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얼마나 수입됐나
87만7882톤·13억7257만달러
1년 사이 6만6000톤 급증

▶품목·수입선 다양화
체리·라임·망고 1만톤 이상 반입
수입국 다변화 경향도 뚜렷
인기 높은 체리·망고는
우즈베키스탄·인도 등으로
수입지도 넓어져

▶국산 과일 소비 타격
품목 가릴 것 없이 연중 수입
제철 과일 직접 경쟁 불가피


지난해 수입 과일 규모가 역대 최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중량은 2016년, 수입 금액은 2015년을 넘어섰고 완만하던 증가 폭도 가파른 흐름을 타고 있다. 이는 수입 과일의 품목이 증가하고 있고, 주 수입 품목 중에서도 수입 산지가 넓어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산 과일·과채 주 수확 및 출하기와 맞닿는 수입 품목이 많아져 국내산 과일의 설자리도 더욱더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체 수입 과일 규모=지난 15일 집계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17년 수입 과일(과실류) 규모는 중량으론 87만7882톤, 금액으로는 13억7257만달러로 확인됐다. 이는 중량으로는 2016년 81만1075톤, 금액으로는 2015년 12억8965만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물량과 금액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가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5년간의 수입 과일 흐름을 보면 수입 과일은 중량 기준 2013년 73만1478톤에서 2014년 74만2197톤, 2015년 77만9331톤, 2016년 81만1075톤 등 해마다 증가 폭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1년 새 6만6000여톤이나 물량이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바나나가 43만7380톤이 들어와 가장 많이 수입된 수입 과일 품목으로 집계됐고, 이어 1만톤 이상 수입된 품목을 보면 오렌지(14만1572톤), 파인애플(7만8998톤), 포도(5만5934톤), 키위(2만8147톤), 체리(1만7661톤), 라임(1만5633톤), 망고(1만3426톤) 등의 순으로 수입 물량이 많았다.

▲수입 품목과 수입국 다변화=전체적인 수입 과일 시장은 확대되고 있지만 품목 세부적으로는 변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수입 과일의 대표 품목이라고 인식되던 포도와 오렌지 등이 주춤하고 있다. 2004년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급격히 증가했던 수입 포도는 2012년 처음으로 5만8531톤으로 5만톤을 넘은 이래 2013년 6만2963톤, 2014년 6만4142톤, 2015년 7만938톤 등 물량이 증가하다 2016년 5만3252톤, 2017년 5만5934톤 등 다시 5만톤 선으로 감소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렌지 역시 2012년 17만3942톤까지 수입됐지만 2017년엔 14만1572톤에 그쳤다.

이는 수입 품목이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지난해 최대 규모의 수입 과일이 들어왔지만 1만톤 이상 수입된 9개 주요 수입 과일 품목 중 지난해 역대 최대 물량이 들어온 품목은 체리와 망고 두 개 품목에 불과했다. 그만큼 신규 품목 진입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체리와 망고도 모두 2014년에서야 처음으로 1만톤을 돌파한 품목이 됐다.

바나나, 파인애플, 오렌지 등 주요 수입 품목의 수입국도 다변화되고 있다. 바나나의 경우 최대 수입국인 필리핀에서 2017년 들어온 물량이 2011년과 2012년에 들어왔던 물량보다 적었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최근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에콰도르에서 들어온 바나나 물량은 2014년 38톤에서 2015년 5823톤, 2016년 2만5681만톤, 2017년 4만4333톤 등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역시 필리핀이 주 수입국인 파인애플도 2016년 300kg밖에 들어오지 않아 사실상 수입 집계가 잡히지 않았던 인도네시아의 수입 물량이 2017년엔 1997톤이나 들어오는 등 여러 나라에서 수입되고 있다.

지난해 최대 물량이 수입되는 등 최근 들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체리와 망고는 더욱더 이런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산이 최대 수입국인 체리의 경우 2015년까지 수입되지 않았던 칠레산 체리가 2016년 689톤에 이어 지난해엔 1209톤까지 증가했고, 호주, 뉴질랜드, 우즈베키스탄 등에서도 수입되며 연중 수입 체리를 시장에서 볼 수 있게 됐다. 태국과 필리핀이 양분했던 망고 시장 역시 대만, 페루, 베트남, 호주, 인도 등 수입 지도가 넓어지고 있다.

▲국내산 과일·과채와 수확, 출하기 맞물려=남반구와 북반구를 넘나드는 등 품목과 산지가 넓어지며 연중 수입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국내산 과일 소비에도 더욱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미국산 체리가 수입 체리 시장을 독점했을 때엔 미국산 체리의 99% 이상이 5~8월에 한정돼 들어와 이 시기가 주출하기가 아닌 사과나 배, 감귤 등의 주요 과일류 및 딸기 등의 과채류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 이들 품목의 주출하기인 겨울철엔 남반구인 칠레, 호주, 뉴질랜드에서 체리가 들어와 직접적인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수입 포도 역시 칠레산 포도의 주 수입 시기는 2~4월로 한정돼 있었지만 미국과 페루와의 FTA 체결로 이제 그 이외 기간에도 7~12월엔 미국산, 11~3월엔 페루산 포도가 집중적으로 들어와 연중 수입 포도 출하 수급 체계가 갖춰지게 됐다. 실제 지난해 3만4454톤이 수입된 칠레산 포도는 2~4월에 3만2596톤이, 1만4539톤이 수입된 미국산 포도는 7~12월에 1만2057톤이 들어왔다. 페루산 포도는 지난해 국내에 반입된 6549톤 모두가 1~3월과 11~12월에만 들어온 물량이었다.

이는 2004년 칠레와의 FTA를 체결하면서 과수 농가의 우려를 불식시키려한 ‘수입 포도가 들어오는 시기가 국내산 포도의 수확기와 달라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논리와도 이제 맞지 않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