안이나 방범이 결코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농촌마을의 안전시스템 구축이 중요한 이유는 결코 여성 혼자 귀농한 가구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독거노인들이 증가한다는 것은 ‘안부’가 생존이고 건강이나 생활에 비상상황의 발생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방범 및 안전을 위한 비상벨(응급벨)의 보급 및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적절한 위치에 CCTV의 설치도 필수이다. 물론 과도한 시설은 인권침해 관련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여성 혼자 살아가는 가구의 증가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안전에 대한 인식은 도시와 농촌 거주자 간에 격차가 크게 나타난다. 몇 해 전 휴양림의 민박촌에서 동아리 선후배 모임이 있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나는 맥주 한잔에 구석지에서 잠이 들었고 한밤중 깨어보니 모두가 창문을 열고 자고 있었다. 놀라서 문단속을 하고 다시 잤는데 다음날 아침 “누가 더워 죽겠는데 문 닫았냐”고 비난이 빗발쳤다. 대부분 농촌지역에서 사는 후배들은 문단속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뿐 아니라, 더욱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문단속이 뭐냐고 나더러 겁쟁이라고 놀렸다. 오랜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나는 겁쟁이 일뿐 아니라 낯선 것에 대해서는 차단하는 속성이 베어있었던 것이다.

안전감수성은 농촌지역과 도시지역 거주지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날마다 현란한 불빛에 밝은 대낮처럼 살아온 도시인들은 어둠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로등 설치를 둘러싸고 종종 관공서와 불편함도 있다. 길거리 버스정류장이나 마을어귀 가로등을 요구하는 귀농 또는 여성들과 농작물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마을민들의 의견충돌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키 낮은 가로등을 하면 된다. 요즘 무릎 높이의 LED 등을 설치하면 정류장은 환하고 작물에 영향을 주지 않아도 된다. 다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뿐이다.

발상의 전환은 시설이나 장치만이 아니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동화책 에서 마녀는 늘 계모이다. 즉 나쁜 사람=여성=계모=이방인으로 등식화 되어 있는 동화는 우리의 의식에 뿌리부터 외부에 대해 배타적인 관성을 갖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백설공주나 콩쥐 팥쥐의 동화처럼 이방인에 대한 배타성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외부자를 받아들이는 생각의 전환도 필요할 것이다. 외부자에 대해 조금은 개방적이고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내 것, 우리 것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너의 것을 보아 넘겨주는 아량도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외부자들은 기존의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21세기는 문화 다양성이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고, 공감능력이 삶을 변화시키는 힘으로 여겨지고 있다. 격변하는 도시가 아니라 농촌마을에서 이제는 문화 다양성을 존중하고 주민들의 공감능력을 상생을 위한 동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감의 첫 단계는 존중이다. 존중받고 싶으면 타인을 먼저 존중하는 삶의 상식을 잘 지켜야 할 것이다. 어쨌든 둥지를 찾아든 외부인들을 마을 내에 뿌리내리고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 물리적 안전망의 구축을 시행하고 농촌마을의 가부장적 인식을 개선하여 젊은 여성들이 보다 많이 농촌지역으로 눈을 돌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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