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논산 자강영농조합법인

▲ 자강영농조합법인 김남형 대표(80)가 이모작으로 올해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유기농 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합원 전원 ‘유기농인증’ 획득
품종·종자·육묘 통일하고
공동 농작업·공동 구매 추진

고품질 친환경쌀 생산으로
생산단가 낮추고 판로 확보
월 평균소득 두배로 ‘쑥’

올부터 밀·보리 이모작 추진
가공·유통사업도 도전 주목


소득이 적고 일자리가 없어 젊은이가 떠나버린 농촌, 그래서 아기 울음소리 끊기고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는 농촌, 과연 살릴 길이 없는 것일까. 그것은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현재 남아 있는 농민들, 특히 고령농들의 소득을 올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중소농을 마을단위로 집단화하여 규모화를 꾀하고, 하늘과 땅 그리고 물을 살리는 자연과 공생하는 농업으로 소속농가들의 소득을 올리기 위해 힘쓰고 있는 충남 논산시 소재 ‘자강영농조합법인’의 지속가능한 농촌사회 건설 목표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2007년 연무농협 자강작목반으로 출발해 2012년 법인으로 전환한 이곳은 평균 논 1.6ha 정도의 중소농이면서 평균 연령 70대인 12농가가 소속돼 있다. 이들 조합원들은 법인 조직 이전만 해도 관행농법에 의한 벼농사에 의존하는 구조로 월 평균 농업소득이 42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조합원 전원이 유기농인증을 받아 철저한 친환경농업을 실천했고, 여기서 생산된 고품질 친환경쌀은 전량 계약재배로 연무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에 납품되면서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됐다. 여기에 육묘‧이앙‧건조 등의 공동 농작업을 통한 생산단가 인하와 친환경 농자재 공동 구‧판매 등으로 소득이 올라가기 시작, 현재의 농가당 월 평균소득은 직불금을 포함해 100만원에 육박한다.

이 법인은 조합원들의 경영관리기록부(영농일지) 작성과 친환경농자재 활용, 농작업 및 생산지침서 등을 통해 고품질 친환경쌀 생산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특히 지침서에는 품종‧종자‧육묘 등 농법을 통일하고 헤어리베치 등 녹비작물 재배 의무화와 함께 공동작업 불참시에 1회당 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같은 친환경농법 실천 덕에 메뚜기와 잠자리가 돌아왔고, 학교급식 대상 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를 초청해 메뚜기 잡기 체험행사 등을 열면서 자연스레 이곳에서 생산되는 고품질 친환경쌀의 우수성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자강영농조합법인의 잘사는 농촌 건설을 위한 노력은 이제 시작이다. 100만원도 채 안되는 조합원들의 월 평균 농업소득은 노후생계비 160만원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로 오는 5월부터 내년 5월까지 1년여간 추진하는 ‘친환경농업 기반 구축사업’이 그것이다.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은 벼농사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소득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2모작으로 밀과 보리를 생산하고, 앞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까지 활용하는 가공‧유통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 사업은 자부담을 포함, 모두 18억여원을 들여 이미 구축된 친환경 쌀 생산 설비 외에 저온창고, 정미‧정맥 및 분쇄 설비, 면(우리밀 국수 등) 제조 설비 등 가공시설을 갖추고, 장기적으로 자가생산 식재료만 사용하는 유기농식당을 운영하는 것이다.

법인은 앞서 가공시설 투자비가 과다 투입되지 않도록 향후 지역에서의 생산가능물량을 예측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가공‧생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 설계를 끝냈다. 또한 올해부터 유기농 밀 본격 생산을 위해 지난 3년여간 시행착오를 겪는 등 시험재배를 거쳐 5300㎡(1600평)에서 파종을 마쳤다.

18년 전 귀향해 법인을 이끌고 있는 김남형(80) 대표는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돼 안정되면 조합원들의 소득이 연평균 5천만원대까지 올라갈 수 있고,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효과까지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매출액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토지‧자본 용역비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면서 “작목반 또는 마을단위의 친환경가족농가도 규모화를 꾀할 수 있게 농지의 장기임차 또는 매수를 활발히 할 수 있도록 관련법규를 개정하고, 편법 또는 투기성 부재지주가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혼자서 행동할 때보다 협력할 때 많은 효과를 올린다”면서 “지속가능한 식량체제의 근간인 중소농을 조직화, 그들이 농업과 농촌 발전의 중심에 서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농업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부분이 고령농인 우리 농촌현실에서 이들의 활용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고령농들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복지를 향상시켜야 하며, 이를 통해 고령자들의 일자리 확보는 물론 그들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케 하면 국가의 복지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농업소득이 올라가면 별도의 정책을 쓰지 않더라도 귀농‧귀촌은 줄을 이을 것이고, 젊은이가 돌아와 농촌은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고령농이면서 중소농들이 협업을 통해 친환경농산물 생산은 물론 이를 활용한 가공‧유통까지 참여하려는 자강영농조합법인의 지속가능한 농촌사회 건설 목표는 농정의 올바른 대안이 될 수 있다.

장용문 본보 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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