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회 한농연진주시연합회장

 

지난 6월 채권자에 화난 농민
낫 휘둘러 살인자로 전락
“극단적 선택 용납 못하지만
과도한 추심은 모두가 불행”


“극단적 선택은 분명 잘못됐지만, 농가부채로 신음하는 농민을 너무 벼랑 끝으로 내몰지는 말아야 합니다. 다시 농사를 지어 빚을 갚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숨통은 틔워줘야 합니다.”

강정회 한농연진주시연합회장은 지난 6월 벌어진 한 농민의 채권자 살인사건 뒷이야기를 전하며 이와 같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강 회장에 따르면 진주시 금곡면 인담리 시설하우스에서 고추와 호박농사를 지어온 A씨는 지난 6월 28일 살인자가 됐다. 전기온풍기 대금을 받아내고자 추가 압류물건을 물색하러 농장을 찾은 채권자 B씨에게 격분한 나머지 낫을 휘둘러 숨지게 한 것이다. 함께 온 법원 집행관사무소 직원 C씨도 A씨의 낫에 상해를 입었다. A씨는 현행범으로 구속됐다.

A씨는 2013년 태풍에 시설하우스가 파손돼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렸다. 이후 선택하는 농작물마다 가격이 저조해 어려움을 겪었고, 가옥을 비롯한 부동산은 경매 처분이 이뤄졌다.

B씨와는 농업용 전기온풍기 구매 후 난방능력에 대한 이견으로 반품논란을 벌였고, 제때 조치를 못해 4000여만원이던 구매대금에 이자가 붙어 빚이 7000여만원으로 불었다고 한다.

지난 3월 채권자 B씨가 트랙터와 경운기 등 농기계마저 압류대상에 포함시켜 경매처분이 이뤄지도록 하자 A씨는 절망했고, 아내의 위암마저 악화된 상황에서 B씨가 추가압류물건을 물색하러 또다시 농장을 찾아오자 해서는 안 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강 회장은 “A씨의 살인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임이 분명하지만, 농민에게 빚을 갚을 수단조차 빼앗는 과도한 추심행위는 채권자·채무자 모두를 불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기침체와 청탁금지법시행 여파로 농산물 소비가 급감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농작업 인건비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난해처럼 농산물가격폭락이 반복되면 파산 농민이 속출할 수 있다”면서 “제2의 A씨가 생기지 않도록 개선책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진주=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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