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FTA 폐기를 위한 농수축산대책위원회와 FTA대응 대책위원회 소속 대표들이 지난달 31일 한·미FTA 2차 협상이 열리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한·미FTA 2차협상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지식 한농연 회장이 한·미FTA 개정협상 중단과 즉각폐기를 주장하는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한농연 등 농민·시민단체 
2차 회의장 앞 기자회견


미국이 최근 한국산 세탁기 등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일방적으로 발동한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2차 회의가 개최되면서 한미 FTA의 즉각 폐기를 요구하는 농업계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한미 통상당국은 1월 31일과 2월 1일 양일에 걸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 FTA 개정협상 2차 회의를 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양측은 1월 5일 워싱턴DC에서 가진 제1차 협상에서 제기된 한미 FTA 개정 및 이행 관련 각각의 관심 분야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양 측이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양 측은 빠른 시일 내에 3차 회의를 미국에서 개최키로 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1월 22일(현지시간) 한국산 제품(세탁기 및 태양광 셀·모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이후 관련 국내 산업의 피해가 커지는 등 파장이 확산되는 와중에 열려 한미 FTA 협상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농업계의 목소리가 더욱 거셌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농수산대책위원회 등 농업 및 시민사회 단체들은 31일 오전 롯데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가 미국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불공정 협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미 FTA 개정협상의 중단과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며칠 전 미국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우리나라를 정면으로 조준해, 세탁기와 태양광 모듈에 대한 보복관세 조치를 강행했다. 이 조치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다자간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원칙적으로 하지 않기로 한 한미 FTA를 위반한 것”이라며 “미국은 한미 FTA가 있건 없건 자신의 입맛대로 무역 보복을 가할 것임을, 한미 FTA는 자신들에게 유리할 땐 활용하고, 불리할 때는 무시해버릴 것을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미국 농축산물에 대한 맞보복 관세 부과, 한미 FTA 파기 등 우리 정부의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이들은 “쇠고기 등 미국산 농축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맞보복 관세 부과 등을 통해 한미 FTA를 파기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우리 정부는 그렇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의 강도적 통상압력을 한미 FTA를 파기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김지식 한농연 회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한국산 세탁기 등에 대해 세이프가드가 발동된 것에 대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며 “한미 FTA 발효 5년 동안 한국의 농축산 분야는 궤멸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측의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도 보복 관세와 한미 FTA 폐기 등의 카드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관련 협정에 합치되지 않는 과도한 조치라고 보고, WTO에 제소하는 등의 적극 대응 방침을 세웠다.

한편 농업 및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국민행복농정연대’가 1월 16일부터 전개한 ‘한국 농축산업 보호를 위한 한미 FTA 개정 서명운동’에 1407명의 농민과 농민단체, 소비자들이 동참했다. 이 결과는 통상 당국과 국회 등에 전달될 계획이다.

서명운동 참가자들은 “정부는 금번 협상에서 ‘추가개방은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협정 폐기를 불사하며, 특히 농축산업 분야에서 관세 감축률 축소, 관세 철폐기간 연장, 수입쿼터 축소, 세이프가드 개선 등 우리 농축산업을 최대한 보호하는 데 공세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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