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축수산업 및 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중소 유통 상생협력 방안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대형마트의 의무 휴무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휴일 규제 초반과 달리 전통시장 매출도 감소…취지 못살려
대형마트-중소상인 경쟁보다 보완관계…상생 협의체 모색을

도매시장 위축, 농축수산물 판매 줄면서 농민소득 감소 피해
“의무 휴일제 없애거나 주중 휴무제로 완화해야” 목소리 고조 


전통시장 등 소상인들의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이 오히려 전반적인 소비 위축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행 규제사항의 하나인 대형마트의 의무 휴무제를 폐지하거나 휴무일을 변경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는 국회 경제재도약포럼 공동대표인 정운천·유성엽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관한 ‘농축수산업 및 식품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중소 유통 상생협력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를 주최한 정운천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대형유통업체 간의 상생을 위한 법안이 만들어졌으나 미진한 점이 많다”며 “세미나에서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입법화를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 역시 “유통 문제에 상생 해법을 국회 입법이라는 과정을 통해 관철시켜 보자는 것이 세미나의 목적”이라며 “세미나 결과를 수렴해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효과는=김지식 한농연중앙연합회장은 “입법 취지와 달리 대형유통업체의 의무 휴무제는 농업인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겠지만 현재 유통 흐름이 잘못됐다면 당장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유통산업발전법 시행으로 국내 농축수산물의 소비와 판로에 적지 않은 애로가 발생하고 있고 오히려 경기를 침체시켜 농어업인의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가 실제 분석 결과 나타났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한국유통학회장)가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총 12개 점포에 대해 상업지구, 주택지구, 신규택지로 나눠 수요일과 일요일 등 휴일 규제에 따른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기간은 지난 5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이며 연구방법은 신용카드 가맹점 및 사용자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그 결과 휴일 규제 초기에는 대형마트에 대한 소비가 감소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통시장과 슈퍼마켓의 소비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휴일 규제 이후 편의점과 온라인 소비는 증가했다. 이는 휴일 규제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둔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전통시장의 경우 휴일 규제 시행 초기에는 매출이 증가했지만 규제 시행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엔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는 개인 슈퍼마켓은 물론 인근 음식점 등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또한 휴무일에 따른 소비패턴을 분석한 결과 전통시장은 수요일 규제가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고, 개인 슈퍼마켓은 일요일 규제가 다소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전통시장 고객과 대형마트 고객의 이동을 조사한 결과도 흥미롭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의무 휴일제를 통해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조사 결과 전통시장 고객이 대형마트의 출점으로 대형마트로 이동하는 경우 보다 대형마트 고객이 전통시장의 신규로 가는 고객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SSM 출점 이후에도 전통시장에 신규로 유입되는 고객이 SSM으로 이탈하는 고객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형마트 및 SSM과 전통시장이 서로 공생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서용구 교수의 설명이다.

서용구 교수는 “이번 분석 결과는 규제의 혜택이 특정 영업형태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오프라인과 오프라인, 오프라인과 온라인 등 영업형태 간의 경쟁에서 소비처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대형마트의 휴일 규제 보다는 중소상인의 경쟁력 및 오프라인 상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형마트와 중소상인의 관계가 단순히 경쟁관계에 있다기 보다는 보완관계임을 의식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각계의 의견은=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각계의 지정토론자들은 현행 의무 휴일제 규제를 폐지 또는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한 목소리를 냈다. 먼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앞장 섰던 중소상인 대표로 참석한 오호석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상임대표가 현행 규제가 실패한 규제라는 점에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호석 상임대표는 “대형마트를 규제해도 여전히 골목상권은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며 “이 규제는 시대의 흐름을 볼 때 실패한 규제라서 바꿔야 한다. 1차적으로는 주말 휴일제 보다는 주중 휴무로 바꿔야 할 것이며, 휴무일 지정은 생산자와 판매자가 협의한 날로 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또 “대기업과 중소 상공인들의 진정한 상생을 통해 상호 발전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었으면 한다”며 “의무 휴무제에 대해 정확한 진단과 함께 향후 법 개정에 적극 동참해 새로운 상생의 계기를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김진국 배제대학교 교수는 “시장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이곳에서 서로 경쟁을 하고 소비자들이 심판하는 것이다”며 “그러나 이 경쟁 과정에서 정부가 규제를 통해 심판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정부가 심판하는 기능을 하면 그 시장은 죽는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의무 규제로 국내 농수축산물 판매는 물론 중소 식품업체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준 것으로도 나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강석근 전국경매사연합회장(서울청과 상무)은 “농산물 판매 경로 중에 대형마트는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면 그 매출이 중소상인에게 이동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그 결과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대형마트 의무 휴무제는 정책의 수혜자가 누구인지 모른 채 도매시장의 위축과 농민의 소득 감소로만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이제라도 잘못된 정책은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에 식품을 납품하고 있는 산클푸드의 원유천 대표도 “2012년부터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매출이 많이 줄었고 그 결과 인원도 감축하는 등의 악재가 발생했다”며 “현재의 규제를 없애든가 완화를 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정종영 유통물류과장은 “기존의 영업 규제에서 후퇴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구조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지역마다 도시마다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 지자체에서 의견을 수렴해 결정을 하면 그 효과가 각 지자체마다 다르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 결과를 두고 서로 토론과 의견을 수렴하면 한 곳으로 모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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