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난 재배농가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저가의 중국산·대만산 난립에 심비디움 수출이 어려워지자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작목을 바꿔 내수시장 공략에 나섰던 농가들은 지금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지난해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판로가 꽉 막힌 탓이다.

관공서나 공공기관, 대기업의 인사철이면 주고받던 선물용 난은 거래가 뚝 끊겼다. 청탁금지법상 선물이 가능한데도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 아예 난 선물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법 시행 이후 전국의 주요 난 경매시장의 거래실적은 크게 줄었고, 생산원가가 4000원선인 호접란 한 포기의 판매가는 3000원대로 떨어졌다. 폐업하거나 작목을 전환하는 농가가 늘고 있고, 남은 농가들은 밑지는 장사인 줄 알면서도 그냥 시설을 놀릴 수가 없어 울며겨자먹기로 농사를 짓고 있는 형편이다. 이대로라면 국내 난 산업 자체가 붕괴될 지경이다.

하루빨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난 산업의 위기를 불러온 결정적 요인인 청탁금지법 개정이 시급하다. 하지만 당장 법 개정은 어려운 만큼,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난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소비심리부터 회복시켜야 한다. 한편으론 화훼산업의 체질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공동계산·공동선별 등을 통해 규모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농가 조직화를 도모하고,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 등 수출 신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막기 위해 도입된 ‘청탁금지법’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법 시행 전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분석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했어야 함에도 그런 과정이 생략되는 바람에 애꿎은 농어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으니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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