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꽃 언 피해 큰 거창군
절반 이상 재해보험 들었지만
‘특약’ 가입 농가는 75곳 뿐
착과 개수만 따져 보험료 산정
실지급액 너무 적어 ‘가입 안해’


봄철 개화기 이상저온 피해 과수농가 긴급지원과 농작물재해보험 제도의 조속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한농연경남도연합회(회장 이학구)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이와 같이 촉구했다. 경남도연합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 7일 밤부터 8일 아침까지 거창군 거창읍, 주상면, 웅양면, 고제면, 남상면 등지에 기온이 -4℃에서 -7.6℃까지 떨어지는 이상저온현상이 많은 바람과 함께 급습해 450ha의 과수원 사과 꽃이 치명적인 동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씨방이 곧 흑갈색으로 변해버리고, 수정이 안 되거나 불량한 사과 꽃이 속출했다. 홍로 품종의 경우 개화가 빨리 진행된 중심화와 1번, 2번, 3번 꽃까지 피해를 입었다.

사과 꽃이 활짝 핀 봄날에 이례적으로 눈이 내려 피해 발견은 쉬웠지만, 눈보다는 한파와 함께 밤부터 불어온 많은 바람이 꽃의 수분을 빼앗아가면서 동해가 속수무책으로 가중됐다.

연합회는 “상품성 있는 정상과가 얼마 달리지 않게 되면서 이번 작기 피해도 심각해졌지만, 향후 나무가 과하게 자라거나 도장지가 속출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면서 “세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내년 꽃눈 확보에까지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미처 피지 못했던 숨은 꽃눈이라도 살려내고, 힘이 없어서 못나오고 있는 순이 발아될 수 있도록 돕는 세심한 농가기술 지원 및 약제수급이 절실하다”면서 “최근 몇 년간 누적된 과수농가의 경영난을 감안할 때, 전향적이고 다각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현재의 농작물재해보험은 불합리한 점이 많아 농가에 재해안전장치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기에 조속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거창군의 사과 재해보험 가입은 특정위험보장이 1309농가 1030ha로 58.2%의 가입률을 보였으나, 특약으로 돼 있는 봄철 동상해는 불과 75농가 38.3ha만 가입돼 있다. 주계약을 통해 거의 모든 시기 피해를 아우르고 있는 적과전종합위험 보험에 가입한 171농가 98.6ha와 합쳐도 봄철 동상해 재해보험 가입률은 7.7%에 불과하다. 5월 중순경 착과 이후에 정밀조사가 진행될 예정이지만, 대다수 농가가 보험금 수령과는 거리가 멀다.

도연합회는 “적과 후에 착과수를 조사하는데 상품성 없는 기형과가 속출해도 착과 개수만을 따져 목표개수 부족분에 대해서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그마저도 농가자부담비율을 빼버리면 실지급액은 미미하다”면서 “농가에 별 도움이 안 돼 보험 가입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또한 “새롭게 생긴 적과전종합위험보장의 경우도 보험료가 특정위험보장보다 두 배나 비싼데, 1억원 정도의 혜택을 받으려고 매년 400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 실정이다”면서 “보험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적절한 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를 대폭 보조 지원해 농가부담을 낮추어주고 있지만, 과연 농가를 위한 것인지 보험회사를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다”고 제기했다. 이렇다 보니 “차라리 막대한 보험료 지원 예산을 재해 예방을 위한 농업시설 보강 사업으로 농가에 직접 지원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학구 회장은 “봄철 개화기 이상저온 피해 과수농가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긴급 밀착 지원을 촉구함과 아울러, 현재의 농작물재해보험의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조속히 개선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상기상으로 초래되는 농업재해에 대해 재해보험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은 지자체 등이 다각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관련 근거 마련과 예산 수립에 대한 논의가 오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활발히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창원=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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