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연구보고서 
"살처분 의존은 한계 달해"
방역정책 개선책 등 제시
동물복지농장 확대도 주장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입힌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잠잠해진 뒤 최근 들어 또다시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가운데 동물복지농장의 확대와 전략적 백신사용 정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AI 방역정책의 개선방안을 담은 ‘가금농장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의 사전예방 및 대응체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AI 방역정책에 대해 △예방 △진단 △소독 △살처분 △백신 △피해보상 △방역체계 △사육방식 △유통 등으로 구분해 각각의 한계점과 개선책을 제시했다.

국내 AI 방역대책은 주로 살처분 뒤 매몰하는 방식이지만, 매년 극심한 피해가 발생하면서 살처분 인력과 매몰지가 부족한 상태다.

AI 긴급행동지침에 따르면 AI 발생 시 24시간 이내에 살처분 및 폐기처리 하도록 돼 있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지난해 말 AI에서는 10만마리 살처분에 5~6일이 소요된 것으로 드러났다.

살처분에 투입되는 인력은 훈련받지 않은 일용직 근로자는 물론 외국인 근로자마저 투입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AI는 올해 5월까지 6개월가량 이어졌고, 전국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3700만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국내에 AI가 처음 발생했던 2003년 살처분된 가금류는 528만마리로, 피해 규모가 7배 이상 늘어났다.

보고서는 주요 개선방안으로 △축종별 단위면적당 적정 사육기준의 강화와 총량제 도입 △동물복지농장 확대 △전략적 백신정책 도입 △신속한 확진 위한 진단기관 확충 △24시간 이내 살처분·매몰을 위한 인력·매몰지 확보 체계 구축 △농가 방역수준에 따른 차등적 보상 체계 마련 △방역체계 위기경보 단계 간소화 등을 제안했다.

전략적 백신정책은 반복적으로 AI가 발생하는 고위험 지역인 철새 도래지 인근 농가에 대해서는 예방 백신을 시범 적용하고, 보존가치가 높은 희귀조류나 종보존 개체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백신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AI 백신의 상시 사용은 장단점을 모두 가진 양날의 검이어서, AI 전문가도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있다”라면서도 “AI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살처분에 의존하던 방역정책은 한계에 달했다”라며 전략적이고 제한적인 백신 사용 검토를 제안했다.

수원=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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