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쌀을 활용한 즉석 쌀면의 산업체 활용 모델을 개발해온 충남의 농업회사법인H가 농림축산식품 연구개발사업 연구과제에서 중도 탈락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친환경쌀의 소비확대를 위해 경쟁력 있는 가공상품의 개발이 매우 중요하고, 개발자가 의도한 품질수준의 쌀면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과제에서 탈락됐다는 것이다. 반면 사업을 주관한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서는 과제의 진행률이 낮고, 평가점수도 낮게 나와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농기평 중간평가 '미흡'
쌀 소비 확대 관련연구 부족
새미쌀 공급 원활 불확실 등
낮은 점수 매긴 이유로 꼽아
기계장치 제조업체라 판단도

농업회사법인H '반발'
개발자 의도한 품질 나왔는데 
연구내용 파악 못한 채 평가
계약재배 농가 확보하며 진행
부분만 보고 전체 판단 '오류'


농업회사법인H는 최근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으로부터 ‘2017년도 농림축산식품 연구개발사업 중간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런 통보를 받은 농업회사법인H는 농림축산식품연구개발사업 자유응모과제에 ‘친환경쌀을 활용한 즉석 쌀면의 산업체 활용 모델 개발’이 채택돼 관련연구를 진행해왔다. 2년간의 연구에 3억원 가량을 지원받아 1년차에 시트타입 쌀면을 생산할 수 있는 기계와 단체급식용 쌀면 등을 개발하고, 2년차에 컵쌀면, 가열조리용 봉지면 등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년차 연구결과에 대한 중간평가에서 ‘미흡’이란 판정을 받아 연구중단 및 연구비를 반환하게 됐다.

평가위원들은 발표평가의견서에서 ‘쌀면 제조에 대한 연구능력 부족’, 원료로 사용한 ‘새미쌀의 공급이 원활할지 여부가 불확실’, ‘쌀 소비 확대와 관련된 연구가 전무함’ 등을 지적했다. 또 ‘시트화된 쌀면의 제품이 조악해 상품화되더라도 사업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됨’ 등을 낮은 점수를 준 이유로 들었다. 평가결과에 대한 연구자 측의 소명자료에 대해서도 ‘1차 개발 완료된 시제품인 시트면의 특성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가 제시되지 않음’, ‘면 개발보다 기계제조장치 개발 업체라 볼 수 있음’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연구를 계속 진행하더라도 성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됨으로 중단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농업회사법인H와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등은 평가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업회사법인H 측에서는 ‘쌀 면제조에 대한 과학적 연구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기업의 신제품 개발은 이론연구가 아니라, 개발자 관점에서 일정수준의 결과물이 나오면 이를 기준으로 전문연구기관을 통한 물성연구를 진행해 정량적 결과를 사후적으로 도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새미쌀의 공급이 원활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번 연구가 자조금단체, 친환경쌀생산자조직과 사전협의를 통해 기획됐고, 계약재배에 참여할 농가를 확보하면서 진행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평가위원들이 연구내용이나 현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평가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연구계획과 결과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평가자들이 부분을 보고 전체를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장에서 오랜 기간 쌀 가공제품을 고민해온 책임연구자의 전문성과 연구역량을 섣불리 판단하고, 친환경농업 생산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려온 농업회사법인H를 기계장치 제조업체로 폄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총장은 “연구과정과 내용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도 있지만 실용연구라는 관점에서 농기평의 평가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연구, 정량연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며 “농기평 평가시스템이 농업현장과 동떨어지고, 대학, 연구기관, 기업체 등에 유리하게 되고 있는 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농기평 농생명·ARC사업실 관계자는 “자조금단체를 통해 농업생산자단체들이 필요한 연구를 지원해보자는 취지에서 자유응모과제를 만들었고, 친환경쌀 소비촉진을 위해 과제가 선정됐던 것”이라며 “농업회사법인H의 경우 친환경쌀 생산자와 가공, 유통 등이 연계가 잘돼 있고, 이번 연구를 통해 친환경쌀 소비촉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 지원을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1년차의 연구과제 진행률이 너무 낮고, 연구내용평가에서 60점 이하를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탈락됐다”면서 “평가위원들이 현장상황을 잘 모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규모가 영세하지만 과제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농업회사법인도 많다”고 덧붙였다.

서상현 기자 seos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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