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농업기계 현장 페스티벌

▲ 상주 함창읍 현장에서 진행된 연시회에서 이규성 농진청 차장(사진 오른쪽)이 고구마 정식기에 올라타 직접 시연을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까지 밭농업 기계화율 7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6년 기준 밭농업 기계화율은 53.8%. 파종·정식(8.9%)과 수확(23.9%)의 기계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점, 밭작물 종류가 다양한 만큼 표준재배양식이 있어야 한다는 점, 밭농업기계를 보급하기 위한 농기계 임대사업이 효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 등이 밭농업 기계화 제고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12~13일 양일간 경북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일원에서 ‘밭농업 기계화 현장 연·전시회 및 농업기계 페스티벌’을 열고, ‘숙제’를 풀기 위해 현장과 전문가들의 만남을 주선했다.


●‘밭농업 기계화’ 확대 의지
67개 업체, 77점 선보여
고구마 정식기 등 19종 시연
농촌 일손부족 해결 열쇠
밭농업기계화율 75% 달성 한뜻


‘밭농업기계 현장 페스티벌’의 시작은 행사명 그대로 ‘현장’이었다. 농진청은 ‘상주 함창읍 신흥리 735’에서 이규성 농진청 차장 등을 비롯해 도원·시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 및 농업인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2일 오전 11시부터 연시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서는 배수개선용 ‘무굴착 암거배수관 매설기’·‘심토파쇄기’과 함께, 콩 파종·정식기, 잡곡 파종기, 고구마 정식기, 감자 파종기 등 19종이 연시됐다. 이규성 차장은 19종 밭농업기계 중 대표로 고구마 정식기를 직접 탑승, 농기계 성능을 시연해보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은 오후 1시 30분부터 진행되는 페스티벌 개회식을 위해 상주시농업기술센터 강당으로 이동했다. 개회식에는 농촌진흥공무원 250명과 농업기계관련 산업계 50명 등 300여명이 모여, 영농철을 앞두고, 밭농업 기계화를 확대하는 데 힘을 모으자는 의지를 다졌다.

이규성 차장은 “농업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농기계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일손을 해결할 것인가가 농업·농촌에서 대두되는 가장 큰 이슈”라며 “농진청이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R&D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고, 밭농업 기계화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밭농업기계 개발 뿐만 아니라 여기에 맞는 품종도 육성하고, 재배양식을 표준화하는 것 역시 농진청이 해야 할 일”이라며 “이를 토대로 역량이 모아진다면 통계적으로 아직 58.3%밖에 되지 않는 밭농업 기계화율을 목표치인 75%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종훈 한국농업기계학회장은 “농업기계학회에는 전국 14개 대학에 80여명의 교수들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밭농업기계 조사 등 밭농업 기계화를 제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학회가 주선해서 전문가들과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58.3%인 밭농업 기계화율을 들여다보면, 파종, 정식, 수확 등은 30%가 되지 않는데, 이 분야를 육성시켜서 밭농업 기계화율을 5년 내에 70%대까지 올리고, 이를 계기로 정체돼 있는 농기계 수출시장도 타파해 10억불 이상 올릴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김신길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랍에미레이트를 순방할 때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했는데, 그 때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의 농업기술을 배우고 싶고, 그 기회를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우리나라의 반도체나 핸드폰 기술이 세계 최고이듯, 농업기술도 세계 최고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 딸기만큼, 사과만큼, 배만큼 맛있는 과일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열정으로 밭농업 기계화도 머지않아 75%까지 달성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긍정적인 희망을 비쳤다.

개회식을 마친 내빈들은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입구터에 마련된 전시장을 둘러봤다. 이곳에 펼쳐져 있는 농기계는 밭농업 과정에 필요한 농업기계와 농업용 드론·무인헬기 등 총 77점. 이는 ‘신개발 밭농업기계 현장 전시교육을 통한 신기술 공유 및 밭농업 기계화 촉진’이란 목적에서 경운(2점), 파종(16점), 관리(12점), 방제(7점), 운반(3점), 드론(5점), 수확(23점), 기타(9점) 등 8개 분야에 67개 업체가 참여한 결과물이다.
 

▲ 상주시농업기술센터 입구에 마련된 전시장. 이곳에 8개 분야 67개 업체의 밭농업기계 77점이 전시돼 농가들의 눈길을 끌었다.


●올해 밭농업 기계화 추진 방향
개발 기종 성능 개선에 역점
주산지 공동경영체 1478곳에
정부 구입 농기계 장기 임대도


‘밭농업기계 현장 페스티벌’ 단상에 농림축산식품부 농기계정책팀의 최승묵 사무관이 섰다. 올해 밭농업 기계화 촉진대책 등을 설명하기 위함으로, ‘밭농업 기계화 제고’란 큰 명제를 이루기 위해선 총론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최승묵 사무관은 ‘논 타작물 전환 사업 추진 등 농업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한 기능과 형태의 밭농업기계 수요가 늘고 있다’, ‘2016년 기준 밭농업 기계화율이 58.3%인데다 파종·정식과 수확을 위한 농기계는 초기단계다’, ‘밭농업기계의 대부분을 보급하는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기계화율이 낮은 파종·정식·수확용 기계 구입을 꺼려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에 한계가 있다’ 등의 진단을 내리면서, “밭농업 기계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58.3%인 밭농업 기계화율을 2022년까지 75%로 올리는 가운데 파종·정식은 8.9%에서 44.1%로, 수확은 23.9%에서 44.3%로 각각 향상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개발됐지만 보급되지 않은 파종·정식기와 수확기 성능개선을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농기계 보급을 위한 표준재배양식과 기계적합 품종 및 생산성 향상기술 개발도 진행한다. 밭농업 기계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인 ‘밭작물의 다양성’을 해소하기 위한 계획들이다. 특히 2022년까지 파종·정식에 2942억원, 수확에 991억원 등 총 3967억원을 투자하고, 파종·정식기와 수확기를 보급한 업체는 농기계 사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표준재배양식과 농기계 사용방법 등의 지도·교육을 의무화했다. 물론, 주산지 상주가 원칙이다.

또한, 성능개선·신규개발 농기계를 신기술농업기계로 지정하고, 정부가 구입해 주산지 공동경영체(1478개)에 장기임대로 보급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더불어, 장기임대자와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농작업대행을 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는데, 장기임대자는 공동경영체 구성원 농작업 뿐만 아니라 주변농가 농작업을 일정면적(60~70ha)이상 하도록 의무화하고, 임대사업소는 임대수수료를 활용, 고령농·여성농 등 농기계 조작이 어려운 농가의 농작업을 대행하도록 권고하는 등이 주된 내용이다. 후자는 국회 지적사항을 반영한 계획이다.

최승묵 사무관은 “밭농업 기계화 촉진을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농기계 임대사업이 중요하다”면서 농기계 임대사업 추진방안도 함께 설명했다. 최승묵 사무관은 “밭농업 기계화 촉진을 위해 농기계 임대사업 운용방식과 지원내용을 바꿨는데, 농기계임대사업소 설치 지원은 줄이는 대신 주산지 일관기계화 지원은 확대하며, 파종·정식 및 수확작업 기계를 중점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사무관은 “주산지 일관기계화 지원을 장기임대 형식으로 운용하면서 단기임대와 장기임대를 병행 추진하고, 6대 4의 비율로 맞춰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최승묵 사무관은 ‘주산지 일관기계화 지원’에 힘을 줬다. 밭농업 기계화를 위한 핵심사업이라는 게 최 사무관의 설명. 주산지 일관기계화 지원은 ‘주요 농산물의 주산지를 지정·운영하거나 논 타작물재배사업 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가 주산지의 작목반·영농조합법인·공선회 등 밭작물 공동경영체 조직과 주산지 지역농협, 논 타작물재배단지 운영조직 등을 대상으로 장기임대 방식을 통해 농기계 임대사업을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정부가 쌀 생산조정제를 위해 논 타작물재배사업을 실시하면서 밭농업기계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란 생각에서 나온 조치다. 지원자금은 파종·정식·수확용 농기계 위주로 구입해야 한다.

최승묵 사무관은 “장기임대는 농기계임대사업소 운영과정에서 나타나는 인력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다”며 “주산지 일관기계화 지원의 사업대상자와 임대대상에 ‘타작물재배사업 단지를 운영하는 지자체’와 ‘논 타작물재배단지 운영조직’을 각각 새로 추가하면서 그 범위를 넓힌 만큼 밭농업 기계화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밭농업 기계화를 위한 제언
승용·여성친화형 소형기계 개발
산업체 R&D 공동연구 확대
고추·양파·마늘 등 기계화부터


‘밭농업기계 현장 페스티벌’에서는 세미나도 함께 진행했다. 제목은 ‘4차산업혁명 대응 밭농업기계 발전방안 세미나’. 이 세미나에서는 밭농업 기계화를 위한 다양한 제언들이 쏟아졌다.

전현종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은 밭농업 기계개발 R&D 예산부터 분석했다. 전 연구관은 “올해 농식품부 밭농업기계화 촉진사업 R&D 예산은 42억원으로 전체 농식품부 예산의 2.4%이고, 농진청 밭농업기계개발 R&D 예산의 경우 30억8000만원으로 전체 농진청 예산의 0.4%인데, 아직 R&D 부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현재 밭농업 기계화 대상작물은 고추, 배추, 무, 마늘, 양파, 인삼, 감자, 고구마, 콩, 참깨 등 총 10개로, ‘밭농업기계 연구개발 로드맵’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콩·양파·마늘·고구마·감자의 전 과정 기계화를 마친 가운데 무·논콩(2018년), 참깨(2019년), 배추(2020년), 고추(2021년), 인삼(2022년) 순으로 밭작물 기계화 및 수확후 세척·건조·선별·포장 일관기계화시스템을 개발, 전 과정 기계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밭농업기계 연구개발 로드맵’에는 ‘전 과정 기계화’와 함께 ‘기계 개발’과 ‘성능개선 고성능화’ 전략도 담고 있다. 기계 개발은 ‘비닐피복용 소립종자 정밀파종기, 고속정식기, 정밀방제기, 현장 맞춤 수확기 등 기계화가 미흡한 파종·정식·수확기계 중점 개발’, 성능개선 고성능화는 ‘승용형·일관작업형·여성친화형 소형 기계 개발과 밭작물 수확용 예취기 및 탈곡기·콤바인 범용화 등 기 개발 농기계의 성능향상’이 주요 과제다.

전 연구관은 밭농업기계개발 R&D 촉진을 위해 △밭농업기계 연구개발과 보급정책의 지속적 일관성 유지 △밭농업기계 보급확산을 위한 ‘신기술농업기계 지정’ 심사 강화 △정부 밭농업기계 개발 R&D사업에 산업체 공동연구 참여 확대 등을 추진할 것을 함께 제시했다.

하유신 경북대 교수는 밭농업 기계화를 위한 세부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기술개발의 시너지를 고려할 때, 원천 기술은 작물별 특성을 반영해 농진청에서, 첨단기술은 다양한 ICT를 접목해 농식품부 주관으로 개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작물별 일관작업기는 여성·고령자도 손쉽게 사용이 가능하도록 자주식 승용형으로 개발해야 하며, 밭농업기계는 현장 편리성, 경량화, 내구성, 작업능률 향상에 적합한 고추, 양파, 마늘, 콩, 잡곡류의 정식, 수확기계의 개발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수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정책지원팀장은 “밭농업기계화 보급정책이 보이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며 “정부가 내년에 농기계 보급을 위해 900억원 정도 투입한다고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김 팀장은 “아직 밭농업 기계화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정책을 이해당사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있는 만큼 농기계조합이 가교역할을 하면서 밭농업 기계화 정책 알리기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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