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의 고급 식품점 육류 코너에서 한우 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현지 소비자들. 한우 냉장육은 여러 나라 쇠고기 중에서도 최고 가격대를 형성하며 판매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 한우가 홍콩 시장에서는 어떻게 판매되고 있을까? 또 홍콩 소비자들은 한우에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전국한우협회가 홍콩 현지 식품 바이어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우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참가한 ‘2017 홍콩 푸드 엑스포(8월17~21일)’ 현장에 동행했다. 한우자조금과 한우협회는 푸드 엑스포 기간 동안 한우 홍보 외에도 현지 한우 판매점을 돌며 현장 상항을 점검했다.


한우자조금관리위·한우협회 '홍콩 푸드 엑스포' 참가
한우고기 굽기 시작하자 현지 바이어·소비자 등 몰려

고급육 판매점서 화우 옆자리 차지…가격도 같은 수준 
저품질·비싼 냉동육 유통…홍콩 시장 고급화 전략 발목  


#한우 판매 현장 점검

▲높은 몸값 자랑하는 ‘한우’=‘품질 관리만 제대로 된다면 홍콩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 이는 홍콩의 육류 취급 바이어들이 한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마다 나왔던 공통된 의견이다. 이 같은 목소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박람회 현장에서 한우고기를 굽기 시작하면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들이 한우를 맛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러한 모습을 목격하고 난 후 현지 육류 판매 현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졌다. 그러나 대형 마트와 고급식품점의 육류 코너에서 한우를 찾는 사람을 쉽게 목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는 일본 화우 등 다른 프리미엄급 육류 모두 같은 상황으로, 우리나라 백화점의 고급 한우 판매장도 평소 분위기가 한산한 것을 생각하면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방문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확인한 사실은 한우가 홍콩의 프리미엄육 시장에 진입해 있다는 것이다. 한우는 각 원산지별로 모아 놓은 고급육 판매 코너에서 소비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특히 홍콩의 다양한 쇠고기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일본 화우(와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항상 화우 옆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홍콩 현지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한우 가격은 1++ 등심 기준 100g에 135~160홍콩 달러(1달러 약 145원) 수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횡성한우가 가장 비싼 228홍콩달러에 공급되고 있었다. 횡성한우를 기준으로 하면 ‘홍콩에서 한우가 1kg 3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된다’는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신기한건 어느 판매점에서나 일본산 화우와 한우 가격이 거의 일치했다는 것이다. 호주산 와규의 경우 한우 1+ 등급에 해당하는 제품이 68~98홍콩달러에 판매 됐으며, 횡성한우를 취급하던 ‘시티슈퍼’에서만 164홍콩달러의 높은 가격을 달고 있었다. 미국산 쇠고기 프라임급 제품의 경우 호주산 와규 최저 가격 수준인 100g 62~68홍콩달러에 형성돼 있었다.

한우 판매점을 돌아보며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일부 판매점에서 한우 등급과 정보를 정확하게 표시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 이에 대해 한우 수출업체인 기본글로벌의 이준호 이사는 “홍콩은 우리나라와 같이 등급을 표시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다”라며 “때문에 우리 수출업체들이 판매 현장에서 한우 등급과 등급에 대한 설명이 확실하게 표시될 수 있도록 현지 수입 바이어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생각보다 낮았던 ‘냉동육’ 품질=냉장육 판매 현장을 돌아보며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면 냉동육 판매 현장을 목격하고는 기대감이 우려로 순식간에 바뀌어버렸다. 한우 냉동육은 우리나라 재래시장의 식품점 같은 곳에서 판매되고 있었는데, 냉동육만 전문적으로 취급한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매장 내부에 한국어로도 ‘쇠고기’라는 표시가 있어 냉동 한우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1++등급 냉동한우 등심을 100g 139홍콩달러에 판매하고 있었다. 1++ 냉장 등심이 135홍콩달러에도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저가 공급된다는 우려와는 반대로 오히려 비싼 가격. 문제는 품질로, 육색 등 고기의 질과 판매 상태가 프리미엄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부 국내 냉동육 수출업체 관계자들의 ‘냉동육도 급랭시킨 한우는 냉장육과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과는 전혀 다른 품질이었다. 현지에서 냉동한우 한 팩을 구입한 후 냉장고에서 해동 시킨 뒤 확인한 품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냉동육 품질의 경우 이 곳 뿐만 아니라 다른 식품점에서 판매하던 한우 냉동육 차돌박이와 앞다리 살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홍콩 시장에서 한우가 고품질 프리미엄 육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냉동육 유통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임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현장을 함께 했던 한우 수출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냉동육의 경우 지난해 겨울 수출된 제품이 아직도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냉동육 수출 제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뷰/민경천 한우자조금 위원장
"냉동육은 수출에 전혀 도움 안돼"

등급표시 의무제 없는 홍콩
낮은 품질로 문제 생길수도

“냉동육 수출은 한우 수출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 홍콩 식품 박람회 기간 동안 현지에서 한우 판매점 점검을 마무리한 후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강조한 이야기다.

민경천 위원장은 홍콩에서 판매되는 냉동육 품질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떨어진다며 육색 등 전반적인 고기 상태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민 위원장은 특히 “한우 1++등급 냉동육은 1++등급이 맞나 싶을 정도로 품질이 의심스럽다”면서 “홍콩은 등급을 표시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한국·홍콩 정부 간 협의를 통해 등급표시가 의심되는 한우고기를 발견했을 경우 현장에서 바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민 위원장의 주장이다.

민경천 위원장은 정상 판매되는 냉장육의 경우 현지 소비자들이 한우를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표시’ 및 ‘정보전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민 위원장은 “한우 판매장을 둘러보니 한국의 한우라는 표기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등급 표시와 등급에 대한 설명이 빠진 곳도 있었다”며 “이런 것은 아직까지 한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홍콩 현지 소비자들의 입장에선 한우를 호주산 와규나 일본 화우와 혼동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민경천 위원장은 “홍콩 쇠고기 판매 현장을 둘러보면서 품질은 한우가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수출 초기인 만큼 품질, 한우 관련 정보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바탕으로 홍콩에서 한우의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한우자조금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우에 대한 현지 반응

"일정한 품질관리 가격 변동 최소화를"

▲한우 수입 바이어-홍콩 엘리트 사(社) 카렌 궉 과장=“한우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일정한 품질관리와 함께 가격 변동 폭을 최소화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카렌 궉 과장은 홍콩으로 한우를 최초로 수입한 현지 업체인 엘리트 사의 한우 담당자다. 한우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부탁하자 카렌 궉 과장은 한우의 풍부한 향과 맛에 높은 점수를 줬다. 카렌 궉 과장은 “한우는 진한 고기의 맛과 부드러움을 갖고 있는 반면 와규 등 다른 쇠고기와 다르게 지방 맛이 강하지 않아 더욱 좋다”며 “한우를 접해본 홍콩 소비자들도 한우의 이런 부분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카렌 궉 과장은 이어 바이어 입장에서 느낀 한우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품질은 뛰어나지만 가격 변동 폭이 커 아쉽다는 것. 카렌 궉 과장은 “호주산 와규나 일본 화우의 경우 가격과 스펙(품질)이 일정한데, 한우는 한국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변화가 심해 취급하기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우가 세계 시장에서 어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했다. 카렌 궉 과장은 “한우가 홍콩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품질을 일정하게 관리하고 가격 변동 폭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이런 것이 꾸준하게 유지 된다면 홍콩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충분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방 적고 부드러워 비싼 가격이 단점"

▲홍콩 현지 소비자-켈리 라우 씨="한우는 와규·화우에 비해 지방이 적으면서도 식감이 부드러워 맛있어요.”

홍콩 현지 쇠고기 판매점을 둘러보다 잠깐 이야기를 나누게 된 켈리 라우 씨. 30대 초반인 켈리 라우 씨는 한우를 먹어본 유경험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는 “호주산 와규와 일본 화우는 지방이 많은데 반해 한우는 이들 쇠고기에 비해 기름이 적으면서도 부드럽다”고 홍콩 현지인이 느낀 한우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이 대중적으로 먹기에는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이라고. 하지만 켈리 라우 씨는 한우의 품질에 상당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녀는 “홍콩 중산층 이상 소비자라면 한우가 높은 비용을 지불할 정도의 맛과 품질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켈리 라우 씨는 일본 화우와의 비교에서는 화우에 손을 들어줬다. 홍콩에서 아직 한우의 인지도가 낮은데다 홍콩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 켈리 라우 씨는 “한우도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지만 홍콩 사람들은 대부분 일본 제품이 한국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비슷한 가격이라면 화우를 택할 것”이라며 “그러나 한우 판매점을 늘려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가격을 조금 낮춘다면 홍콩에서 한우 소비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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