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현 대한한돈협회 정책기획부장(농학박사, 건국대 겸임교수)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8년 3월 24일부터 무허가 축사에 대한 사용중지, 폐쇄명령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올해, 내년 초까지 축산업계의 가장 큰 현안문제는 단연 무허가 축사 문제다. 전체 축산농가의 약 절반인 6만4000호가 무허가 축사를 보유하고 있어 사용중지, 폐쇄명령이 시행되면 우리 국민들에게 공급되는 국내 축산물의 생산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전국 동일한 적법화 여건 마련을

그런데, 무허가 축사 규제가 발표되고 벌써 3년이 지났고 법 시행이 불과 8개월 남은 지금까지 적법화율은 5.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직 약 6만호가 무허가로 남아있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축산업을 지키면서 선진화도 이루어 낼 수 있을까?

무허가 축사는 불법 축사다. 절반의 농가 정도가 제대로 인·허가를 받고 가축을 키우고 있기 때문에 농가의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령화·소규모 농가들은 무지와 번거로움으로 행정절차를 피하기 위해 무허가로 가축을 사육하고 있다 하더라도, 시설비가 10억 이상씩 투입되는 양돈, 산란계, 한·육우, 낙농 대군농가의 경우에는 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적법한 인·허가를 득하고 가축을 키우고 싶어 한다. 다만, 까다로운 환경규제와 민원문제로 인·허가가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무허가 축사로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적법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핑계를 대고 있으나 역시나 근본문제는 민원이다. 그나마 일부 적법화가 잘 추진되고 있던 지자체도 민원발생으로 중단된 경우도 많다. 심지어 법적 근거 없는 주민동의서를 청구하고 주민 의견수렴 결과를 근거로 적법화를 거부하는 시군도 있다. 

민원 많은 축사를 적법화시켜 준다는 것은 지자체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이미 운영 중인 축사가 적법화 조건을 모두 갖추었는데도 법적 근거 없는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위반하는 행정조치이기 때문에 법적 문제가 없다면 적법화를 해 줘야 하는 것이 옳다. 다만, 원인을 제공한 축산농가도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농장 내 악취를 줄이고 주민들과 상생할 수 있도록 좀 더 베풀어야 한다. 

지자체가 나서 전환 뒷받침해야

남은 짧은 기간 동안 무허가를 적법화 하려면 첫째, 전국이 동일한 적법화 여건마련이 필요하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 어떤 시군은 허용되고 어떤 시군은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축산단체에서는 그간 많은 사례를 통해 도출한 현행 법률에서 완화 가능한 핵심사항 16가지를 정리했고 전국 시군에 동일한 적용을 요청하고 있다.

둘째, 지자체 중심의 추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농가가 시군을 찾아가 적법화를 요청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제부터 적법화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농가가 아닌 지자체 무허가 상담반이 농가를 순차적으로 불러들여 관련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검토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렇다고 농가는 가만히 있자는 것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서류를 맞추고 법적 기준에 적합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적법화가 쉬운 축사들부터 그룹화해 일괄 접수 및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타 법 위반 등 조치가 필요 없는 농가들은 1차로 우선 적법화하고, 산지전용·구거폐기·개발행위 허가 등이 필요한 농가들은 항목별로 묶어서 한 번에 심사한 후 승인하는 체계가 이루어져야 적법화 진행률을 높일 수 있다.

넷째, 시기적으로 단계별 적법화가 필요하다. 6만호 무허가 농가를 내년 3월 24일까지 적법화 완료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일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사용중지 명령을 3단계로 구분해 축사면적 600㎡ 이하는 2019년 3월 24일까지, 무허가 면적 400㎡ 이하는 2024년까지 유예를 할 계획이나, 문제는 적법화가 가능한 시기는 가축사육제한 조례 특례(부칙 제8조)에 따라 2018년 3월 24까지만 이라는 것이다. 즉, 단계별 적법화가 아니라 사용중지 명령만 유예 돼 단계별 폐쇄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용중지 명령 유예에 맞춰 부칙 8조의 사육제한 특례도 함께 유예돼야 할 것이다. 

일시 전환 무리…단계별 추진을 

무허가 적법화는 중앙부처의 의지, 지자체의 협조와 축산농가의 노력이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서로 눈치 볼 시간도 없다. 적법화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야 할 시기다. 이러한 노력 끝에 우리 축산업이 한 발 더 선진축산으로 나아가 ‘당당한 축산업’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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