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 최초로 충남도가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은 농업·농촌이 갖는 공공적이고, 다원적인 기능에 대한 보상정책이다. 이 시범사업은 2016년 3월부터 충남의 2개 농촌마을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고, 주요 내용은 식량자급과 농업생태, 그리고 농촌경관으로 구분이 된다. 시범사업을 위해 충남도는 130여개의 농가와 일대일의 대면협상과 농가별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을 통해 신청농가는 연간 최대 400만원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데,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하였을 때 지급된다. 그렇기 때문에 농가에서 신청한 내용을 수행하지 않으면 보상금을 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충남도의 시범사업은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폭 넓게 추진되고 있는 농업환경정책을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농업·농촌 공익적기능 보상 시도

충남도의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은 세부적으로 14개의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크게 구분해 보면 볏짚환원과 논두렁 풀 안 베기, 비료사용량 절감 등의 환경친화적 논농업 활동, 토종씨앗재배와 작물다양화 등의 밭 농업의 다양화활동, 둠벙 조성과 관리 등의 농업생태관리활동, 논 휴경, 겨울철 논습지 유지, 이모작 등의 겨울철 생태환경유지활동, 마을쓰레기 수거와 마을경관정비 등의 농촌경관관리활동 등이다. 실제 농가에서는 연간 400만원까지 신청 가능하지만, 농가에서 신청한 평균 금액은 300만원 정도였다. 그리고 농가의 실천율은 86.4%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환경적 요인으로 집행이 곤란했던 이모작과 겨울철 논습지 유지활동 등을 감안해 보면, 농가에서는 계약한 활동을 비교적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충남도가 시행하고 있는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은 농업·농촌의 공익적이고 다원적인 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활동에 대해서 농가와 직접 계약을 하였고, 농가에서는 계약한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그에 상응한 보상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기존 직불금제도와 큰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범사업에 참여한 농가는 보상금이 공짜 돈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농가에서 실천한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농가에서는 어떻게 하면 농업·농촌의 공익적이고 다원적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라는 자발적 고민도 하고 있다.

농업과 생태계의 공생가능성 확인

충남도의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 성과를 단언하기는 아직 곤란하지만, 다음 3가지의 성과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식량자급 활동을 통해서 친환경농업에 대한 참여의식이 높아졌고, 다양한 형태의 농작물을 재배하게 되었다. 그간 우리의 농가에서는 관행농업 중심으로 상업성이 높은 소수의 농작물만을 재배하였다.

둘째, 농업생태 활동을 통해서 농업과 농촌에서 식물계와 동물계의 생태순환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간 우리의 농업·농촌은 식물과 동물이 공존하지 못하는 단절적 생태계를 유지해 왔다. 셋째, 농촌경관 활동을 통해서 주민 스스로 농촌마을을 가꾸겠다는 의식이 증가하였다. 그간 우리의 농촌마을은 방치되거나 무질서하게 관리되어 왔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충남의 시범사업은 1년 6개월 정도 추진되었기 때문에 정책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충남의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은 농촌지역에서 환경공동체의 형성가능성, 그리고 농업과 생태계의 공생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충남도 프로그램 성과 면밀 검토를

지난 7월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의 도입(82번 국정과제)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개별 농가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향상할 수 있는 활동을 집적 수행하고, 그 활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문제점도 있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전면적으로 재검토가 되어야 하고, 시급히 도입·시행되어야 하는 2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 이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남도 농업생태환경프로그램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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