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온 다습한 날씨가 농산물 부패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지역 농가들이 가락시장의 낮장 경매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가락시장에 반입된 채소.

올해부터 중단…경기 고양시 시설채소 재배농가 반발 고조
고온 다습한 기후에 수확 후 상온 노출될수록 부패율 높아 
서울농식품공사 “중도매인 참여 적고 기록상장 위법” 난색


고온 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시설채소 농가들의 농산물 부패율이 높아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농가들은 현재 중단이 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낮장 경매 재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고양시에서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지난해까지 유지해 오던 가락시장의 낮장 경매를 올해부터 중단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농가들에 따르면 요즘과 같은 고온 다습한 기후에 수확한 채소들이 상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부패율이 높아진다. 이러한 계절적 특성에 따라 지난해까지 서울 인근 지역에서 재배되는 채소들은 가락시장에 낮에 출하돼 경매가 실시되는 이른바 낮장 경매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같은 낮장 경매가 올해부터는 전면 중단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농가들은 수확한 채소를 출하할 곳을 찾지 못하거나 저녁에 시작되는 경매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수확한 채소들이 날씨의 영향을 받아 금방 물러지는 등 부패가 진행되기 일쑤다. 이렇게 부패된 채소들은 경매에서 좋은 가격을 받지 못하거나 부패된 만큼 정산에서 제외가 된다. 농가의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고양시의 한 시설채소 재배농가는 “오전에 작업한 물량을 도매시장에 출하해 저녁에 장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면 요즘 같은 날씨에는 부패가 빨리 진행된다”며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그동안 낮장이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감안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낮장을 중단하면 농가들은 어디에 출하를 하라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공사는 낮장 중단은 도매법인과 중도매인들의 요구가 있었고, 낮장으로 인한 불법성 시비도 일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당장 낮장에 참여하는 중도매인이 현격하게 줄어 들었다는 것이다. 통상 경매에 4~5명의 중도매인이 참여하더라도 인원이 적어 기록상장이라는 논란의 소지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낮장에 반입되는 물량이 적어 1~2명의 중도매인만이 참여해 불법성 시비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 여기에 낮장의 물량이 저녁에 개장되는 경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중단의 한 요인이다. 낮장에 반입된 물건이 판매되지 않고 재고로 남을 경우 중도매인들의 거래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 올해부터 낮장 경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서울시공사의 관계자는 “사실 낮장 경매라는 표현은 올바르지 않다. 이유는 경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며 “낮장은 현재의 중도매인 참여 수를 볼 때 기록상장이라는 위법성을 안고 있는 동시에 저녁 경매에 참여하는 다른 출하주들에게 손해가 갈 수도 있어 중단된 것이다. 그리고 낮장이나 경매 외에도 정가·수의매매를 통해서 출하할 수 있는 길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의 K 씨는 “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은 출하주들이 출하한 농산물을 제대로 팔아주는 것 아닌가”라면서 “그런데 이 상황만 놓고 보면 도매시장이 과연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K 씨의 이러한 말은 출하할 농산물은 있는데 중도매인의 참여가 적어 낮장을 유지할 수 없다면 도매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서울시공사가 중도매인을 더 모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가·수의매매가 있다지만 낮장 중단 이후 도매법인들이 출하주와 중도매인 사이에서 정가·수의매매를 활성화 시키려는 노력을 했는지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 씨는 “가장 불만인 것은 서울시공사나 도매법인들이 낮장 중단의 원인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없이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이 선택으로 출하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은 외면을 받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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