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연대보증으로 인해 파산을 맞았다가 5년여 만에 법원으로부터 면책을 받고, 이후 10년가량 재기의 노력 끝에 중앙정부의 정책사업 지원대상자로까지 선정된 지역의 한 농업인이 과거 파산 기록으로 인해 사업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 정책사업 지원 대상자 선정 불구 과거 기록에 중단 위기
‘면책 받아도 채무 없어진 것 아니다’ 내부 규정 탓…개선 시급


면책을 받아도 채무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면서 이런 경우 신용보증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이하 농신보)의 내부규정 때문인데, 파산을 했더라도 재기의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된 게 면책제도라는 점을 놓고 보면 현행 농신보의 내부 규정이 이와 정면충돌 하고 있다. 개정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지난 2002년 연대보증으로 인해 파산을 신청했던 한 농업법인 대표 A씨는 2007년 법원으로부터 면책을 확정 받았다. 이후 A씨는 지난 2008년 친환경농업법인을 설립하고, 이어 지난 2015년에는 과수와 채소부문에서 종자업 등록을 하는 한편, 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부터 고구마와 딸기 무병묘 생산 기술이전까지 받아서 농식품부로부터 올해 종자산업 기반구축 사업자로 선정까지 됐다. 무려 10년간 재기를 다져온 것.

해당 사업은 국비와 도비, 그리고 시군비와 자부담 등을 통해 우수종묘 증식보급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사업으로 올해 사업이 집행되는 사례. 특히 해당 기술을 이전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기술평가에서도 기술경영능력과 기술성, 시장성 등에서 적격판정을 받았다.

또 영농법인의 재무재표와 금융기관의 사전신용평가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서류를 정부사업 신청 당시에 제출했고,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정부 사업대상으로 선정된 터라 A씨는 사업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무병묘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런데 정작 정책자금을 받기 위해 농신보에 신용보증을 신청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금지원을 받기 위해 농신보의 신용보증을 받으려고 했지만, 정작 농신보가 A씨의 과거 파산 전력을 문제 삼으면서 신용보증을 해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자체 운영규정 때문. 농신보 관계자는 “과거 기금에서 대위변제를 하게 한 자 및 그 연대보증인으로서 구상채권을 회수하지 못 한 자에 대해서는 신용보증을 할 수 없도록 내부규정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채무면책 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채무 자체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농신보로부터 신용보증을 받으려면 면책 이전에 있던 채무를 변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의 면책결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농신보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하다는 것.

당장 A씨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진행하던 사업도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A씨는 “당시 연대보증으로 인한 연체이자율이 20%가 넘는 상황에서 이기지 못해 결국 파산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고, 또 농업인이기 때문에 지역 농협금융과 농신보를 이용하는 게 필수적인데 파산기록이 있다고 신용보증을 해 줄 수 없다고 하면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농업인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면서 “이는 면책을 통한 제기의 기회를 주겠다는 정부와 법적 판단에 반하는 것”라고 말했다.

농신보의 도입목적은 ‘담보능력이 부족한 농림수산업자 등의 신용을 보증함으로써 농림수산업에 필요한 소요자금을 원활하게 마련할 수 있게 해 농어촌 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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