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에서의 농산물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8일 가락시장 경매장에 농산물이 출하되고 있는 모습.

설 이후 소비 침체에
날씨 풀리면서 물량 증가

청양고추·토마토·오이 등
다수 품목 바닥세 불구
농식품부 “안정세” 발표 도마위
“소비자물가만 중요한가” 논란


설 이후 소비 침체와 기온 상승으로 인한 산지에서의 물량 증가가 맞물려 농산물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라거나 일부 상승한 품목을 특정 조명해 아직 가격이 높다는 식의 발표도 이어져 농가들의 답답함이 가중되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2월 28일 현재 농산물 전체의 가격 표준지수는 평년 100p기준 87.63p로 2월 하순 들어 계속해서 평년의 80%대 수준에 시세가 머물러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주요 농산물 수급 동향을 봐도 2월 중순까지 한파, 설 명절 수요 등에 따라 일부 품목이 높은 시세를 보였으나 최근 기상 여건이 호전되면서 주요 농산물 시세가 평년 대비 낮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노지채소는 한파 피해를 입은 무 등 일부 품목이 최근까지 평년 대비 높은 시세이나 그 이외 시세는 평년 대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품목이 많은 것이다.

특히 농식품부가 도매가격 동향을 조사한 2월 23일 기준 청양고추는 평년 대비 61.2%, 토마토는 56.8%, 배는 36.4%, 오이는 29.6% 각각 하락하는 등 다수 품목은 시세가 바닥세에 머물러 있다.

이런 농산물 동향과 달리 최근의 농산물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식의 발표가 나오며 가뜩이나 시세 하락에 힘겨워하는 농가들에게 또 한 번의 아픔을 주고 있다. 농식품부에서도 상승보다 하락한 품목이 더 많았던 것을 비롯해 전체적인 농산물 가격이 하락했고, 다수 품목은 바닥세까지 보이고 있음에도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은 안정세’라고 밝혀 농가와 괴리감을 보였다. 이 발표를 그대로 인용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며 ‘최근의 농산물 시세는 안정세’가 돼 버렸다. 특히 일부 언론에선 무 등 한파 피해가 채 가시지 않은 몇몇 품목을 앞세우며 ‘아직 농산물 가격이 높다’는 식의 편향된 소식도 전하고 있다.

지역의 한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관계자는 “좀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배 등 과일 가격을 보면 마음이 답답한데 이를 두고 안정화되고 있다고 하면 생산자는 없고 오로지 소비 물가만 중요하다고 여긴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최근의 농산물 시세가 안정세면 농가들은 안정하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수급조절 물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농산물 수급대책을 추진할 계획도 밝혔다. 배추와 무의 경우 정부비축 물량, 채소가격안정제 물량을, 사과와 배는 계약재배 물량 등 수급조절 물량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적기에 공급할 예정이다. 배추는 총 2만1000톤, 무는 4만9000톤이 대상이다. 특히 무의 경우 가정용 소비가 집중되는 주말에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을 통해 할인 판매를 실시한다. 아울러 출하 증가가 예상되는 시설채소류의 경우 할인행사, 단체급식 소비확대 등의 소비 촉진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원예농산물의 수급불안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산지협의회 및 의무자조금 확대 등 생산자조직화, 채소가격안정제 확대, 수급조절 매뉴얼 품목 추가 등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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