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기 친환경농축수산 유통정보센터장·논설위원

 

김영록 신임 농식품부장관이 지난 4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18대·19대 국회의원 시절에는 6년간 국회 농해수위 위원과 간사로 활동하면서 각종 농정현안을 두루 섭렵한 농업 전문가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농정행보가 더 기대된다. 농업계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청와대가 김 장관을 문재인 정부 초대 농식품부장관으로 내정하자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이 적극 환영한 것이다. 그만큼 많은 농업인들이 이번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의 농업 홀대를 청산하고 농업인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오기를 진정으로 고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 장관이 취임사에서 “이 자리가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지만 우리 농업·농촌이 대단히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되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힐 정도로 작금의 농업·농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쌀값 하락, 조류인플루엔자(AI)등 가축질병, 김영란법 파장, 시장개방 확대,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 가뭄 등 자연재해, 도농격차 등 만만치 않은 현안들이 산적하게 쌓여 있다.

우선 당장 시급한 것이 쌀 문제다. 쌀 재고량이 늘어나면서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수확기 쌀값 대란이 예고된다. 쌀은 농업의 최고 소득원이자 정치·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쌀값 회복에 모든 역량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수확기가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쌀값 안정이 김 장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김 장관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올해 신곡 수요를 초과하는 물량을 시장에서 조기 격리시키고 수확기 이전 사료용 벼 전환, 쌀 해외원조 등 쌀값 회복을 위한 모든 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밖에 AI,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매년 발생하면서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김영란법으로 농축산물과 화훼시장은 휘청거리고 있다. 가뭄에 이어 집중 폭우로 농작물 피해가 매년 발생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도 근본적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같은 산적한 과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 농정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쌀값, 가축질병, 자연재해 등 현재 제기되고 있는 핵심 농정 현안들은 결코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과거 농정에서 이미 쟁점화 됐고, 수많은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던 사안들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보다 근시안적인 대책마련에 머물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악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 새 농정수장의 취임은 새로운 농정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농정의 기본 틀부터 바꾸겠다’고 했고, 김영록 장관도 ‘농정 대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 정부에 대한 평가와 반성 없이는 농정의 기본 틀을 절대 바꿀 수 없으며 농정 대개혁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과거 농정에 대한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실행할 것을 주문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어떤 것을 새롭게 개혁해나갈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 그래야만 현재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적인 미래농업, 국민농업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초기 과거 정부와는 달리 소통을 강화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민생 행보에 나서면서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출발 자체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더욱이 농정 대개혁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농업인들이 바라고 있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결코 저버려선 안 된다. 농업인 누구나 환영하는 희망의 농정방향을 제대로, 확실하게 제시하고 실천함으로써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오랫동안 농업계에 기억에 남는 농정당국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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