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시간당 60mm 폭우
괴산댐 수문 개방 늦어져
청천면일대 농가 수백억 손실

농가 “한수원 관리 부실 탓”
피해보상 청구소송 나섰지만
기약없는 최종판결에 ‘고통’ 

 

작년 7월 발생한 홍수로 괴산지역 농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농민들은 합당한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 결국 농민들은 법에 호소하는 마지막 선택을 했다. 괴산댐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한 것이다. 작년 11월의 일이다.

농민들이 한국수력원자력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이유가 있다. 시간당 60mm가 넘는 폭우는 작년 7월15일 밤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괴산댐의 수문은 만수위를 겨우 5cm 남겨둘 때까지 전면 개방되지 않았다. 이 탓에 댐 상류인 청천면 일대가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또 16일 오후 일시에 수문을 열면서 댐 하류지역인 칠성면, 괴산읍, 감물면 일대가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해 수 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농민들은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산하 괴산댐관리소의 관리부실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들의 주장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다. 괴산댐은 만수위가 137m인데 홍수가 집중됐던 7월15일을 이전에도 134m의 수위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만수위까지 겨우 3m의 여유만 있었던 셈이다. 결국 홍수조절 능력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또 청천면 일대 상류지역 농민들이 수 차례 수문개방을 요구했으나 관리사무소측이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수문 개방이 늦어졌고 피해가 커졌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수해 이후 농민들은 수도 없이 피해보상을 요구해왔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찾아가 책임을 묻기도 했고 집회를 열기도 했다. 국토부와 산자부 등 정부를 상대로 애원도 했다. 국회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뚜렷한 답을 얻지 못했다.

농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처음에는 피해를 본 농가 200여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현재 피해보상 소송까지 참여하는 농가는 6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거대 공기업을 상대로 이길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작용한 탓이라고 한다.

대책위원회 유경수 위원장에 따르면 피해금액은 320억원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소송을 통해 보상받겠다는 것이다. 소송에 참여한 농민들은 50만원씩 갹출을 했다. 변호사 비용 3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측은 법부법인 태평양이라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5명을 선임했다고 한다.

유경수 위원장은 “한수원측은 천재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정 억울하면 소송을 하라’고 하길래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는 1월에 첫 공판이 예정됐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수원측의 요청으로 3월7일로 연기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승소 여부를 떠나 최종 판결을 기약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유 위원장은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동안 농민들은 또 지칠대로 지칠 것이다. 이러니까 재해가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괴산=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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