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계 거센 반발

현장과 소통없이 일방적 결정
일반종자 사용때 기관 2곳에
확인받는 등 현실성 없어

지난달 말 농관원장 만나
‘사과·재발방지책 마련’ 촉구
정부 보완책 따라 ‘투쟁’ 예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친환경 인증취소 사유를 골자로 한 새 지침을 통보한 데 대해 친환경농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현장과 소통없이 결정된 사안인데다, 현실성이 없는 조치로서, 친환경 농업인들을 범법자로 취급하는 지침이라는 주장을 펴며, 이들은 향후 기자회견을 비롯한 강력한 대응 투쟁도 진행할 것을 예고했다.

농관원은 최근 친환경 인증취소를 둘러싼 두 개의 지침을 인증기관에 연달아 시달했다. ‘종자(묘)의 인증심사 및 사후관리 지침’(4월 2일)과 ‘인증포기자의 인증취소 처분 지침’(5월 23일)으로, 두 지침 모두 친환경 인증취소 처분사유를 제시하고 있다. 친환경농업계는 이 지침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이의제기를 하고 나섰다. 친환경농업계는 “두 지침은 친환경농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전에 현장과의 충분한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정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종자(묘)의 인증심사 및 사후관리 지침’을 두고 친환경농업계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친환경농가가 일반종자를 사용할 때는 농업기술센터, 국립종자원, 종자회사, 인증사업자(3개소) 중 2개 기관 이상에서 유기(무농약) 종자나 유기합성농약으로 처리되지 않은 종자를 구입할 수 없음을 확인받아야 하고, 이를 영농일지에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인증취소를 하겠다는 것. 친환경농업계는 “우리나라엔 식량작물 외엔 유기종자가 없고, 정부에서도 유기종자 개발의지가 없는 현실에서 안해도 되는 확인을 받고 영농일지를 굳이 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친환경농가들은 직접 친환경자재로 방제를 하며 종자를 사용하는 노력은 무시된 채 자료를 위한 자료로 친환경농가에게 불필요한 짐을 지우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더욱이 기술센터나 종자원은 식량종자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일반종자의 공급 여부를 확인해 주기 어렵고, 지침대로라면 관련기관들이 농가들로부터 수만통의 문의전화를 받고 확인해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또, 친환경농업계는 ‘인증포기자의 인증취소 처분 지침’에도 불만을 표출했다. 친환경농가를 예비범법자로 간주하는 우를 여전히 범하고 있다는 문제 때문이다. ‘인증포기자의 인증취소 처분 지침’에는 인증취소 처분의 예외사유를 검토한 결과가 담겨있는데, 향후 재배·사육과정에서 인증기준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자진포기를 하는 경우, 인증품을 생산했지만 판매처 확보가 어렵고 가격보상이 낮아 이득이 없어 자진포기를 하는 경우 등은 인증취소 처분의 예외사유로 해달라는 현장의 제안은 결국 수용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친환경농업계는 “과도한 해석조치이며, 친환경농가가 양심에 따라 인증을 포기하고, 판로가 어려워 인증을 포기하는 농가에게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위법을 했을 때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지 본인이 자진해서 인증을 포기하는 조치에 인증취소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게다가 이렇게 인증취소라는 행정처분을 받은 농가는 1~2년간 인증신청을 못하게 되는데, 이는 친환경 농가를 예비범법자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어렵게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는 농가들의 실천 의지를 무력화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환경농업계는 5월 29일 조재호 농관원장을 만나, ‘일방적 조치를 취한 것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 ‘친환경농업 실천농가를 예비범법자 취급하는 각종 지침을 철회할 것’ 등을 촉구했다. 현재 친환경농업계는 이 같은 사안들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대외투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친환경농가를 지도하고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한데, 지금은 법만을 위주로 친환경농가의 인증취소를 확대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조만간 보완책을 제시한다고 한 만큼 이 결과에 따라 친환경농업계의 강력한 대응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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