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가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개헌과정에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 농업계의 한 목소리다.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함인데, 이를 위해서는 지방분권의 강화를 바탕으로 한 지방농정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본보는 창간 38주년을 맞아 민선 6기 지방정부에 대한 평가와 함께 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농업·농촌 전문가들로부터 지방분권의 의미와 민선 7기의 중요성을 들어봤다.

주제 : 농업·농촌과 6·13지방선거의 의미
일시 : 4월 2일 (월)
장소 : 한농연회관 6층
 

참/석/자
김용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미래정책연구실장
김태연 단국대 교수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사무국장
정기수 국민농업포럼 상임이사
탁명구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실장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문광운 본보 편집국장<좌장>


“중앙 권한 과감히 내려놓고, 지방정부 자치 역량 키워야”

|민선 6기 지방농정 평가
중앙집권적 설계주의 농정 지속
지방농정 혁신적 변화 어려워
충남 3농혁신·전북 삼락농정 등
민관 거버넌스 구축은 ‘좋은 예


▲문광운=민선 7기를 선출하는 6·13 지방선거에 앞서 민선 6기를 돌아볼까 한다. 늘, 지방선거가 있을 때마다 지방선거를 지역농정 대전환의 기회로 만들자고 의지를 다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에 대한 진단과 함께 민선 6기 평가를 부탁드린다.

▲탁명구=민선 6기는 지역 중심의 독특하고 특색있는 사업이 움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유기적 관계는 결여돼 있었다. 식생활교육을 예로 들면, 17개 광역시도 중 12개 광역시도가 50억원 예산을 가지고 공모해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지자체별로 담당자가 자주 바뀐다거나 지자체가 민간 참여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중앙정부가 장을 만들어주고 법과 제도로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미약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김용렬=지방농정을 광역시도단위와 시군단위로 각각 분리해서 평가해보고 싶다. 우선 광역시도단위 지방농정은 한계는 있었지만 충남 농업의 6차산업정책이나 전북 로컬푸드운동 등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농정을 받아들이고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의미가 있었다. 시군단위는 지역특화장점을 활용해 실현 가능한 계획을 나름 세운 지자체가 있다는 데 또 의미가 있다. 지방자치의 한계가 분명하게 나타난 사례가 있다. 포괄보조사업이다. 지역역량을 끌어내기 위한 것인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호중=지방선거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중앙에서 기획하고 설계해서 지방에 내려보내는 중앙집권적 설계주의 농정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역농정 대전환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선 6기의 나름 좋은 사례도 있다. 충남의 삼농혁신위원회나 전북의 삼락농정위원회가 좋은 거버넌스 예로, 지역민 요구에 근거해서 지역농정을 펼쳐가려는 지방의 노력이 돋보였다. 농촌형 지자체는 아니지만 서울시 먹거리푸드플랜 등도 도농상생관점에서 지역농정 전환의 좋은 사례다.

▲한민수=지방선거, 특히 기초의원선거는 현행 선거제도에서 보면 양 거대 정당이 의석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의석 나눠먹기는 결과적으로 한농연 회원을 포함한 농민 출신 인재들이 지역에서 지역농정과 지역농업발전을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방해하는 셈이 됐다. 오히려 지역농업이 토건세력들의 입김에 좌우되는 부작용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소멸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본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곧 닥칠 일이다. 농업인의 지역농정 참여가 필요한데, 그 비중이 적었다는 데 아쉬움이 크다.

▲허헌중=국정운영 체계에서 중앙정부가 집권주의·설계주의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치농정이 1할 자치도 안되고, 특히 민선 6기에서는 창의적 자치농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농민진영이 연대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도 있다. 지방농정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연대가 민선 6기에는 부족했다. 그래도 먹거리종합계획을 일부 시군들이 세운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충남이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도입해 추진한 것도 같은 평가다.

▲김태연=민선 6기의 정책추진 과정을 보면 지방농정이 변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지방정부의 자율적인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벗어나서 지역의 문제를 자체적으로 풀기 위한 체계가 있었는가’ 보면 거의 없었다. 충남의 삼농혁신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삼농혁신 평가는 지금부터 제대로 돼야 한다.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추진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점과 관료 중심으로 돌아갔다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 그나마 중앙농정에서 양적 평가가 아닌 정성 평가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다행이다.

▲정기수=중앙농정 변화없이 지방농정을 진행하다보니 명암이 갈린다. 농업·농촌 현실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시장·경제·효율 중심의 중앙농정의 구조를 답습했고, 이런 현상은 지방농정에서도 나타났다. 결국 지방소멸 등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힘이 부족했다.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로컬푸드가 확산되고, 먹거리 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점이다. 농촌지역에서 활력 요소로 살리진 못했지만 귀농·귀촌도 괜찮았다. 삼농혁신 평가를 냉정하게 했는데, 민간과 함께 농정을 하려했다는 데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다.


|지방분권이 농정체계서 갖는 의미
도농 상생-균형발전 이루려면
‘사람과 자원’ 재배분 시급
지역의 자율영역 넓어진 만큼
얼마나 준비됐는지 점검해야


▲문광운=6·13지방선거가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면서도 지방농정 활성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지방분권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궁금하다.

▲김태연=지방분권은 지방농정에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방분권은 지역여건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스스로 찾아가는 시험기간이 될 것이다. 지금은 중앙에서 하라는 것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지방이 자신의 상황을 잘 몰랐다.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몰랐다. 모든 정책이 경제적인 성과에 초점을 뒀지만, 이제는 지역의 경제적·사회적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심이 돼야 한다. 지방분권을 통해서 마을 등 특정 단위에서 공동체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이 같은 활동이 농촌에 활력을 싹트게 할 수 있다.

▲정기수=최근 발표된 헌법 개정안대로 된다면 농정기조의 변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특히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란 키워드가 중요한데,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제도와 정책, 예산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관하고, 지역의 역량에 따라 자기 지역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때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가능하다. 이는 사람과 자원이 중앙과 대도시에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도농상생 관점에서 사람과 자원을 재배분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허헌중=올해 3월 20일에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공포됐다. 종전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로 조정하고, 지자체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서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와 권한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농정 입장에서는 농민자치를 통해 자치농정을 강화해갈 수 있는데, 문제는 농식품부가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 지난해 자치분권 로드맵이 나왔고, 7월에 발표할 재정분권 로드맵을 포함핸서 자치분권·재정분권을 기반으로 한 농정 추진계획을 내놓을 때다.

▲한민수=지금까지 지방이 중앙과 대도시보다 뒤처지니까 보상차원으로 도로 등 SOC 예산을 내련주는 것과 WTO 등 시장개방으로 인한 농업계 피해 보상차원에서 저리자금 등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중앙정부가 지방을 대해왔는데, 이제는 이런 공식이 깨져가고 있다. 지방쇠락은 농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지방농정도 설계가 잘못되면 농민이 농촌공간의 주인역할을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지방분권을 강화하면서 지방농정에 농민참여를 높여가는 체계 구축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호중=대통령이 개헌안에서 지방분권을 언급한 것이 자치농정 체계를 마련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자치역량을 강화해 지방정부 스스로 지역에 맞는 행정을 한다는 것, 이를 농정으로 눈을 돌리면 지역농업의 환경특성에 부합하는 자치농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자치세의 종목과 세율, 징수방법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드는 등 입법이 뒤따라야 하지만, 자치농정의 활성화 여부는 자치농정을 꽃피울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인데,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김용렬=헌법을 개정하면서 지방분권을 하자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중요한 것은 지역이 얼마나 준비됐는가다. 지방이 중앙을 끌어가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헌법이 있어도 유명무실하다. 각종 정책이 지역으로 모이게 돼 있는데, 준비가 잘 된 지역은 자율적인 영역이 넓어진 만큼 정책을 잘 추진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농민과 주민, 정치인 등 지역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해서 지역의 특색있는 계획을 만들고 이를 지역의 힘으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 중앙정부의 난제를 지방정부가 풀어낼 수도 있다.

▲탁명구=지방분권을 하려면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방농정을 강화하기 위한 지방분권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관심을 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지방분권에 농식품부가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묻고 싶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도 농식품부는 빠져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군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농식품부 역할이 큰데 입장이 정리돼 있지 않은 것 같다. 국민들은 국민 참여 속에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그 강도가 더 세졌지만 정부의 대응은 이전 정부와 대동소이하다.
 


“민관 협력체계 구축 우선…농민의 농정 참여 보장 핵심”

|지방농정 활성화 조건은
‘농업·지역·먹거리·환경’ 총괄
지자체내 기획부서 필요
농어업회의소 설립·지원하고 
지역푸드플랜 수립에도 관심을


▲문광운=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푸드플랜도 지역에 기점을 둬야 하고, 거버넌스도 지역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 농촌이란 지역사회에 초점을 맞춘 정책도 요구되고 있다. 분야별로 지방분권과 연계해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한민수=한농연이 생각하는 지방선거 농정공약 요구사항 중 정부와 지자체의 농업인력 육성정책 일원화, 농업계 출신 후보자의 비례대표 공천 의무화, 민관 협치농정 체제 운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 농어촌 교육여건 개선, 농어촌 주민이동권 보장 등이 있다. 지방농정과 연계된 요구사항들로 볼 수 있다. 이 내용들은 초안이다. 4월 중에 한농연과 한국농어민신문사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토론회를 열 예정인데, 이 때 공식적으로 초안을 다듬어서 지방선거 농정공약 요구사항을 상세하게 발표하겠다.

▲허헌중=민선 7기 지방정부의 창의적 자치농정을 위해서는 고민해야 할 게 있다. 사람과 먹거리, 지역공동체 등 세 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일본처럼 도시학생들이 농촌학교를 체험하는 제2학교를 늘리고, 어린이 농어촌교류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 도시와 농촌의 사회적 자본이 순환, 공생할 수 있어야 한다. 도농코디네이터 등이 그 예다. 도농공생 학교·공공급식 공급조달체계도 구축해야 하는데, 먹거리를 위한 정책이다. 지역공동체는 마을과 마을간 먹거리 교류 등을 통해서 형성할 수 있다.

▲정기수=지방분권이나 자치농정을 위해 민간이 충분하게 준비하고 있는지, 또 여건이 되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중앙과 지방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권한을 민간을 믿고 이관해서 민간이 지방분권과 자치농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데, 주체의 대안으로서 국가가 법과 제도로 보장하는 농어업회의소가 있다. 지방선거 후보들이 농어업회의소 설립과 지원을 제안해줬으면 하고, 농어업회의소를 통해서 농민이 실질적으로 농정에 참여하고, 스스로 공공서비스, 정책연구, 교육훈련 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김태연=농업이 아닌 농촌정책이라는 차원에서 지방분권을 봐야 한다. 농업은 이제 지역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제는 비농업계를 중심으로 해서 그것이 농업에 연계되는 형태를 생각해야 한다. 비농업인을 농업과 어떻게 연계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지역의 복지와 보건, 교육 등에도 비농업인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비농업인으로서 중간기반 조직을 형성할 필요도 있다. 중간조직은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연구하고, 그것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으로서 이 역시 비농업인이 중심이 돼야 한다.

▲이호중=중앙집권적 설계주의 농정을 해체하고, 자치농정을 전면화한다는 그림에서 볼 때 우선적으로 자치농정체계가 있어야 한다. 민관 협치농정에 의한 농민의 농정참여가 중요하다, 참여농정을 실현하고 중앙농정을 분권하며, 포괄보조사업을 지역화하는 과제가 제대로 추진되려면 농정추진체계가 필요하다.지자체 전체에 대한 지역발전관점에서 농업·지역·먹거리·환경을 총괄하는 기획부서를 설치하는 것이 한 예다. 또, 지자체와 농축협이 지역농업의 비전과 전략계획을 공동 수립하고, 농축협을 지역농업주체로 육성하는 방안도 있다.

▲김용렬=지방분권의 초점은 농촌정책에 둬야 하고, 농촌정책은 ‘농촌다움의 유지발전’, ‘고령화와 인구과소화 대응’ 등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첫째 지금 농촌이 도시를 닮아가고 있는 현실을 끊어내지 못하면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 농촌다움을 유지해야 하고, 농촌에서 환경을 지키고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 따른 의무를 조건으로 한 직불제가 전제돼야 한다. 두 번째는 고령인들을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공적 영역을 찾아줘야 하고, 젊은 이주여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들을 어떻게 농촌인재로 활용할지도 검토해야 한다.

▲탁명구=우리 농업이 가야 할 식량자급률 확보, 지역먹거리순환 등 지속가능한 농정 추진방향은 물론 농업의 공익적 가치도 함께 담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푸드플랜이다. 문재인 정부의 농정공약인 푸드플랜은 공공조달체계와 거버넌스, 식생활교육이 핵심요소로 지역먹거리 종합계획을 통한 ‘지역푸드플랜’ 수립, 지역먹거리 거버넌스로서 ‘지역먹거리위원회’ 설치운영, ‘지역농업발전계획-산지유통계획-식생활교육계획’ 연계체계 구축 등이 수반돼야 한다. 향후 10년간 푸드플랜이란 그릇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가 올해 화두가 될 것이다.


|민선 7기에 던지는 농정과제
자치농정 역량 강화하려면
중간지원조직·활동가 육성 절실
농업·농촌발전 5개년계획 수립
공약 이행여부 꼼꼼히 따져야


▲문광운=지방분권을 통한 민선 7기의 농정을 전망해보려 한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이를 기반으로 한 도농상생이 민선 7기의 고민거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민선 7기가 주력해야 할, 또는 민선 7기가 추진해야 할 농정과제가 있다면.

▲허헌중=국민행복농정연대가 ‘국민총행복과 지역농정의 전환’이란 기조와 함께 4개 목표를 제시했는데 그 중에서 두 가지만 핵심적으로 언급하겠다. 하나가 ‘주민의 먹거리 보장을 위한 도농공생·공공조달 실현’으로, 지방정부가 치고 나가면 중앙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주체육성·소득보장’이다. 이를 위해 농가단위 직불제를 과감하게 전환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지자체가 사는 길이고, 새 정부가 지역농정을 살리는 길이다. 이런 목표를 추진하며 중장기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역할의 컨트롤타워도 있어야 한다.

▲정기수=현실적인 관점에서 지역농정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전 농정계획이 농촌을 어떻게 개발할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농촌이란 공간을 어떻게 재편할지를 구상해야 한다. 이 같은 발상을 토대로 먹거리, 생활, 의료복지, 인력 등의 영역에서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 민선 7기가 지자체별로 농업·농촌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역민의 목소리가 농발계획에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검토하고, 또 이를 얼마나 지자체장 재임기간 중에 잘 실현했지를 평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형식적으로 수립하고 약속 이행여부는 따져보지 않았다.

▲탁명구=진안에서 몇 년전에 아토피가 없는 진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식생활 영양조사를 했는데, 예상보다 농어촌 지역의 영양실태가 문제된 적이 있었다. 한 지역에 먹거리를 둘러싼 문제가 생기면 주민 실태조사를 가지고 지자체가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활동가들이 필요하고, 전달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공무원 한 사람으로는 역부족이다. 지역의 활동가를 선발해서 지역의 핵심주체로 활용하게 되면 복지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다.

▲김태연=농정과제를 고민하기 앞서 농업계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 농업계에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얘기하지만 실제 농업이 공익적 가치를 실현해왔는가. 농식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경관, 환경, 생태계 등 공익적 가치를 망쳐왔다고 생각한다. 또 대농을 하기 위해 규모화 정책을 펴면서 농업인들을 줄였으니까 공동체 파괴도 초래했다. 앞으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는 단순한 농식품 생산이 아니라 공공재를 생산하는 방식에서 추구하고, 그 다음 비농업인 인력양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점에 대해서 농업계는 먼저 반성이 필요한 것이다.

▲김용렬=세 가지를 말하려고 한다. 농업·농촌의 서비스화가 그 중 하나다. 농업·농촌의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농업·농촌의 이미지를 개선한다는 게 목적이다. 지역 선순환 경제 구조도 검토대상이다. 그래야 지역이 버틸 수 있다. 마지막은 지역 내 협약제도를 도입하는 것인데, 지자체장이 공약 등에 대해 주민과 협약을 맺고 이행하지 않으면 주민소환을 통해서 지자체장이 규제를 받은 방식이다. 그래야 실현가능한 제도와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중앙정부가 변하기를 기다리기 보다는 지방이 먼저 나서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호중=지방농정의 비전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는 지역의 실태조사나 전수조사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베이스가 기초가 돼야 한다. 완주는 농업인 8000호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해서 DB를 만들었고 이를 근거로 농정계획을 세운다. 지자체 지역역량종합관리센터를 만들 필요도 있다. 지자체 내 민관 지역리더들의 자치농정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다. 제도적 한계가 있긴 하겠지만 지자체 자체재원사업 및 포괄보조사업을 추진할 때 농민참여예산제를 제안한다. 그 외 농식품부와 지방정부간 공동 농정협약제를 운영하는 방안도 있다.

▲한민수=결국은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어떻게 농업·농촌에 사람을 남길 것이냐다. 소득도 중요하지만 인맥을 만들어주며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줘야 한다. 또 그 청년들이 농사를 짓든 농업전후방산업에서 일을 하든 농촌의 사회적 자본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리더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접근을 하면서 청년농 육성이나 귀농·귀촌 정책을 세워야 한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낸다’는 틀을 깨, 지역의 농정을 책임지고 선도할 엘리트 집단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정수·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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