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단국대학교 교수

산업화·규모화가 일자리 감소 주범
기존 농업구조개선 정책부터 폐기
성장 아닌 공공성 회복에 무게 둬야


문재인 정부에서 역점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에 하나는 단연 일자리 확대 정책일 것이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소방 경찰인력 등 생활안전분야 공무원 증원 등등 취임 초기부터 일자리 확대를 위한 많은 사업들이 집중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각 부처에서도 나름대로 일자리 창출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에 동참하고자 전통적인 귀농·귀촌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농촌신활력플러스지원 사업, 스마트팜 지원 사업 등을 통해서 농촌지역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스마트팜 지원사업을 통해서는 2022년까지 시설원예 면적을 70% 증가시키고, 현대화된 축사를 25% 증가시켜서 4300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제시된 일자리 창출정책들을 보면, 대부분 정부지원으로 해당 사업체의 매출액과 소득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논리를 따르고 있다. 성장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전형적인 근대경제학적인 논리이다. 농업생산이 무한정으로 확대되고 상품을 팔 수 있는 시장이 무한정으로 증가한다면 가능한 논리이고, 또 시장경쟁에서 누구도 탈락하지 않거나 혹시 탈락하더라도 정부가 무한정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면 가능한 논리이다. 왜 그런가?

기업은 이익을 높이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경영을 한다. 따라서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데, 이것은 바로 선진적인 기계와 설비를 도입하여 효율적인 생산(투자비용보다 되도록 많은 산출물을 얻는 것)을 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인건비를 줄이는 노동생산성 향상도 동반되는 것이다. 즉, 산업화, 규모화를 추구하고 있는 기업 또는 농가에게 보조금을 주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결코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정책이 되지 못하고 궁극적으로 농업분야와 농촌지역에서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우리가 오랫동안 추진해 온 농업생산 규모화 정책은 농가 호당 경작면적을 증대시키는 것이고, 이는 필수적으로 쌀을 포함하는 특정 농산물로의 단작화를 수반하게 된다. 그 결과 현재 우리가 당면하게 된 농가 호수 감소, 농업인구 감소, 특정품목의 생산과잉과 재배작목 수의 감소 등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사실, 농가 호수와 농업인구를 지속적으로 감소시켜서 대규모 농가에 의한 효율적인 농업경영을 추진하도록 하는 정책이 농업구조개선 사업의 본질이었다. 이 정책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폐기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전업농 육성 정책 등을 통해서 주요 정책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계화 지원, 농약 및 비료 지원사업, 농업기반정비 사업, 유통효율화 사업 등등이 모두 농업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인건비를 줄여서 농업인력을 줄이는 사업이다. 혹자는 기계화 등의 사업이 농업생산과정에서 농민들의 수고와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므로 농민에게 좋은 사업이 아니냐하는 반문을 하겠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다. 그 결과로 농업 및 농촌에서 필요한 인력이 줄어드는 것이고 그 이익은 외부 제조업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만약, 그 제조업자가 농촌내부에 있다면 여전히 농촌의 인구 유지에 기여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농촌 일자리를 창출하는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기존의 일자리 감소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다. 기존의 산업화 농정으로는 특정 계층의 이익만을 증가시키고 농촌지역의 빈부격차를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보조금 수혜를 위한 주민 간 갈등과 반목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농촌일자리 창출 정책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 경제적 성장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잘못된 도그마에서 벗어나서 농촌주민 모두에게 공동의 이익을 줄 수 있고, 그 결과 지역 내에서 새로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활동과 연계될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그 핵심은 농촌지역에 감추어진 특정 계층의 빈곤문제와 사회적 소외 문제를 해결하려는 활동, 그리고 전반적으로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역 환경보전 활동에 필요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있다. 정책이 이들 활동에 지원을 하게 되면, 향후에 농촌주민들은 여기에 새로운 활동을 창출하는 순기능적인 반응을 하게 될 것이다. 주민들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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