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연구원 구내식당 벽에 “밥은 농민의 마음입니다”라는 문구가 들어 있는 액자가 있다. 식사하기 위해 줄을 서면 이 글귀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농민들이 애써 농사지은 쌀로 지은 밥이고 반찬이니 고맙게 여기며 식사하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민의 자식들이었기에 이런 글귀들을 보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림이 있고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도시에서 태어난 지금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거나 의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글귀를 보면서 농민들의 고된 노동, 정성, 끼니에 대한 고마움을 늘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먹거리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요즘 농민들의 노고가 폄하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제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밥은 농민과 우리 모두의 마음입니다”라고 해야 될 것 같다. 이제 안전한 식단에 안심하고 식사할 수 있는 자리는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안전 농산물 생산해야 국민 감동

이제 농민만의 노력으로는 안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진정한 농민의 마음만이 그 시작점을 놓을 수 있다.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잘 사는 농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우리 농정도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는 쪽으로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면서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온 정성을 쏟는 농민들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되고, 보람도 찾고, 존경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우리 모두가 그분들에게 희생과 고집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안심식사에 대한 식사비에다 안심가격을 더 얹어 주어야 한다.

농사에도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 중요하다. 그러나 효율성만을 강조해서도 안 된다. 환경과 안전을 기초 위에 효율성을 추구해야 한다. 지금은 이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기초를 다지는 데 정부는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한다.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환경부하농법 과감한 청산 필요

우리나라도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오염유발 산업들을 해외로 내보내거나 환경오염이 적은 새로운 산업으로 탈바꿈 시켰다. 농업에서도 마찬가지다. 환경부하를 많이 발생시키는 농법은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새로운 건강한 농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농업계 내부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환경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첨단기술, 환경의식, 안전의식, 차원 높은 소비의식 등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연계하기 위해 외부 시각과의 과감한 융합이 필요하다. 자연환경과 조화를 통한 생산이익 추구를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하고, 이러한 방법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하기 때문이다.

좋은 먹거리를 생산해서 국민들이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농민의 마음이다. 농민들이 이러한 마음을 더욱 키울수록 행복해 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농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노력할 때 국민도 지지를 보낼 것이다.

‘식품안전’에 국가역량 집중할 때

농업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예전보다 더 깐깐해졌다. 그것은 우리가 자초한 부분도 있고, 농업에 대한 애정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식품안전 문제는 세계 어디서든 발생할 것이다. 그럴 때마다 물을 것이다. 우리나라 농산물과 식품은 안전한가? 이때 국민들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랑과 고마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농업·농촌의 진정한 존재 의미를 각인시킬 수 있다.

환경안전, 식품안전에 대한 완결성을 국민들에게 선언하고 안심먹거리를 제공하고 있음을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안보와도 같이 식량안보를 넘어 식품안전에 대한 안보 개념을 도입해야 할 것 같다. 국가역량을 총동원해서 식품안전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고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안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런 식품안전에 대한 안보는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우리 농민들의 진정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밥은 농민의 마음입니다”라는 글귀가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