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격 안정에만 급급…농산물수급정책 너무하다”

‘가뭄과 폭염, 폭우는 극복할 수 있지만 정부의 농산물수급정책으로 가격이 폭락하는 것은 농업인들도 어쩔 수 없다.’

지난 7일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강원도 정선군에서 개최된 한농연정선군연합회 하계수련대회에 참가한 농업인들은 시장에서의 인위적 수급조절을 통한 농산물가격 하락을 걱정했다. 불규칙한 날씨와 싸우며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생산비 증가와 생산량 감소를 감수해야하며, 이를 공급량 부족에 따른 가격상승으로 보장받아야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농업인들은 고민을 토로했다.

박근혜 정부 때 만들어진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는 무·배추·마늘·양파·고추 등 농산물가격 안정을 위해 활동하지만 농업인들 입장에서 보면 ‘농산물가격통제위원회’라는 것이다. 소비자가격 안정에만 신경 쓰고 생산자인 농업인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농업인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고랭지배추 재배 농가들에 따르면 이 조절위원회는 지난달 19일 경남 함양에서 2017년 제2차 회의를 갖고, 배추 2만5000톤, 무 7000톤을 여름철 수급조절용으로 확보해 탄력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추 2만5000톤은 산지출하단위인 5톤 트럭 5000대 물량으로 가격하락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농업인들은 지적했다.

실제로 봄 가뭄으로 물량부족이 예상되자 지난달 중순까지는 중간상인들이 상당량의 배추를 밭떼기 거래로 확보했지만, 이 계획이 발표된 이후로는 거래가 끊기고 가격도 하락했다고 농업인들은 설명했다.

날씨 등 생산여건 악화로 생산비 상승과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상승은 당연하다는 것이 농업인들의 주장. 농업인 김모씨는 “가뭄 때 1000㎡의 배추밭에 물을 한 번 주기 위해서는 5만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올해는 3번을 줬다”며 “전반적으로 생산비가 30% 정도 상승하며, 생산량은 각종 바이러스와 생장장애로 25% 정도 감소한다”고 밝혔다.

시간당 30mm가 넘는 순간적인 폭우로 배추밭이 유실되어 어린 모종을 다시 심어야하는 경우도 생산비상승의 원인이다. 가뭄과 폭우, 폭염 등 날씨가 불규칙하면 바이러스와 병해충 발생빈도가 높아져 방제에 따른 비용이 발생, 생산비증가의 원인으로 이어진다. 

특정 시기에 배추 출하가격이 30∼40% 올라도 생산자인 농업인들은 크게 남는 것이 없고 평년 수준의 소득이라는 것이다.

정부와 수급조절위원회는 이 같은 농업인들의 어려움은 무시하고 오로지 소비자가격 안정에 집중해 평년과 똑같은 수준의 농산물가격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수요공급에 따른 시장가격이 왜곡되고 그 고통은 항상 농업인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작황이 좋아 초과공급으로 시장가격이 폭락할 때는 정부와 수급조절위원회는 뒷짐을 지고 시장을 방치한다는 것이다. 

농업인들은 “FTA 등 시장개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분야가 농업이며, 농산물가격이 국민들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은데 정부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문제다”라며 “불규칙한 날씨로 인한 생산비증가와 생산량감소에 따른 적정한 시장가격 형성으로 농업인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선=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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