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농업계가 또다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 따른 우려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추석 전에 청탁금지법을 개정해달라는 농업계의 요구에 국회가 반응하지 않은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했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도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개정안 6건 정무위 계류 중
김영록 장관, 취임 전부터
허용가액기준 완화 약속 불구
“물리적 시간 부족” 해명
추석 농축산물 소비위축 걱정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지난 8월 9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정부와 국회는 김영란법을 추석 전에 개정하라’고 외쳤다. 또,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9월 5일 같은 장소에서 1인시위에 나서, ‘김영란법(청탁금지법) 대상에서 국산 농축산물을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농업계가 연이어 청탁금지법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추석 전에 이들의 바람이 실행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앞서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가 개원하지 않으면서 개정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농축수산물을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농업 관련내용을 담은 청탁금지법 개정안 6건 모두가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더구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인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의 가액범위’를 조정하자는 움직임도 멈췄다. 9월 1일 전체회의에서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로 농안법 개정안이 회부됐지만, 19일 소위 심사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을 수정하겠다는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구상도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 김영록 장관은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청탁금지법의 허용가액 범위를 완화할 것이란 입장을 거듭 밝혀왔는데, 농해수위가 개최한 지난 14일 전체회의에서 “시행령을 대통령령으로, 그것을 개정하려면 입법예고를 해야 하고, 입법예고가 30일은 있어야 하는데, 단축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예고 기간없이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절차적·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추석 전 ‘시행령 개정’이 물 건너갔음을 시인했다.

국회와 정부의 청탁금지법 및 시행령 개정이 힘겹게 되면서 농업계의 우려가 더욱더 커지고 있다. 지난 설에 이어 올해 추석에도 청탁금지법에 따른 농축산물 피해가 예측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농식품 분야 영향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서도 올해 설 농축수산식품 선물세트 판매액은 2016년 설 대비 14.4%가 감소했고, 이 중 국내산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전년보다 25.8%(1242억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2017년 설 선물세트 판매액은 2015년 설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유통업계에서는 명절 선물세트 매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은 처음 경험한 일’이라고 밝혔다는 설명을 더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지속적으로 농축산물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흐름이 이어진다고 볼 때 추석을 앞둔 시점에도 농축산물 소비위축은 지난 설보다 더 심해지지 않겠는가”라며 “농업계의 목소리를 무시한 정부와 국회를 규탄하고, 추석 직전까지도 농업계는 청탁금지법 개정 요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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