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산물 가격은 수급 상황에 따라 변동폭이 크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들로부터 오해를 받기 일쑤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폭염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주요 채소류 가격이 폭등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품목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통계 등으로 소비자의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농산물 수급은 국내 농산물 가격안정은 물론 소비자의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김동열 수급이사를 만나 최근의 농산물 수급상황과 함께 수급 대책 고도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농산물 유통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수급 예측력 강화 기대
출하기·생산과잉 땐 TRQ 도입 유보, 수익은 농안기금 불입
농진청·농협 등과 협력체계 강화…수급정책 추진 성과 제고



-국내 농산물 수급 상황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해 본다면.

“작황부진과 재배면적 감소로 인해 주요 채소류의 수급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품목별로는 고랭지 배추와 무는 8월 하순 이후 폭염이나 잦은 강우 피해가 적어 출하가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파는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다소 높은 상황이다. 마늘은 작황이 부진하지만 전년대비 재배면적 증가로 가격은 전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품목별 수급상황에 따라 정부의 비축물량을 방출하고 농협의 계약재배 물량 출하조절 등 수급안정을 위한 정부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aT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급 대책의 핵심은 무엇인지.

“사실 그동안의 수급 대책은 농산물 수확 이후의 대책이라는 점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수급 대책을 앞으로는 생산 전 단계에서부터 유도해 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생산 전 단계는 농가들이 파종하기 전 단계를 말하는 것으로 이 시기에서부터 품목별로 또는 주산지별로 수급 계획이 설정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수급 대책이 중장기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aT는 수급이 불안한 품목의 수급안정과 국내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품목별 수급상황에 따른 수매와 수입 비축 및 방출 등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작황부진 등에 따른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배추와 무의 비축물량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양파와 마늘은 수매비축물량을 조기에 확보하는 수급안정 대책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마늘과 양파는 ‘Basis 입찰’을 통해 각각 2000톤의 국내산 마늘과 양파를 조기에 확보해 입고를 실시했다. Basis 입찰방식은 물품대가는 향후 수확 또는 인수시점의 거래가격을 지급키로 하고 사전 부대비용만을 입찰하는 것이다. 따라서 입찰 참가자는 농가와 계약재배를 체결해 연중 가격변동이 심한 농산물을 사전에 안정적으로 수요자 요구에 맞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수급 대책에 있어 통계는 매우 중요한 바탕이 된다. 통계의 정확도를 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 보는지.

“정확한 수요량과 공급량을 토대로 수급 예측을 하는 것은 수급 대책의 기본이자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수요와 공급에 대한 종합적인 통계 정보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농가들의 재배정보는 물론 민간의 재고량을 비롯해 실수요 업체나 소비자 등의 소비량 데이터 등이 부족해 수급 예측에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소비 관련 정보를 기반으로 빅데이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을 현재 aT가 추진하고 있다. 바로 지난해부터 추진된 농산물 유통 종합정보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수급 예측력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에게도 예측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 생산·경영 활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종합정보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통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파종 전의 수급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농업 관련 기관 및 단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수급에 필요한 정확한 통계 생산을 위한 산지의 정보 수집 단계에서 각 읍면 단위로 조직을 형성하고 있는 농협이 단순 재배의향 조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파종면적을 조사해 통계에 반영시키는 것이다. 또한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역별 작황 등을 모니터해 이 역시 통계에 포함시키는 것도 한 방안이다. 이러한 통계들이 모여 정확도를 높이면 농가들은 파종 전에 영농계획을 세울 수 있고, 이 정보가 소비자에게 전달돼 적정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된다면 최상의 수급 대책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 한 언론을 통해 TRQ(저율관세할당)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대해 설명한다면.

“TRQ 제도는 농산물 수입시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관세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93년 UR협상 타결 이후 시장 개방화 시대에 우리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수입 농산물을 이러한 제한 없이 전량 관세화할 경우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으로 국내 농업의 생산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특히 TRQ 물량을 국영 무역방식이 아닌 전량 민간에 맡긴다고 가정하면 농산물 수입 급증, 저가 수입신고, 수입독점 등의 시장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이윤을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 기업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TRQ 운영에 대한 오해가 있다는 얘기인가.

“국내 농가들의 입장에서는 수입 농산물에 대한 반감이 크다. 사실 그렇다보니 TRQ에 대해 다소 오해도 있다고 본다. 대표적인 것이 국내 농산물 가격 상승기에 정부가 TRQ 물량을 수입해 국내 가격을 하락시키고 농가에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aT는 농산물 수급 불안시 국내 생산물량으로 우선 조절하고, 불가피하게 수입이 필요한 경우 정부, 생산자·소비자, 학계 등으로 구성된 수급조절위원회를 통해 TRQ 도입을 결정하고 있다. 또한 농산물 출하기나 생산이 과잉시에는 수입을 유보하고 국내산 수매를 실시해 농가의 소득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고추의 경우 국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TRQ 도입을 유보하고 있다. 농가들의 또 다른 오해 가운데 하나가 TRQ 운영을 통해 aT가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TRQ 운영에서 발생하는 수익금 전액은 농산물가격안정기금(이하 농안기금)에 불입된다. 정부 비축사업으로 2016년까지 농안기금에 불입된 금액은 4조9000여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전액 수매를 통한 산지 가격지지 및 농가 소득증대와 유통구조 개선, 수출지원 등 우리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분야의 투자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TRQ와 관련된 오해에 대해서는 향후 aT가 수급안정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 잘 해야 한다는 채찍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농가나 생산자단체를 대상으로 비축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농가와 관계 기관에게 농산물 수급 관련 당부가 있다면.

“aT는 농가의 소득증대와 국내 농산물 생산기반 강화를 사업 목표의 최우선에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산물 수급안정은 정부나 관련 기관의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농가인 생산자의 자율적 수급조절이라는 동참이 동반돼야 한다. 아울러 수급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관계 기관의 협력이 있어야 성과도 높일 수 있다. aT는 농촌진흥청, 농협 등과 MOU를 통해 협력체계를 강화키로 했으며 앞으로 다른 기관들과도 협력체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aT가 농가의 안정적인 영농활동과 소득증대를 도모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조언을 당부 드린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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