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격 적용기간 7개년으로 확장

정부가 추진하는 농산물 수급조절 대책에 현장 농민들의 입장이 반영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양파 수매를 위해 작업하는 모습.

“FTA 등 시장개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분야가 농업이며, 최근에는 이상기후로 인한 불규칙한 날씨로 농가들은 생산비 증가와 생산량 감소로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정부의 수급조절 대책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 적정한 시장가격 형성으로 농업인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농산물 가격은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 등락이 심하다. 특히 최근에는 이상 기후로 인해 산지 작황이 크게 좌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농산물 수급안정 대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수급안정 대책을 수정 보완해 오고 있다. 이 가운데 과거와 달라지고 개선된 수급안정 대책과 사업을 짚어 봤다.


심각단계 가격 예년·최근가격 등 감안해 현실화
하락구간 생산비 등 소득자료·최근 생산비 반영


▲농산물 수급조절매뉴얼 개정=정부는 농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 시행규칙에 따라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이하 수급조절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aT가 수급조절위원회의 사무국을 맡고 있다. 수급조절위원회는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을 위원장으로 농식품부, 기재부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농협을 포함한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단체, 학계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수급조절위원회에서는 △농산물의 품목별 수급상황 판단에 관한 사항 △농산물 수급안정 제도의 운영·개선 등에 관한 사항 △품목별 수급안정대책 추진에 관한 사항 등 농산물 수급정책과 관련한 자문 및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을 조정한다.

2013년 4월에 구성된 수급조절위원회는 지난해까지 총 37차례가 열렸다. 올해에도 지난 4월 6일과 6월 19일, 6월 28일 총 3차례의 수급조절위원회를 열고 양파·마늘 수급안정대책을 비롯해 이상기상 대응 수급안정매뉴얼 보완 검토, 배추·무 수급 전망 및 대책 등을 논의했다.

국내 농산물 수급조절 결정에 있어 바탕이 되는 것이 바로 농산물 수급조절 매뉴얼이다. 수급조절 매뉴얼은 2013년 수급조절위원회에서 합의를 통해 마련돼 배추, 무, 마늘, 양파, 건고추 등 5개 품목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품목의 수급상황에 대한 위기 판단 기준을 설정해 단계별 정책수단을 사전에 제시해 품목별 수급상황에 따라 선제적이고 예측 가능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이 수급조절 매뉴얼 가운데 일부 품목은 위기 단계별 또는 품목별 가격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하락시 심각단계의 경우 계약재배 하한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이 가격이 도매시장 보다 더 낮을 경우에 발동이 됐다. 실제로 양파의 경우 도매시장에서 최근 7개년 동안 8월 가장 낮은 가격이 상품 기준 kg당 550원 수준이지만 매뉴얼 상에는 500원으로 설정돼 있다.

이와 함께 매뉴얼에 포함된 5개 품목의 가격이 이상기후 등에 따라 급변하고 있지만 매뉴얼 상 개정주기가 3년으로 돼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안정 및 위기단계 설정을 위한 도매가격 적용기간을 확장해 현행 최근 5년~7개년을 최근 7개년으로 개정했다. 또한 상승시 심각단계와 하락시 심각단계의 가격이 비현실적일 경우 예년 가격과 최근 가격 등을 감안해 현실화했다. 특히 하락구간의 경영비, 생산비 등에 대해서는 농촌진흥청의 소득자료와 통계청의 생산비 최근 조사 결과를 자동 반영키로 했다. 여기에 매뉴얼 개정주기도 기존 3년을 원칙으로 하지만 매뉴얼이 수급상황 반영에 미흡할 경우에는 개정 기한 전이라도 변경을 추진키로 했다.

산지의 한 양파 생산자조직 관계자는 “그동안 하한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있었지만 현장의 의견이 반영돼 매뉴얼이 개정됐다”며 “앞으로 인건비 등 생산비에 민감한 부분들이 반영돼 현실에 맞도록 운영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통공사 농산물 유통 종합정보시스템 운영 주목
빅데이터·인공지능, ICT 기반 수요공급 관리 가능


▲수급사업 고도화=농산물 수급안정 사업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환영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한 통계가 기반이 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에 aT가 농산물 유통 종합정보시스템(이하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aT는 2016년 수급정보종합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농산물 생산·유통·소비 정보가 분산돼 있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급 예측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6년 12월 개정 농안법에 농수산물의 원활한 수급과 적정한 가격 유지를 위해 농수산물 유통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농안법 개정에 따라 aT가 농산물 분야의 전문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aT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ICT 기반의 수요공급 관리체계를 구축해 효율적인 정보 확산으로 민간의 생산자율조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농업인의 합리적 영농계획 수립 및 안정적인 영농활동 지원은 물론 농식품 소비 트렌드 변화를 고려한 적기의 수요 예측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종합정보시스템의 통계를 기반으로 선제적인 수급대책 수립을 위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aT는 올해 유통종합정보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실시하고 기존 수급정보시스템 데이터를 28개에서 43개로 확대하는 데에 이어 오는 2019년 국내 농산물 유통 종합관리센터를 설치·운영할 계획이다.

이은석 aT 수급기획부장은 “종합정보시스템 구축으로 작물의 파종부터 출하까지 모든 정보가 매뉴얼화 돼 공개될 것이다”며 “이를 통해 농산물 수급관리를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농산물 수급조절을 위한 대책이 보완되거나 정확한 통계 구축을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향후 수급조절 대책에서 가장 우선돼야 할 점은 역시 국내 생산자들의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민수 한농연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그동안 수급조절 대책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반영된 부분이 많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한다는 측면이겠지만, 앞으로는 국내 농산물 생산여건이나 기반 등이 고려되면서 생산자 입장이 반영된 수급조절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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