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천 상지대학교 교수

축분뇨에 의한 환경부하 적고
사료 수입·사료마일리지도 줄여
전염병 예방, 온실가스 감축도


또 구제역 걱정을 해야 할 것인가? 매년 연례행사처럼 등장하는 구제역, AI, 광우병, 살충제 계란파동이 축산농가는 물론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그럴 때마다 2015년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가 떠오른다. 이 영화는 2011년 구제역 파동 때 살처분 되는 돼지들을 보며 공장식 축산에 대한 회의와 그런 축산물을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가족이 선택한 대안은 가족농 유기축산이었다. 필자는 그 영화를 촬영한 경축순환 유기 농가를 오래 관찰·연구해 왔기 때문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지금 왜 소규모 경축순환 친환경 농가를 살려야 하는가?

첫째, 농업은 생태적 순환을 근본 원리로 하는 산업이다. 지금 우리나라 축산은 규모의 경제성 추구를 하다 보니 순환보다는 규모화와 계열화하고 있다. 축산이 농업의 한 요소가 아니라 경종농업과 상관없는 독립 산업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료도 대부분 수입 원료에 의존하고 있고, 유기축산조차도 이미 글로벌 푸드 시스템(global food system)에 편입돼 있다. 둘째, 경축순환농업은 소규모 가족농에게 적합하다. 실제로 경축순환 유기 농가들도 그렇게 평가한다. 가족농은 규모화가 어렵기 때문에 기업농처럼 규모의 경제성을 추구하기 어렵다. 가족농은 생산주체로서 토지의 소유자이고, 노동자이며, 투자자이고, 경영자이다. 현재 우리의 농업은 생산과 가공 및 유통의 분업, 경종과 축산의 분업, 농산물도 품목별로 분업화하여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가족농은 존립하기 어렵다. 지역농업체계는 붕괴될 것이며, 농촌지역은 산업도시에서 거리가 먼 곳부터 소멸될 것이다. 셋째, 가족농 단위의 소규모 경축순환농업은 ‘적정한 규모’로 경영할 때 경제성이 발생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가 내 양분수지가 균형을 이룰 수 있으며 더 좋다. 규모가 너무 크면 영농비와 인건비가 많고 제값을 받기 어려워 소득은 감소할 수 있다. 경종과 축산을 함께 경영할 때 중복비용과 거래비용이 감축되어 범위의 경제성(economics of scope)이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영농비용 감소, 가족노동의 이용으로 인건비 절감, 고정투입요소의 공동 활용 등의 존재 등이다. 특히, 유기사료와 유기퇴비의 농가 내 자급률 제고는 가장 중요하다. 또한 축분뇨 처리비용 등도 최소화될 수 있다. 필자가 몇 년간 이를 실천하는 농가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를 실증 분석해 본 결과 그렇게 나타났다. 물론 가족농 단위의 경축순환 유기농업은 규모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소규모 농가 간 협업(협동조합 결성 등)을 통해 규모화를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생산-가공-유통-소비에서의 6차산업화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넷째, 축산물의 건강증진가치에서 경축순환 유기축산물이 우월하다. 몇 년 전 버거킹은 곧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축산물을 자사의 상품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이제 햄버거 원재료의 문제점에 대해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정보를 알게 된 것이다.

필자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돼지고기의 필수 지방산인 오메가3 함량은 순환유기축산이 평균 1.46으로 일반 돈육의 약 2.8배, 오메가6는 유기축산돈육이 평균 28.6으로 일반 돈육에 비해 2.5배 이상 많다. 또한 총포화지방산(SFA, S) 함량에 대한 총불포화지방산(UFA, U) 함량의 비율인 U/S 비율값이 순환유기축산 돈육이 2.93, 일반 돈육이 1.53으로 나타났다. 땅콩 지방 3.348에 근접한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걱정해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고, 맛도 더 좋아 소비자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 다섯째, 경축순환농업은 그 자체가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국제협약에 따라 축산분뇨를 바다에 버릴 수 없다. 소규모 축산은 공장식 대규모축산에 비해 축분뇨에 의한 환경부하가 작다. 사료 수입 또는 타 지역의 사료운송비와 사료마일리지를 줄일 수 있다. 전염병 예방도 된다.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위해 소규모 순환농업 농가를 육성·전환시키는 긴 정책적 안목이 절실하다. 그래야 가족농이 대다수인 농촌 소멸을 완화할 것이고, 식량주권을 보호할 것이며, 소비자들의 건강과 환경도 지켜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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