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중 강원대학교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동해에서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는 어류가 잡히기도 하고 한반도 온난화가 지구온난화 평균 보다 2배 이상 심각하다고 하여 온 나라가 한반도 온난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면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아열대성 작목 등 온난화에 대응한 대체작목을 도입해야 한다며 중앙정부 주도로 많은 지자체에서 대체작목을 위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였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대한 찬반논리는 모두 일견 일리가 있기에 아직도 공통된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그래서 지구온난화라는 말이 사라지고 기후변화라는 용어로 현재의 이상기후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도 한반도 온난화라는 잘못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 십년 안에 한반도는 아열대기후지역에 속한다는 분석결과가 아무 검증 없이 자연스레 우리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기후와 해류의 변화가 주변에 있는 이웃나라들보다 우리나라에 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문제는 매우 간단하고 희망적이다. 3모작이 가능하게 되어 식량자급률도 증가하게 되고, 다른 아열대작목들의 생산량도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많은 작목들에서 자급도는 증가하게 될 뿐만 아니라 아열대우림의 생성으로 산림도 우거져서 목재수입 대체율도 높아지게 되고, 다랑어를 비롯한 고급어종의 어획과 양식이 가능하게 되어 고급어종의 국내자급률이 높아지는 등 농림어업분야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계농지의 산림전환 등 친환경적인 이용이나 다른 용도로의 전환이 가능해져서 국토이용의 효율성도 증가할 것이다. 

한반도 온난화 지구평균의 두 배

이렇게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이 생각나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열대작물을 기후변화 대응작물로 적극 도입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열대작물을 도입한 농가는 대부분 노지재배가 아니라 시설재배를 하고 있다. 동해나 냉해의 잠재적 위험 때문일 게다. 아직도 아열대기후지역에 속해있지 않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다. 지난 2016년 3월에는 제주지역 농업인단체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냉해를 입은 농작물과 한파로 파손된 농업시설물에 대한 대책 마련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감귤, 한라봉, 천혜향 등 제주도가 원산지인 과수도 피해를 입었다. 이는 비단 어느 특정 지역이나 어느 특정 연도에 해당되는 사건이 아니다. 바닷물 온도가 바뀜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이다. 바닷물 온도는 해류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모두 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난류가 올라오면 영향을 받는 지역이 따뜻해지고 한류가 내려오면 추워진다. 

3모작 가능 등 긍정적인 측면도

한반도 온난화 문제가 온 나라를 뒤덮었을 때 온난화 대비 대체작목을 찾는 연구를 위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하여 많은 나라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그들의 준비상황을 알아보고자 함이었다. 그들의 첫 반응은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는 그렇게 갑작스레 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잖은 한 마디를 던졌다. 그제야 과학적 검증 없이 내 자신이 지구온난화에 너무 매몰되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기후변화는 짧게는 몇 백년에서 몇 천년, 길게는 수 억년까지도 걸린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500만년 전에 호주와 남극대륙이 분리가 되기 전까지는 남극도 숲이 있던 곳이었으나 바다의 흐름이 바뀌면서 따뜻한 바닷물이 끊기고 그로부터 100만년 후에 지금의 남극이 되었던 사실을 간과해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동북아 3국 중에서 유독 우리나라만이 아열대기후 지역으로 바뀐다고 그 난리를 쳤던 것일까? 만약에 정반대 현상이 한반도에 일어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들이 농업, 농촌분야에 일어날 것이다. 차라리 수익성이 높은 작목들로 대체작목을 도입하자라는 말이 더 나을 것이다. 

토종씨앗 발굴·육성이 더 경제적

지금 나타나고 있는 재배적지 북상으로 인한 대체작목 품종들은 자연스레 발아되어 자리 잡은 게 아니라 현재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개량된 품종을 농업인들이 가져다 식재한 것이다. 즉,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필자가 유학할 때, 캐나다 농무성에서 나온 보고서를 보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지구온난화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훨씬 전에, 있을 수 있는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극한 추위와 극한 더위에 견딜 수 있는 품종을 확보해야 한다는 보고서였다. 지구의 기후는 주기적으로 더워지고 추워지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라도 자국민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품종을 토종품종을 기반으로 하여 개량, 육성하는 정책인 것이다. 아직도 눈에 생생한 충격적인 보고서였다. 

우리도 늦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사라져버린 종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성이 없어서 지역에 묻혀있는 토종씨앗들을 발굴하여 보존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토종종자는 수 천년 동안 그 지역의 풍토와 기후에 잘 적응했던 것이기에 이를 바탕으로 우수한 품종을 개발하여 육성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다. 아열대작물이나 남쪽지역 작물을 도입하여 재배하는 것만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있을 기후변화에 대응한 대체작목 개발의 전부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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