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란 젠더&공동체 대표

문재인 정부 국정 5개년 계획이 발표되었다.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만들겠다기에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봐도 도저히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만들 수 있을거란 기대를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국정 5개년 계획 답답

국정계획의 100대 과제를 살펴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어떻게 해야 사람이 돌아오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소득과 복지 두 가지 키워드로 대별되었다. 그리고 좀 더 보완한다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문화가 살아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 단순하다. 그러나 이 단순한 정책에 관한 내용을 문재인 정부 국정 5개년 계획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감히 밝힌다면 지금 제시한 정부정책으로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결코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오히려 기존에 있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사람이 돌아오려면 가족이라는 개념으로 농어촌의 정주환경을 살펴봐야 한다. 가족 중에서도 특히 여성과 아동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성농업인 정책을 추진할 전담부서,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군 단위에 산부인과 없는 지역의 일소, 면단위 어린이집 없는 지역 일소, 농번기 노동경감을 위한 마을공동급식, 여성폭력·아동폭력 지원기관이 없는 지자체 일소 등 현재 절실한 정책이 반영되었는지를 살폈다. 어디서도 이런 조항은 반영되지 않았다. 여성이 살기 힘든데 어떻게 청년이 돌아온다는 것인가? 가족단위 정착을 할 수 있는 토대, 젊은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지 않는데 누가 돌아온다는 것인가? 돌아오는 청년들이 늙어 죽을 때까지 결혼할 수 없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아님 농촌을 이주여성들만이 남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인가?

여성·아동이 살기좋은 지역으로

소득정책은 더욱더 비관적이다. 농어촌 소득 향상을 위한 정책은 가족농을 살리고 농산어촌의 공익적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공익적 가치를 제고한다는 구호는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 가족농에 대한 보호나 토종종자 등 식량주권을 회복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읽을 수가 없었다.

물론 농업농촌 정책의 해법을 제대로 찾는 일이 쉽지는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해법이란 방향이 명확했을 때 제대로 찾아지는 것이다. 그 해법은 소득정책, 복지정책이 최우선적인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농산어촌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부터 손을 댈 필요가 있다. 그 영역에 농사짓는 여성들의 소득과 복지, 문화 불평등, 가부장적인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결코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성평등 고려한다고 하는데 도시여성의 성평등만을 높이겠다는 것인가? 여성가족부에게 있어서 농촌여성이나 노인여성은 무성적인 존재인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기에 사실 기대가 컸다. 사람마다 기대가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나라다운 나라는 지역격차를 해소하고, 성별 불평등을 해소하는 국가이다. 농어촌과 도시의 격차를 줄이고 여성과 남성의 가부장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나라이다.

소득·복지정책 가장 먼저 손대야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여성농민들은 출산할 병원이 없어서 외지로 나가야 할까? 일-가정 양립이 국가의 국정과제로 제시될 때 농촌여성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일을 분담하는 사회적 돌봄이 없이 살아야 할까? 행정자치부는 저출산을 국가적 과제로 제시하고 인구정책팀까지 모든 지자체에 만들라고 예산과 인력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그 중 일부라도 농어촌의 출산환경, 보육환경 개선에 투자할 수 없을까?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의 모습을 언제쯤이나 만들 수 있을까? 착잡한 마음이 든다. 허울 좋은 아름다운 구호들이 저 멀리 있는 불빛처럼 멀어져 간다. 농산어촌…그곳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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