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서 동물복지인증 육계농장을 운영하는 권혁길 씨(우)와 아들 권성은 씨(좌).

국내에 동물복지인증제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지난 2012년. 소비자들의 밀집 사육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고, 더 나은 환경에서 생산된 축산물에 대한 요구가 커짐에 따라 동물복지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2014년에는 소비자들의 밀집 사육에 대한 가장 변화 요구가 컸던 육계 사육에도 인증제가 시행돼 현재까지 18농가가 인증을 받고 사육을 하고 있다. 지난 21일 전북 익산에 위치한 동물복지인증 육계농장을 방문해 이점과 개선점 등을 들었다. 

사육 밀도 개선방안 찾다 규정에 맞게 시설 개보수
계열업체 하림 kg당 80원 추가 지급으로 손실 면해
조명도 20lux 8시간 유지 등 비현실적 규정 손봐야


▲동물복지인증 사육까지의 과정=“육계는 고작 한 달밖에 살지 못하는데 기왕이면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서 동물복지인증을 받았습니다.”

전북 익산시 황등면에서 육계계열업체 하림과 계약을 맺고 육계 15만수를 사육하는 권혁길 씨. 그는 이달 11일에 동물복지인증을 받고 첫 동물복지 사육에 돌입했다. 권혁길 씨의 안내에 따라 방역 후 계사 안에 들어가니 일반 육계농장과는 다르게 활기찬 닭들이 방문객들을 반겼다. 어떤 닭은 횃대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또 다른 닭들은 사료 급여기 주변에 매달린 양배추를 쪼아대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권혁길 씨는 과거 10년 동안 남들처럼 평범하게 육계를 사육해 오다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진  건 2015년부터다. 평소 육계를 사육하며 사육 밀도에 대한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찾다 동물복지인증제를 알게 됐다. 이후 하림 측과 상의를 거쳐 동물복지인증제 규정에 맞게 시설을 개보수하고, 네 번 정도 시험 사육을 거쳤다.

시설을 개보수하는 과정에서 시설 투자비용도 상당부분 발생했다. 권혁길 씨의 경우 2013년에 지은 신식 무창계사였지만, 동물복지인증을 받기 위해선 넉넉한 급수기와 횃대부터 실내 조명도를 20lux로 맞추기 위해 전등을 LED로 교체했다.

시설비용뿐만 아니라 기회비용도 발생했다. 기존에는 3.3m2당 육계 70수가량을 사육했지만,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후에는 58~60수가량으로 사육밀도가 낮아져 사육 마릿수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사료도 동물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식물성분으로 만든 사료를 급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이로 인해 사료요구율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권혁길 씨는 “동물복지인증을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용도 많이 들고 번거로운 일도 많았습니다”라며 “하지만 닭도 하나의 생명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기 때문에 동물복지인증은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동물복지 육계 사육에 동반돼야 할 것=권혁길 씨가 동물복지 육계 사육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계약을 맺은 하림의 역할도 컸다. 사육밀도가 낮아져 사육마릿수가 감소하고, 시설투자비용도 추가로 발생해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하림 측에서 기본 사육료(kg당 140원)와 깔짚비와 친환경 HACCP, 약품비와 연료비 등의 타 인센티브 외에 동물복지 농장을 대상으로 kg당 80원을 추가로 지급해줬다. 이 때문에 경제적인 손실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권혁길 씨의 설명이다.

권혁길 씨는 “사육 농가만 동물복지 사육에 대해 의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계약을 맺은 계열업체도 동물복지에 대한 철학을 갖고 농가를 지원해야 국내에 동물복지 육계 사육 농가가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물복지인증이 육계 사육에 시행된 지 3년이 된 가운데 개선돼야 할 점도 있다. 권혁길 씨는 개선점으로 현실과 맞지 않은 규정을 지적했다. 동물복지 육계농장 인증기준에 따르면 계사의 조명 시간은 최소 8시간 이상의 연속적인 명기와 최소 6시간 이상의 암기를 준수해야 하는데 명기 때 조명시설의 조명도가 최소 20lux 이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8시간의 명기 동안 20lux가 지속되면 닭들이 쉬지 못하고 활동을 지속하기 때문에 사료도 많이 투여되고 스트레스도 높아진다는 것이 권혁길 씨의 설명이다. 이에 권혁길 씨는 인증기준에서 조명도가 최소 20lux에서 최소 16lux정도로 낮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권혁길 씨는 “동물복지 인증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정부와 농가들이 상의해 차츰 바꿔 나가야 한다”라며 “더 많은 육계 사육 농가들이 동물복지 사육에 뛰어들어 함께 사육과 논의를 통해 국내 동물복지 육계 사육이 발전했으면 한다”라고 희망 사항을 밝혔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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