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권 절화 농민들이 영남화훼원협 공판장에서 출하를 앞둔 꽃들을 살펴보며 화훼산업 현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버이날과 스승의날, 부처님오신날 등 5월 화훼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절화 농가들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화훼 소비가 감소하고 있음에도 그동안엔 그나마 성수기 특수는 있었지만 올해엔 이런 특수마저 희미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 가장 큰 문제는 무분별하게 범람하는 수입 절화로, 올해 5월 성수기를 앞두고는 유독 더 많은 수입 물량이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현재 화훼산지에선 지난겨울 혹독했던 한파와 최근의 들쑥날쑥한 날씨 영향으로 작황마저 좋지 못한 가운데 화훼시장에선 한 달여 남은 지방선거가 화훼 수요 감소에 치명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5월 화훼 성수기를 목전에 둔 4월말, 화훼 산지와 시장 현장을 찾았다.


화훼현안, 이제는 해결돼야

중국산 등 ‘쉬운 수입’ 지적
우리나라에 없던 총체벌레
허술한 검역으로 산지서 기승
중국 현지 꽃값과 신고 가격 
정부에서 파악해 비교해야

선생님에 카네이션도 못 주는
‘청탁금지법’ 개선 촉구
조화·재사용 화환 문제도 제기 

 
지난 4월 20일, 경남 김해에 위치한 영남화훼원예농협에선 자조금 관련 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이 회의에 참석한 20여명의 영남화훼원협 조합원이자 화훼농민들과 회의 마지막 순서로 화훼산업 현안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갑작스럽게 제안한 의견수렴 자리였지만 화훼농가들은 그동안 현장에서 느꼈던 여러 비합리한 것들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하며 정부와 관련 기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입이었다. 무분별하게 급증하고 있는 수입과 관련해 여러 문제를 제기할 만한 요인이 내재해 있다는 것으로 이 중 우리나라의 낮은 검역 문턱에 대한 지적이 먼저 제기됐다.

부산 강서구의 절화 농가인 서동길 씨는 “일본에선 작은 균이나 병해충이 나와도 훈증 처리해 자국 내 시장에 반입되지 못하게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특히 자국 내 화훼 소비가 줄어들거나 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느껴지면 검역은 정말 철저하게 진행돼 이로 인한 사실상 세이프가드 효과도 보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검역 장벽이 낮아 중국산 절화가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특히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총체벌레가 지금 산지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 역시 검역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남 김해의 절화 농업인 홍순표 씨도 “다른 나라로 수출을 해봤는데 세관을 통과하기 너무 까다롭다. 반면 우리는 세관 통과가 너무 쉽다”며 “검역 과정에서 작은 병균이라도 나오면 국내 시장에 못 들어오게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입관세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김해의 천용규 씨는 “현지에서 구입한 꽃값을 그대로 신고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다. 예를 들면 현지에서 1000원에 사도 100원에 샀다고 신고해 버린다”며 “적어도 중국 현지의 꽃값이 얼마인지는 정부에서 파악해 이를 신고 가격과 비교해보는 정도의 시스템은 갖춰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탁금지법 금액이 상향조정됐지만 여전히 화훼 농가들은 청탁금지법이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해 대동의 카네이션 농가인 이광원 씨는 “카네이션은 어버이날과 더불어 스승의날이 주요 판매 대목인데 스승의날 선생님들이 청탁금지법 때문에 카네이션을 받지 않으려 한다”며 “이제 스승의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고 (받아도 된다는 식의) 홍보도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산 절화 시장을 무너트리는 고질적인 문제인 조화와 재사용 화환에 대한 문제도 역시 집중 제기됐다.

김해의 성현진 화훼농민은 “방송에서 3만~4만원대 화환을 집중 홍보하는데 재사용을 하지 않으면 그런 화환을 절대 만들 수 없다. 이런 낮은 품질의 화환이 단기적으로 수요 감소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깨트려 화훼산업에도 좋지 않게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뉴스채널에서까지 앞다퉈 저가 화환 홍보를 내보내고 있다”며 “조화 역시 공동묘지의 쓰레기 문제 등 여러 환경적인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지만 어떠한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뷰/정태식 한농연창원시연합회장
"수입 절화문제 해결 없인 어떤 대책도 백약이 무효"

 

“화훼산업 활성화와 관련한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수입 절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무의미한 대책이 될 것입니다.”

최근 경남 창원의 국화 재배 단지에서 만난 정태식 한국농업경영인창원시연합회장(국화 재배)은 “이제는 수입 문제를 반드시 마무리 짓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있는 수입 절화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어떠한 화훼대책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경남절화연구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수입신고 평균 단가가 국화 한 본당 0.08달러로 중국 현지 수출 평균단가인 0.12달러의 7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0.08달러로 국내에 들어온 국화의 판매금액은 6500원에서 1만1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며 “소득세와 부가세 모두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훈증에 관련한 문제도 제기했다. 정 회장은 “우리는 훈증 과정이 너무 허술하고, 비용도 저렴하다. 일례로 현재 훈증 소독제로 쓰이는 메탈브로마이드는 폭발 위험이 상재해 있고, 인체에도 해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훈증이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화훼업계를 넘어 전체 국익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 회장은 “공동묘지에서의 무분별한 중국산 조화 사용으로 인해 조화 폐기 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은 물론 미세먼지 배출, 산이나 하천의 무단 폐기로 인한 환경오염 등 여러 문제가 내재해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정부에서 1T1F(1테이블 1플라워) 운동, 화환 파쇄기 시범사업 추진 등 화훼와 관련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런 대책들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며 “화훼 농가가 제기하는 문제는 단순히 화훼업계의 문제를 넘어 탈세, 환경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기에 범부처가 하나 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국회에서 화훼 관련 진흥법안이 발의돼 있고, 정부에서도 화훼산업종합대책을 마련하려고 하는 지금이 화훼업계의 근본적인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훼산지 작황과 시장 전망은
시세 낮아 저장물량 늘고, 지방선거 앞 수요 줄어 ‘악재’ 

한파·변덕 날씨 생산 차질 
3월 절화 수입 ‘역대 최대’ 
수출은 전년대비 30% ‘뚝’

화훼업계의 고질적인 현안 문제 못지않게 5월 성수기를 맞는 최근의 화훼 산지와 시장 상황도 썩 좋지 못하다.

산지에선 무엇보다 생산량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3년 전 농업용 난방기 면세 유종이 경유에서 등유로 바뀌어 열효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을 산지에서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지난겨울 유독 강했던 한파 영향으로 겨울 작황이 좋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날씨 변화도 심해 여러 화훼 농가들은 절화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국내 산지 작황이 좋지 못한 틈을 타 중국산을 중심으로 한 수입 물량은 대거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실제 이는 봄철 화훼시장을 시작하는 3월의 절화류 수출입 동향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 동향인 3월 기준 올해엔 795톤의 절화류가 들어와 역대 3월 중 가장 많은 물량이 수입됐다. 최근의 3월 수입 흐름을 보면 2014년 522톤, 2015년 621톤, 2016년 786톤, 2017년 669톤의 절화류가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반면 올 3월 국내산 절화 수출은 생산량 감소 등으로 150톤에 그쳐 지난해 3월 210톤보다 30% 가량 수출량이 감소했다.

5월 성수기 시장 전망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가장 큰 우려는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로 인해 나온다. 또한 작황 악화로 생산량은 감소할 수 있지만 4월 전후 낮았던 시세로 인해 저장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5월 대목 시장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 화훼 유통 종사자는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과는 화훼소비에 미치는 파괴력이 다르다. 하나의 시에서만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에서부터 구의원, 시의원, 도의원 등 여러 명을 뽑고 거기에 후보자까지 더하면 선거 입후보자만 수십 명에 이른다”며 “이들이 사실상 가정의 달인 5월 여러 행사에 화환을 보내는 등 꽃 소비를 늘리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층인데 올해엔 지방선거로 인해 이들 수요가 확연히 줄어들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엔 3~4월 시세도 좋지 못해 작황 악화로 인해 생산량은 감소했을 수 있어도 저장물량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 물량이 5월 성수기에 시장에 나오면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상품성도 좋지 못해 소비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는 저장 위주의 출하를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소비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화훼 유통 전문가들은 제안하고 있다.

오수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 절화실장은 “늦어도 4월 30일경 되면 출하를 해야 한다”며 “그래야 대목 분위기를 살릴 수 있음은 물론 홍수출하도 방지하고, 화원이나 중도매인들도 올해산 절화에 대한 인지를 하며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고품위 위주의 출하를 진행해 소비 불씨를 살리고, 관련기관의 소비 홍보도 이제는 다각도로 전개해야 한다”며 “특히 스승의날 카네이션 허용, 지방선거 과정에서의 꽃 선물이 가능한 가이드라인 등을 미리 알려 법에 저촉이 되지 않음에도 꽃 소비를 하지 못하게 되는 걸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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