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익산시 오산면 우리밀 재배단지에서 익산시우리밀영농조합법인 김상매 대표와 안성환 총무가 겉말라 알갱이가 없는 밀을 보여주고 있다.

전북 익산시 오산면 일대
봄 생장시기 잦은 비로
알맹이 제대로 여물지 못해
수확량 60~70% 줄 듯


올해 이상기후로 밀·보리 등 맥류 작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 봄 눈에 이어 잦은 비로 인한 습해는 밀과 보리 등 맥류 수확량에 치명타를 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재배 농가들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60~70%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달 29일 찾은 전북 익산시 오산면 우리밀 재배 단지. 수확을 10여일 앞두고 우리밀 재배 단지는 먼발치에서부터 누렇게 익은 밀이 넘실댔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겉마른 밀이 대부분이었다.

겉마른 밀의 이삭 1개를 떼어 문질러 보니, 실제 알맹이는 1∼2개 정도에 그치고 모두 빈 깎지만 나와 심각한 수준이다. 말라가는 밀을 보며 재배농가들은 깊은 시름에 잠겨있다.

전북 익산시 오산면에서 밀을 재배(약 13만2000㎡)하는 김상매(63·익산시우리밀영농조합법인 대표)씨는 밀의 생장 시기인 봄철에 일주일이 멀다하고 비가 자주 내리는 바람에 밀밭에 습해를 입혔다고 한다. 이로 인해 뿌리가 썩고 약해져 영양분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밀이 제대로 생장하지 못해 알맹이가 제대로 여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여문 알맹이들도 껍질을 까보니 튼실하지 못해 상품성이 떨어져 보였다. 한 해 농사를 모두 망쳤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같은 밀 흉작에 재배농민들의 가슴은 타들어만 간다. 15년째 밀농사를 하는 안성환(43·익산시우리밀영농조합법인 총무)씨는 “이 지역은 벼와 밀 이모작으로 소득을 올리는 데 올해는 밀 습해 피해로 인해 소득은 아예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이라며 “앞으로 밀 재배 대신 다른 작물을 고려해 봐야겠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익산시우리밀영농조합법인에서는 60농가가 250ha에서 밀을 재배 전남 구례밀가공공장에 40kg짜리 2만포대를 납품할 예정이었으나, 이 같은 수확량 감소와 상품성 저하로 공급에 막대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에서 만난 밀 재배 농가들은 “수확을 10여일 정도 남긴 상태에서 하늘만 바라보고 좋은 날씨만을 기원하고 있다”면서 “지금 심정은 속 시원히 밀밭을 갈아엎는 것이 낫지만 앞으로 농가들과 심사숙고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상황에 따라선 재배농가들이 밀밭을 모두 갈아엎을 수도 있는 상태다.

이 지역 밀재배 농가들은 봄철 눈과 고온, 잦은 비 등 이상기후로 인해 밀 생장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올해 밀농사를 망친 만큼 정부의 피해 대책 마련이 절실함을 호소했다.

익산=양민철 기자 yangmc@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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