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가 7일 경남농업기술원 이전 예정지를 찾아 굴착기로 땅을 파며 현장 확인활동을 펼쳤다.

도의회 농해양수산위 현장 확인
배수 불량, 습지·미숙답 많아
작물 생육연구 부적합 의견
“심층적 검증 거쳐 결정해야”


경남농업기술원 이전 예정지의 적합성에 대한 심층적인 검증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예상원)는 지난 7일 경남농업기술원 이전 예정지인 진주시 이반성면 대천리 일대 들판을 방문해 현장 확인활동을 벌였다.

경남도는 진주시 초전동 소재 현 농업기술원 주변의 도심화로 연구기능의 어려움이 커지자 농업기술원 이전을 추진 중이다. 약 150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전망이다.

진주시 이반성면 가산리·대천리 일원 61만4687㎡(대지 31만9054㎡, 토지 29만5633㎡)가 이전 예정지 토지거래계약허가구역으로 지난해 12월 지정됐다.

위원회는 지난 7월 이곳을 첫 방문해 우려를 제기했다. 습지 및 미숙답이 많아 작물생물환경에 부적정하기에 농업기술원 고유 업무인 작물연구를 위한 부지로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었다. 성토계획의 경제적 비효율성과 지역별 부지 보상가 산출비교의 부적정성도 지적했다.

이번 현장방문에서는 굴착기를 동원해 땅 파기 작업을 벌이며 이 지대의 토양이 작물 생육 조건에 적합한 지, 습지 및 미숙답은 아닌 지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경남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연구포장 이전예정지의 38%가 배수우수, 23%가 배수불량, 15%가 배수중간 지대로 분류되고 있다.

위원회는 연을 재배중인 배수우수지대 땅을 먼저 팠다. 농업경영인 출신인 예상원 위원장이 직접 굴착기에 올라 시운전을 보이며 땅파기 작업을 구체적으로 지휘했다. 하천에서 가까워 퇴적토가 많아서인 듯 이 지점의 토질은 양호했다.

그러나 200~300m 떨어진 선상지는 배수불량이 심각했다. 매우 가문 날씨가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벼 수확을 갓 끝낸 논에는 땅을 파지도 않았는데 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이 논 옆에서 연을 재배중인 논을 굴착기로 퍼 올리니 포클레인 첫 삽부터 묽은 진흙층이 올라왔다. 구덩이엔 곧 물이 고였다. 이 지점 인접 또 다른 논에는 배나무가 있었는데, 복토작업이 기형적이라고 할 만큼 매우 높게 이뤄져 배수불량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벼를 얼마 전에 수확한 배수중간지대의 땅을 팠는데, 이곳에도 구덩이 아래쪽에 물이 새어나왔다.

진병영 부위원장도 “퇴적층을 보니 이 물은 옆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고일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곳의 땅을 가져와 성토를 해서 보완을 하겠다는데, 과연 얼마나 막대한 양의 흙을 쏟아 부어야 우려점이 해소될 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예상원 위원장은 “배수상태가 중간이라고 해서 그나마 나을 줄 알았는데, 이 가뭄 속에 생각보다 훨씬 많은 물이 솟아났다”면서 “이런 곳에 과수를 심으면 심중팔구 뿌리가 썩어 제대로된 작황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들판은 가까이에 야산도 많아 각종 해충 유입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예 위원장은 “세금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성토를 해야 한다면, 과연 이곳에 농업연구시설을 지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면서 “농업기술원 이전예정지의 적합성을 얼마나 챙겨봤는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따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농업기술원 입지는 다른 기관과 달리 정치력이나 지역이기주의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농민에게 얼마나 기술농업을 제대로 전수해 줄 수 있는 곳인지가 가장 고려돼야 한다”면서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보다 심층적 검증을 거친 후 결정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진주=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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