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정책기획부장,
농학박사,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지난 2017년 세월호 사건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안전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북 군위 양돈장에서 지난해 5월 12일 외국인 노동자 2명이 질식으로 사망했고, 잇달아 5월 27일 경기도 여주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2명 사망, 1명이 중태 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긴급 안전경보를 발령하며 6월 1일 청와대 비서관 회의까지 개최했고, 고용노동부 및 한국안전관리공단에서 양돈장 안전사고 집중점검 및 단속이 이뤄졌다.

해빙기, 안타까운 안전사고 빈발

매년 해빙기를 중심으로 양돈장에서 질식사고로 인해 아까운 생명을 잃어버리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1월 중순 경북 영천에서 농장주 한 명과 직원 한 명이 질식사고로 21시간 만에 겨우 의식을 차린 위험천만한 사건이 이미 발생됐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 돼서는 안 된다. 지난해 사망사고가 난 외국인 근로자 친형의 인터뷰를 보면서 우리의 잘못을 새삼 뉘우쳤다. 이미 법과 규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관리해 온 것이다.

현행 법률은 질식사고 예방을 위해 매우 강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2조의2’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19조’에 따라 질식공간이 있는 사업장은 첫째, 정기적 직원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둘째, 질식 공간 외부에 출입금지 표지를 부착해야 한다. 셋째, 질식공간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공기상태를 측정하고 환기 후에 들어가야 하며, 넷째, 공기상태 측정 장비 및 안전장비를 구비해야 한다.

이러한 법적 기준을 어겼을 때는 의무사항 미이행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 진다. 즉, 의무사항 미이행 시에도 과태료 수준이 아닌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것이다.

사전 조치없이 밀폐공간 진입안돼

축산 농가들이 실천해야 하는 사항은 크게 2가지다. 일단 어떠한 경우에도 사전조치 없이 액비저장조나, 축사 바닥 슬러리 저장조 등 밀폐공간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가축분뇨가 부패될 경우 사람을 즉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황화수소가 발생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숨을 들이키는 순간 쓰러지게 된다. 양돈장의 질식사고가 항상 여러 명이 함께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이 때문이다. 앞서 내려간 사람이 너무 갑작스레 쓰러지자 다음 사람이 이를 구하려고 들어가서 쓰러지고 또 쓰러지는 것이다. 10여년 전 제주도에서 5명이 사망한 사고도 이러한 경위로 발생됐다.

부득이 저장조 등으로 들어가야 할 경우 유해가스를 측정하고 환기를 시킨 다음에 들어가야 하며, 관련 장비가 없다면 인근 한국안전공단에서 임대도 가능하다. 사전 측정 시 황화수소 농도가 낮다 하더라도 작업을 할 경우 황화수소가 크게 발생될 수 있는 만큼 가급적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최소한 외부에 한 사람이 대기해 즉시 신고할 수 있도록 사전에 직원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는, 액비탱크 등 밀폐시설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밀폐공간이 있다면 법적 의무인 관련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지난해 양돈장 일제 단속 시, 대한한돈협회와 고용노동부의 사전 협조가 없었다면 몇 십 만원 벌금이 아닌 형사 처벌을 받은 농가들이 많았을 것이다. 축산 농가에서는 법적 의무 사항인 직원 교육과 위험표지 부착, 측정 장비 구입, 임대기록 등을 반드시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돈자조금을 통해 배포한 위험표지 스티커, 외국인 노동자용 13개어 교육자료 등을 활용하면 된다. 또한, 질식사고 외에도 액비저장조 등에는 난간을 설치하거나 저장조 높이를 1m 이상 높여 추락 사고를 예방하고 각종 농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스스로 없애려고 하는 세밀한 노력이 필요하다.

질식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 시급

우리 축산현장에는 부득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불법체류자 등은 농장 내에서 위험하고 험한 일을 도맡아 하기가 일쑤다. 그래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들도 꿈을 안고 우리나라로 들어 온 소중한 인명이다. 말 안 통하는 외국인에게 직원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번거롭고 각종 위험표지 부착과 측정 장비, 환기 휀 등의 임대와 구입이 복잡한 일이겠지만, 이것은 법적인 의무이자 근로자를 책임지는 농장주의 의무다.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통해 축산농장에서 안타까운 생명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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