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추의 이용 역사’와 관련된 식량안보세미나에선 고추가 긴 역사를 가진 우리 대표 작물임이 강조됐다.

‘고추의 이용 역사’ 세미나
권대영 한식연 박사 주장
"47만년 전 2가지 고추 존재
유전자 분석 등 통해 규명" 

"후속 연구 뒤따라야" 의견도


고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전후가 아닌 짧게는 수십만년, 길게는 수백만년 전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3월 28일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선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주최로 ‘고추의 이용 역사’와 관련된 식량안보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권대영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고추 이용의 역사, 고추 전래의 진실’을 통해 한반도에 고추가 재배된 역사를 되짚어봤다.

▲우리 고추의 이용 역사는=권 박사는 “농경학적으로 고추가 한반도에 어떻게 해 경작되고 주된 작물이 되었는지, 식품 과학적으론 고추장과 김치가 어떻게 발견돼 발전돼 왔는지를 식품과학과 생물학 등 현대과학과 고문헌을 분석해 규명했다”고 밝혔다.

권 박사는 “유전자 분석으로 고추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고추로 대표되는 매콤달콤한 고추와 중남미의 아히(aji)로 대표되는 매운 고추가 분화된 것은 175만년 전으로 알려졌다”고 전제했다. 이어 권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계속 재배해 왔던 우리 고추 품종의 유전자 분석 결과 이미 47만년 전에 우리나라에 분화된 고유의 품종으로 밝혀졌다. 즉 47만년 전에 이미 두 종류의 고추가 존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며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후에 진화돼 두 품종으로 나눠졌는지, 두 개의 매우 비슷한 다른 품종이 들어와서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 두 고추가 매우 밀접한 것으로 보아서 다른 품종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가능성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다음 진화돼 분화됐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고추가 적어도 수백만년 전에 유입됐을 가설이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 박사는 “고추가 임진왜란 때 일본을 통해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기록은 단 하나도 없다. 또한 문헌학적으로도 임진왜란 이전의 수많은 고추와 김치, 고추장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며 “오히려 고추가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들어갔다는 기록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학적으로도 고추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진화되고 우리 고추가 되려면 수백만년이 걸리고, 농경학적으로 고추가 임진왜란 때 들어와서 우리나라 전국에서 재배되려면 수백년이 걸리며, 식품학적으로 우리 고추 품종에서 고추장과 김치를 동시에 발견해 전국으로 다 알려진 대표 식품으로 발전하려면 수천년이 걸린다”며 “생물학적으로 결론을 내리면 우리나라에 고추가 길게는 몇 백만년 전, 짧게는 몇 십만년 전부터 우리 고추로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더 많은 공감대와 공조가 필요=이날 세미나에서 종합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들도 고추 이용 역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다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혜영 용인대 교수는 “이번 발표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고추의 진화 계통 수와 유전 정보가 알려져 있는 이상 유입 경로에 대한 보다 확실한 학문적 연구가 가능해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 등 다른 국가와의 공조 필요성도 제기됐다.노봉수 서울여대 교수는 “이런 주장이 나오는 데까지 수고한 권대영 박사팀에 박수를 보낸다”며 “권 교수만의 주장이 아니라 다른 많은 과학자들이 이에 대한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중국 쪽에서 이와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류기형 공주대 교수도 “중국도 우리나라와 같이 고추의 전래에 대해 1592년(임진왜란) 전래설이 양립하므로 중국을 비롯한 연변, 북한 등과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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