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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 20년 후
   

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

농업부문 최대 화두는 ‘지방소멸’
4차 산업혁명·기후변화로 위기 가속
생태·유기농업으로 가야 지속가능


올해는 친환경농업 원년 선포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뜻깊은 해에 1976년 최초의 민간 유기농업단체인 정농회 창립 회장이셨던 오재길 선생이 지난 3월에 영면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연결해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1993년 유기농산물 품질인증 및 표시제, 1994년에 농림수산부에 환경농업과 개설, 정부와 민간의 협력 결실로 1997년 12월 ‘친환경농업육성법’이 제정됐다. 마침내 1998년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당시 김성훈 농림부 장관이 1998년을 ‘친환경농업 원년의 해’로 선포했다. 농업환경 보전과 건강한 먹거리 생산을 위한 농정전환의 큰 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2000년에는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을 ‘위로부터’ 추진했다. 초기 10년은 ‘개발에서 환경으로’의 정책에 따라 친환경농업은 급속한 양적 성장을 이뤘다. 그러다가 국제금융위기, FTA 확산, 4대강 사업, ICT 중심의 정책 등 ‘환경에서 개발로’의 정책 전환에 따라 최근 10년간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철학적으로나 운동적으로 정체되고 혼돈상태를 보였다.

지난해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1년이 지났다. 친환경농업 육성에 대해 많은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농업육성에 대한 철학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가축 전염병을 뒤쫓느라 허둥지둥한 것 외에는 특별한 게 없을 정도이다. 한편에서는 농업환경관리에 관심을 보이면서 또 한편에서는 스마트팜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농업부문의 최대 화두는 ‘지방소멸’ 위기로 축약할 수 있다. 머지않아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농산촌이 공동화될 처지인 것이다. 고령 노동력과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해 근근이 농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20년 후, 친환경농업은 어떻게 될까? 현재의 농업체계를 바꿀 위협요인이자 기회요인이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농업부문에서의 제4차 산업혁명 전개이다. 농업생산은 빅 데이터에 기반하게 될 것이다. 기후분석 및 농업환경에 맞게 생산량 결정, 생육조절, 파종 및 수확, 스마트팜, 수직 식물공장, 자율주행 농기계 및 로봇, 농업용 드론, 자동 토양분석, 사물인터넷을 통한 농장관리 등이 그 예이다. 유통은 빅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시장분석, 산지 직거래 유통 시스템 강화, 수확량 정보, 드론 배송 등이 이뤄질 것이다. 농산촌 관광도 숙박의 스마트 예약, 소셜 네트워크 기반으로 공유경제가 이뤄질 수 있다. 소비는 온라인 및 모바일 실시간 쌍방향 스마트 주문이 활발해 질 것이다. 스마트팜이 활성화되고, 정부는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업에 적용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농촌사회는 지능정보격차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고, 지역공동체 기능이 크게 약화될 수도 있다.

둘째, 기후변화이다. 유기농업은 온실가스 감축에 20~25% 더 기여하고, 유기농업 토양의 탄소저장능력 역시 관행농업에 비해 우월하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지금의 대규모 공장식 축산을 소규모 순환농업 유기축산으로 전환해야 한다. 축산식품의 식량가치에 비해 환경가치의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화학비료, 가축의 장내 발효 메탄가스, 축분뇨 처리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등이 큰 문제이다. 저탄소농업 인증, 저엔트로피 농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요컨대, 앞으로의 20년 후의 농업은 크게 스마트팜과 같은 자본집약적 디지털농업으로 발전하는 길과 생태·유기농업으로 발전하는 두 가지 경로로 양분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관행농업은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를 고려해 앞으로 친환경농업이 가야할 20년 후를 상상하면서 우리가 혁신해야 할 것을 간추려 본다.

첫째, 생태·유기농업의 본질적 가치를 더욱 심도 있게 이해하고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이라는 용어도 유기농업, 나아가 생태농업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 정책기조를 시장과 소득 지향 농업에서 생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중심으로 바꿔 가야한다. 물론 여기에는 농업인의 기본소득 보장을 위한 지속 직불제의 시행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농민은 생태지킴이 또는 생태해설사로서의 직분을 수행해야 한다. 셋째, 농업 패러다임의 파괴적 전환이다. 관행농업 중 대규모 농업 이외의 부문은 유기농업, 생태농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식량안보의 보루인 쌀농사를 대폭 유기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지역공동체와 협동하는 지역농업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지역단위의 순환유기농업을 위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소규모의 순환농업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역 내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동 로컬푸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식량자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생태적 순환농업을 기반으로 제4차 산업혁명 기술, 기후변화 대응기술을 응용 또는 융복합해 ‘온고지신’의 생태농업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전통적 유기농업에 일부 스마트화를 비롯한 노동력 대체기술의 적용, 유통과 생산자·소비자 관계에서의 소셜 네트워크 강화, 기후변화 대응 유기농업기술 및 작목의 발굴이 필요하다.

농업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노동력 대체기술로 생산성 향상, 환경오염의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에 일부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의 단작화·자본화, 인간의 삶의 가치 경시, 지방소멸과 공동체 붕괴의 가속화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20년 후, 기후변화시대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기농업, 생태농업이 그 대안 중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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