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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에 기대하는 농업정책박기윤 화천현장귀농학교 교장
   

문재인 정부가 들어 선 지도 3개월이 지났다. 이번 정부는 촛불로 일어선 만큼 각계각층의 쌓인 부조리와 나쁜 관행을 청소해야 할 시대적 요구를 안고 있고, 그 만큼 이해 당사자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펴야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음에도 현재까지는 높은 지지율에서 보듯 큰 과오 없이 잘 처리해 오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이번 문재인 캠프에서는 최초로 ‘농어민위원회’를 만들어 소외된 농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창구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이번 정부의 농업농촌 정책은 현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물론, 집권 초반부의 우선순위 현안들을 처리하느라 농업농촌의 과제를 이행하는 일이 좀 뒤로 미루어 졌을 수도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지금 우리 농업과 농촌의 현실은 한계상황 그 자체이다. 헌법에 있는 경자유전 원칙은 사문화 되다시피 했고, 식량자급률과 국민들의 우리 농산물 선호도는 역대 최저이며 농업소득이나 후계농업인력 등 어떤 수치도 밝은 전망을 보여주는 것은 없다. 임종직전에 몰린 우리 농업과 농촌의 회생을 위한 대책을 더 이상 늦추어선 안 된다. 집권당 차원의 ‘농어민위원회’이든 정부 차원의 ‘민관협의기구’이든 어떤 형태로든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기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농업과 농촌의 애로를 해소할 다양한 정책들을 만들고 실현했으면 좋겠다. 

직불금 중심 농정 펼치고

새 정부 농업농촌 정책에 대해 현장에서 주워들은 것을 몇 가지 적어본다. 

첫째. 직불금 중심 농정이다. 독일이든 프랑스든 농민이 농업소득만으로 먹고살기는 불가능하다. 논, 밭, 조건불리, 친환경 직불금 등 쥐꼬리만한 시혜 차원의 정책을 폐기하고 농토를 보존하고, 조상 대대로 물려온 국토를 아름답게, 안전하게 관리하는 주체로서 인정하고 대우하는 포괄적 농민직불금 제도로 전환하자. 아침마다 산과 들, 계곡을 가리지 않고 제초제를 뿌려대고 저녁마다 플라스틱, 비닐을 태워 환경을 파괴하는 농민이 아니라 국토의 조경사로서 생태계 지킴이로서의 친환경 농업인으로 대우하자는 이야기다. 

둘째. 보조금을 농민에게 직접 지불하자. 저온저장고든 건조기든 실거래가를 잘 조사해서 그 금액만큼, 면적만큼, 신청량만큼 해당되는 보조금을 농민에게 직접 지불하여 나랏돈 좀 아껴 쓰자. 서류 만들고 통장 조사하고 현장 사진 찍고 하는 쓸데없는 일을 아까운 공무원에게 맡겨서 바보 만들지 말고, 뻥튀기된 금액으로 업체와 농민이 짬짜미해서 도둑놈 되게 하지말자.
셋째.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검토하자. OECD 최하위인 식량자급률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정도이다. 쌀을 제외한 농산물의 자급률은 더욱 심각하다. 곡식농사가 무너지면 결국 과수, 채소, 꽃 등 다른 농사도 다 무너진다. 농민에게는 안정적 생산기반을 조성하고 소비자에게는 안정적 가격을 보장해주는 정책이다.

농민 기본소득 보장해야

넷째. 사회적 취약계층인 농민에게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농민에 대한 기본소득이라고 부르든 농민수당이라고 하든 간에 농민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자. 이게 되지 않는 이상 귀농귀촌이건, 후계농업인 육성이건 간에 다 공염불이고, 우리 농업의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농자재나 경비는 자꾸 올라가고, 농산물 값은 몇 년째 그대로, 아니 더 내려가고 있으니 영세한 소농들은 살기위해 농지를 떠나게 되고, 기존 농민들은 결국 양으로 승부를 해야 하니 점점 더 규모화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 농지를 관리할 사람은 부족하고 농촌에 일 할 만한 노동력은 이미 70대를 넘어 섰으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올라간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외국인 노동자들도 다 떠나고 말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 아닌가?

다섯째. 중국에서 오는 보따리 상인을 근절하자. 관무역 밖에 없던 쇄국 조선시대도 아니고 21C에 이 무슨 밀무역인가?  자동차를 일본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 위협이 될 정도로 밀수를 한다면 정부에서 가만히 있겠는가? 입장 바꿔서 중국이라면 그걸 두고 볼까? 다른 공산품 수출에 영향을 끼칠까봐 밀수를 막을 수 없다면 나라의 존재 이유가 있는가? 농산물이 아니라면 정부가 이렇게 손 놓고 있겠는가 말이다. 정식으로 수입되는 중국산 농산물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농민들에게 이 무슨 행패인가?

여섯째. 밥상용 쌀 수입금지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조기격리, 공매량 축소, 작목전환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쌀이 남아돌아서 문제라는 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식당에서 먹는 밥이나 김밥 등에 수입쌀을 쓰는 곳이 많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무심코 사 먹는 쌀에도 수입쌀이 섞여있다고 한다. 막걸리나 쌀 가공품의 원산지 표기에서 수입산이라는 문구를 보고 실망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집에서 먹는 밥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쌀이 과잉생산이라 사료용 벼를 심으라는 마당에 수입하지 않아도 되는 밥상용 쌀까지 수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GMO 완전표시제 실시하고

일곱째. GMO에 대한 완전표시제를 실시하라. GMO작물수입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이미 너무도 많은 GMO 작물을 수입해 먹고 있다. 콩, 옥수수, 면화, 유채, 사탕무 등이 원료가 되는 식용유, 된장, 간장, 전분당 등 우리 식문화의 가장 기본에서부터 그 영향을 받고 있다. 과학적이니 아니니 모든 논란을 넘어 국민들이 먹는 음식의 원재료, 원산지, 영양성분 등을 밝히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GMO 콩을 국민들이 기피하면 식용유 값이 폭등할 거라고 협박을 하지만, 사실은 콩기름을 너무 싸게 먹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올리브유, 들기름 정도의 값이 정상적인 식용유 값이다. 식용유가 싸다보니 우리 요리에서 조연에 불과했던 튀김, 부침 요리가 우리 음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국민들 건강은 그에 비례해서 나빠지고 있다. 

여덟째. 가공식품의 원료를 우리 농산물로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식습관의 변화로 농산물을 생물 그대로 소비하는 양은 갈수록 줄어든다. 그에 반해 가공식품의 소비는 점점 늘어난다. 이 거대한 시장에서 우리 농산물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실정이다. 국산 과자, 주스, 라면, 국수, 막걸리, 된장, 고추장, 간장에 우리 농산물은 몇 %나 들어 있는가? 물만 빼면 거의 수입산이다. 이 시장을 잡지 않는다면 우리 농산물의 활로는 절망적이다. 
아홉째. 농산어촌 기본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농산어촌에 산다는 것만으로 기본적인 생활에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하자. 싸고 효율 높은 도시가스, 패스 한 장이면 갈 수 있는 교통망, 언제든 누릴 수 있는 문화복지시설, 교육 등 이 모든 면에서 소외받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안정적인 상하수도, 연료비 보조나 지역 가스공급망 투자, 교통비 보조나 자동차 구매 및 유지비용 경감대책 등 일상생활에서 평등하게 대우해 달라는 말이다. 

농지 이용·관리 전면 검토를

마지막으로 농지 이용과 관리를 전면 검토해야 한다. 청문회 때마다 부재지주 문제로 시끄럽다. 토지 보유세를 강화해서 농사짓지 않고 농지를 보유하는 행위를 어렵게 하자. 외국처럼 부모로부터 농지를 상속 받을 때도 농사를 지을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상속세를 달리해서 농지는 농민들이 소유하게 하고, 국가가 그런 땅들을 사들여 후계 농업인들에게 싸게 빌려주자. 우리 국민들의 토지 소유에 대한 욕망은 러시아의 ‘다차’ 나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처럼 일정규모 이하의 토지를 농업이 주목적인 한에서 도시민들이 소유하거나 임차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풀어보자. 진입도로나 관정 등 기본 시설을 국가가 제공하고 일정규모 이상 넘지 못하게, 농지로서의 기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하도록 방안을 만들어 보면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이 여러 농업농촌의 현안을 적어보았다. 물론 더 다양한 얘기들이 있겠지만 내가 듣고, 접하고, 읽은 내용에 한계가 있어 이 정도로 풀어내기도 힘에 부친다. 농업 전문가도 아니고, 평생 농업을 해온 사람도 아닌 얼치기 농사꾼이 이런 얘기를 할 지경이니 오랫동안 우리 농업농촌에 대해 고민해 온 분들은 얼마나 할 말이 많을까? 모든 현안을 이번 정부에서 다 해결할 순 없겠지만, 농정을 책임진 분들은 부디 거시적인 안목에서 우리 농업농촌의 기본 틀과 시스템을 바꾸는 데 전력을 쏟아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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