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본검사 물량 많은 데다 봉지씌우기 규정 불합리…농가 수출 발목

 

지난해 수출액 전년비 65.7% ↑
올해도 상승세 기대 불구

항공화물 화물별 10% 이상
선박화물 2%, 최소 600송이 명시
농가 수십~수백만원 지출 울상

송이마다 익는 속도 다른
샤인머스캣·거봉의 경우
투명창 봉지 사용하거나
가온하우스 재배 경영비 ‘가중’


지난해 포도 수출액은 849만101달러(신선 포도 기준)로 512만2906달러였던 2016년 보다 65.7% 증가했다. 지난해 농림수산식품 수출 증가율이 5.6%인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율이다. 주요 농림수산식품 수출품목 중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대비 50% 이상 증가율을 보인 품목은 포도가 유일하다. 그래서 포도는 올해 수출이 기대되는 품목 중 하나다.

이처럼 올해 포도 수출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만 한국 정부가 포도 수출 대상국과 체결한 검역 협정 내에 농가들에게 불합리한 규정이 많아 오히려 수출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출할수록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보는 포도 수출 관련 검역 협정의 문제점을 정리했다.

▲농가 부담 큰 표본 검사 물량=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6월 28일 품목별 수출협의회 대표 등을 대상으로 ‘2018 농산물 수출검역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밝힌 ‘2018 식물검역제도 및 신선 농산물 수출검역요건’에 따르면 중국으로 수출되는 포도는 검사단위별로 표본을 채취해 검역을 실시한다. 세부적으로 항공화물의 경우 각 화물별 10% 이상, 선박화물의 경우 각 화물별 2% 이상, 최소 600개 포도송이를 검사한다고 명시돼있다.

농가들은 검역을 이유로 검사하는 샘플이 너무 많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샤인머스캣 포도가 항공화물로 수출된다고 가정하면 1팔레트에 2㎏ 크기의 상자가 약 60~80개 담긴다. 2㎏ 상자당 약 4만4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1팔레트당 금액은 264만~352만원. 이중 10%인 26만~35만원을 농가가 검역을 이유로 무조건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 600송이를 검사하는 선박화물도 농가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 충남 천안의 포도농가 A씨는 “검역과정이 이뤄진 포도는 유통이 불가피하다”고 전제하고 “600송이라는 기준이 1송이당 무게를 500g이라고 가정하면 300㎏에 달한다. 1㎏당 샤인머스캣 2만원, 거봉 1만원이라고 책정할 경우 각각 600만원, 300만원 상당의 포도를 검역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북 상주의 샤인머스캣 포도를 재배하는 B씨도 “중국 검역당국이 한국산 포도의 수출을 막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규정 내에서 검역 물량을 늘리면 된다”며 “과연 농가 부담이 큰 검역 물량이 계속 늘어난다면 어떤 농가가 많은 손해를 감수하며 중국에 수출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경영 부담 주는 봉지 씌우기 규정=중국 수출을 위한 포도 수출검역요건에는 ‘중국 수출용 포도는 봉지를 씌워 재배돼야 하며 수확이 완료돼 선과장에 반입될 때까지 파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봉지는 병충해에 대한 방제가 목적이다. 그래서 병해충 유입을 우려하는 수출대상국이 봉지 씌우기를 검역 요건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농가들은 중국과 체결한 봉지 씌우기 규정이 캠벨얼리 포도에만 적합할 뿐 샤인머스캣 포도와 거봉 포도와는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황의창 한국포도회장은 “캠벨얼리는 한 나무에서 동시에 익어가기 때문에 한 송이만 확인하면 전체 수확이 가능하지만 샤인머스캣과 거봉은 하나의 나무에서도 송이마다 익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봉지를 씌울 경우 포도의 수확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농가들은 검역규정을 맞추기 위해 투명한 창의 봉지를 씌우거나 가온하우스에서 재배해 수확시기를 앞당기고 있지만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고 농가들은 주장한다. 천안의 포도농가 A씨는 “일반 봉지는 개당 22원이지만 투명한 창이 있는 봉지는 개당 52원으로 두 배 이상 비싸다”며 “그나마 수출되면 다행이지만 지난해 사드 여파처럼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수출길이 막힌다면 농가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황 회장은 “봉지 씌우기 규정으로 인해 일부 농가들이 보일러를 떼는 등 가온하우스에서 포도를 재배하지만 경영 부담이 크다”며 “검역 협정을 체결할 때 여러 포도 품종의 재배여건을 감안했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반영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검역본부 측은 “샘플링 검사에 대해서는 한국과 중국 정부 간 서로 협의를 통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