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석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농업인의 소득증대는 생산비용 절감이나 제품 차별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생산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품종은 생산성을 높인 범용적인 품종이기 때문에 결국 가격이 시장의 성공여부를 좌우한다. 가령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해 저장성이 뛰어난 과일은 모든 소비자 및 유통업자가 선호하지만, 이러한 특징을 가진 과일은 모든 산지가 선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품종은 결국 가격경쟁으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공급이 부족한 경우에는 이처럼 범용적인 품종 개발이 효과적이다.

신품종의 성공적 정착 위해

한편 제품 차별화는 공급이 과잉상태인 경우에 유용한 방식으로 신품종을 차별화 상품으로 활용한다. 이때 시장에 판매되는 신품종 농산물은 품종 고유의 특성만이 아닌 지역적인 특성까지 결합된 농산물일 때 그 효과가 더욱 커진다.

농업 현장에서는 차별성이 있는 신품종 농산물에 고단가를 기대하고 적극적으로 도입했지만 좀처럼 판매에 성공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신품종 농산물이 시장에서 실패하는 원인은 신품종의 활용방법 등에 대한 정보부재 등 정보전달 방식의 문제점과 다수의 농가가 소량 분산출하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간 유통업자는 국산 품종의 시장성에 대한 검증된 자료가 없어, 쉽게 ‘시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이것이 유통업자가 쉽게 신품종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별화된 판매전략이 중요

차별적인 신품종은 단순히 판매촉진을 잘 하는 것만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농업 현장에서는 신품종의 희귀성에는 주목하면서도, 틈새 상품(기존 상품으로는 충족되지 못하는 수요를 목표로 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차별화 된 판매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별화된 신품종 농산물의 판매 전략을 구성하는 것은 △목표로 하는 소비자층의 설정과 △신품종의 판매방법(판로, 판매시기, 포장, POP광고)을 설정한 다음 △시장에 대한 신품종에 대한 정보(품종육성경위, 품종의 특성, 맛있게 먹는 방법 제안 등)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품종의 용도별(가정용과 가공·업무용)로 판로개척 방식도 달라야 할 것이다. 우선 가정용으로 소비되는 농산물은 다양한 계층의 수요자가 집중되는 도매시장을 중심으로 신품종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 조기에 시장에 정착시키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이는 초기에 신품종을 특정 계층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계층에 노출시키기 위함이다. 즉 다양한 수요층에 대한 접근가능성을 열어두지 않은 채 특정 소매점과 독점적인 거래를 인정하게 되면 당해 소매점의 취급량 이상으로 산지확대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에는 수량이 적기 때문에 분산출하보다는 특정 도매시장에 집중적으로 출하해 점유율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 특히 대부분의 신품종 농산물을 도입한 농가는 소량만을 시험적으로 재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생산자 조직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한편 가공·업무용 품종은 도매시장과 같은 개방적인 유통경로보다는 특정 업체와 연계한 시험 판매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는 가공·업무용 품종은 신품종을 활용한 신상품 개발 및 그 시장성 여부가 가공·업무용 품종 보급의 성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주체 간에 관계 특정적 자산 투입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대한 시험연구기관과 실수요자 간의 협조관계가 구축되기 쉽다.

차별성(희귀성)이 큰 틈새 상품은 대량생산·대량유통을 취하는 일반상품과 달리 초기에 그것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나 용도가 한정된다. 따라서 동일한 생산 및 판매방법, 판매처 선정과 판매촉진 방식을 통해 판매를 확대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렵다. 틈새상품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품종의 특징을 의식하고 자신들의 판매능력에 맞는 품종을 선택하고 △품종의 이용방법을 목표 고객에게 정확하게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신품종의 성공적인 시장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을 세분화하고(Segmentaion), 목표 시장을 설정하고(Targeting), 목표 고객의 수요특성을 고려한 상품화·마케팅 전략을 구축하고 이것을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활동(Positioning)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마케팅적 시점에선 신품종의 보급·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사회과학적 지식과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

생산자 조직화도 필수사항

신품종 개발과 보급에 있어서 요구되는 기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마케팅 조사방법을 활용해 신품종 관련 품목의 시장동향 분석, 실수요자의 수요 분석, 생산자의 수요 분석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역할이다. 둘째로 신품종 도입 농가와 실수요자와의 의식과 정보의 괴리를 확인하고 상호에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서로간의 이해를 촉진시키는 역할이다. 셋째, 실수요자의 수요 분석, 농업정책의 분석 등을 통해 생산자와 가공업자 모두 상생관계를 구축하는 역할이다. 넷째, 신품종의 생산에서 가공판매까지 일련의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해 산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과학적 시간이 편의에 따라 취사선택되는 영역이 돼서는 안 된다. 시장 조사결과를 통해 신품종의 문제점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견되었는지를 먼저 찾으려고 하는 자세가 신품종의 시장정착 및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지름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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