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락시장의 수입 바나나가 올해부터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 운영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가락시장에 반입된 수입 바나나.

▶지정 근거는
수입업체가 공급량·가격 주도
상장거래 통한 가격형성 의문
중도매인 절반 “거래가격 불만”

▶도매법인 왜 반발하나
농안법 지정요건에 해당 안돼
수입 당근 같이 위법소지도
“유통상황 제대로 이해 못해”


서울 가락시장의 수입 바나나 상장예외품목 지정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법원이 수입 당근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이 도매시장 개설자의 재량권 일탈이라는 위법 판결 결정을 내린 직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또 다시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수입 바나나 상장예외품 지정의 근거를 둔 것은 소위원회의 결정이다. 소위원회는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의 바나나 거래실태 조사와 평가를 통해 지난해 7월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서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결론냈다.

소위원회는 수입 바나나는 수입 업체들이 공급량과 거래가격을 주도하고 있어 법인들이 상장거래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하거나 가격발견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정가·수의매매 거래 시 상품주문이나 접수 및 하자처리 등이 법인이 아닌 중도매인이 수입업체와 직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형식적인 정가·수의매매 형태로 기록상장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장거래에 의해 중도매인이 수입 바나나를 매입하는 것은 현저히 곤란하기 때문에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의 근거로 작용한 것의 하나가 중도매인들의 설문조사다. 서울시공사는 가락시장 5개 법인의 중도매인 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행 거래가격 만족도가 53%, 불만족이 47%로 나타났다. 또한 거래제도 만족도는 만족이 58%, 불만족이 42%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도매법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당장 수입 바나나 상장예외품목 지정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정한 상장예외 지정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입 바나나 역시 수입 당근 상장예외품목 지정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위법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중도매인 설문조사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청과와 서울청과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중앙청과의 경우 118명의 중도매인 가운데 105명(89%), 서울청과는 70명 중 66명(94%)가 수입 바나나를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들 외에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서울시공사가 지난해 7월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열어 수입 바나나를 상장예외품목 지정 제안 배경으로 꼽은 이유다. 당시 서울시공사는 형식적인 상장거래로 수수료를 부과함에 따라 가락시장의 바나나 가격이 타 시장에 비해 비싼 편으로 경쟁력이 취약해 질 수 있고 일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수입 바나나 유통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수입 바나나가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가격 하락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가락시장이 대표 가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락시장의 가격이 하락하면 이를 반영해 다른 도매시장은 물론 대형 유통업체와의 거래 가격도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가락시장의 가격은 현재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락시장은 좋은 상품들만 보낸다. 그래서 수입 바나나가 상장예외품목으로 풀려도 서울시공사가 기대하는 것처럼 중도매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사기는 힘들 것”이라며 “오히려 인근 시장과의 가격 차이가 더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매법인과 출하자들은 수입 바나나의 상장예외품목 지정이 위축된 국내 과일산업을 더 어렵게 만드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뜩이나 수입 과일의 국내 식탁 점령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상장예외품목 지정은 무분별한 수입 바나나 구매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시공사의 상장예외품목 지정 결정은 수입 바나나의 영업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우리 농업인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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