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추석에 날씨 춥지 않아
김장 수요시기 늦어져
출하량 증가 속 소비 주춤

낮은 시세에 산지 계약파기 속출
내년 설시장까지 여파 우려
“큰 추위라도 와야하나…”
정부·지자체 대책 마련 목소리


11월 중순에 들어서며 김장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배추와 무의 최대 성수기인 김장철이 도래했음에도 시장에선 아직 김장 열기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 있다. 낮은 시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소비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밤 찾은 국내 최대 배추와 무 취급 전문 도매법인인 대아청과의 경매 현장에선 이 같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감지됨과 더불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유독 높았다.

“추석을 목전에 둔 9월말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해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들이 가락시장을 계속해서 찾았습니다. 그때 우리는 추석 이후 시장에 대한 대비를 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는데 오로지 추석 물가 잡는 데만 혈안이 돼 있었습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유통 종사자들의 다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중도매인은 추석 전 가락시장을 방문했던 주요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만일 이번 김장철 가격이 폭락하면 이는 우리의 우려스러운 경고를 새겨듣지 않은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주장했다. 
 


출하를 위해 시장을 찾은 충남 아산의 한 산지유통인도 “태풍 차바의 영향에다 그 이전 낮은 시세로 재배면적까지 줄어 지난해 김장 및 월동채소 시세가 비교적 괜찮았고, 지난여름 가을배추 파종기에도 나쁜 시세는 아니라 면적이 많이 늘었다. 여기에 생육기였던 가을철 날씨도 좋아 출하량이 상당히 많을 것이란 전망이 계속해서 제기됐고, 시세 하락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며 “그러나 정부 대책이 나온 건 통계청이 가을배추와 무 재배 면적을 발표하던 10월말, 그러니까 김장철 바로 직전이었다”고 지적했다.

늘어나는 물량 못지않게 우려스러운 건 이 물량을 소화할 소비 기간도 길지 않다는 점이다. 늦은 추석 여파에다 날씨까지 그리 춥지 않아 올해 유독 김장 수요 시기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행서 대아청과 경매과장은 “10월 긴 추석 연휴에 날씨까지 포근하기 때문에 김장 수요가 뒤로 밀리고 있다”며 “김장철이 시작됐다고 하지만 수능일인 16일 이후가 돼야 김장 분위기는 느껴질 것 같다”고 전했다.

낮은 시세가 이어지면서 산지에선 계약파기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올 김장철 농가의 어려움은 유독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선 시세를 올리려면 ‘큰 추위’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김장철 상황이 계속해서 좋지 못하면 이 여파가 겨울 물량은 물론 내년 설 시장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매를 마친 뒤 만난 김기영 대아청과 이사는 “이미 산지에선 계약 파기도 자주 발생하고 있어 올 겨울 농가의 어려움은 유독 가중되고 있다”며 “어쨌든 김장하는 소비자들이 있어 김장철은 지나간다 해도 (생산량을 줄일 만큼의) 큰 추위가 없다면 월동시장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그는 “시세가 좋지 않다고 출하를 지연해선 월동은 물론 내년 설 시장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 상품성이 좋은 물량을 중심으로 출하는 순차적으로 전개돼야 한다”며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에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락시장에서 10kg 상품 기준 배추 도매가격은 7일 3581원, 9일 4084원을 기록하는 등 11월 들어 3000원 후반에서 4000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다. 무는 18kg 상품 기준 9일 7026원이 나오는 등 7000원 내외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11월 배추 평균 도매가격은 지난해 7960원, 평년엔 5640원이었고, 무는 지난해 1만6450원, 평년 1만350원이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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