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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의 시선]개념 혼란 시대의 농업과 협동조합이상길 논설위원·한국농어민경제연구소장
   

“도시에 핀 행복농장. ICT(정보통신) 첨단 무농약 수경재배. 스마트팜. 명품 건강식. 도시농업 창업, 취약계층 일자리창출, 체험학습도 가능합니다.” 서울 시내에서 산양삼 새싹을 길러서 팔고 있는 한 사업체가 자신들의 사업을 소개하는 문구다. 요즘 유행하는 좋은 말은 다 들어갔다. 심지어 이 업체의 이름은 버젓이 협동조합이다.

헌데 도시농업 창업이라니?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농업에 텃밭 수준이 아닌 식물공장을 자꾸 끼워 넣으려 하면서 도시농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판에 아예 도시농업으로 창업을 하자는 업체까지 등장한 것이다. 농촌이 아닌 도시 한복판 건물에서 땅과 햇빛이 아니라 시설로 영위하는 농업, 농민은 없고 창업자와 투자자, 임금 노동자에 의해 운영되는 사업이. 그것도 협동조합이라는 사회적경제의 형식을 빌어서, 취약계층 일자리를 내걸고. 이래서는 농업도, 협동조합도, 사회적경제의 개념도 영역도 혼란스럽다.

식물공장은 농업이 아니다. 따라서 식물공장이 도시농업이란 말도 넌센스다. 도시농업의 의미는 농사체험을 통해 식량안보, 생태환경, 농촌경관, 전통문화 보전 등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알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농이 연대하는데 있다. 자신의 땅을 지키며 스스로의 노동으로 국민의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이 아니라 자본과 노동자의 관계로 움직이는 식물공장은 농업이 아니라 그냥 공장이다.

식물공장은 ICT니, 첨단이니, 미래니, 4차산업 혁명이니 하는 업체들의 이익을 보장할지는 모르지만, 사업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수익금을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와 일자리에 쓰겠다고 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분야 제1호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유명세를 탄 부산의 한 식물공장은 수익을 못내 중도에 위탁운영자가 바뀌고 핵심시설도 버섯생산으로 전환했다. 판로와 경영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아무리 협동조합이라 한 들 도시주민들이 식물공장을 성공시키기 어려운 증거다.

식물공장을 도시농업이라고 끼워넣는 넌센스는 농업의 주체인 농민, 농업의 공간인 농촌(지역)을 보지 않고 농업을 산업으로 보는 관점, 그래야 이익을 얻는 세력들이 끊임없이 시도해 오는 일이다. 30년 동안 지켜온 대학교수 직을 던져버리고 고향인 양양으로 귀농해 친환경 농사를 실천하고 있는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는 “산업으로서의 농업만 생각하고, 자동차 전자제품처럼 상품으로서의 농산물만 있을뿐 농민이 없는 농정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일갈한다. 그는 짐 로저스가 ‘미래에 한국에서 농업이 유망하다’고 하자 정부가 미래성장산업 육성이라며 나섰던 것을 두고, “돈을 버는 주체가 농민이 아니라 자본이고, 일부 엘리트 농민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농업이 성장산업이라고 호도하지 말고, 안전한 식량의 안정적 확보, 농업의 다원적 가치, 농민의 소득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농정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의 개념이 혼란스런 시대, 문재인 정부가 명심해야 할 금언이다.

마침 7월1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날이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2016년까지 1만640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그러나 취지와 방식이 좋다고 협동조합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설립 이후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조합은 전체의 55.2%이고, 설립된 협동조합 가운데 44.5%는 수익모델 미비 및 영세성으로 휴폐업 상태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기술과 사회발전에 따라 사업모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협동조합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투자와 배당의 대상이 아니라 조합원의 공동목표를 위한 참여와 이용이란 원칙에서 벗어나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득세, 소농과 가족농의 위기 등 농업환경의 악화를 고려하면 농민이야 말로 사회적 약자로서 폭주하는 자본에 대항하기 위해 제대로 된 협동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농협은 농민이 조합원인 협동조합이지만, 지난 60여년 동안 ‘조합은 농민 위에, 중앙회는 조합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민이 살만해 지려면, 농정을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직불제 중심으로 바꾸고,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하는 농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농정이 바뀐다 해도, 농민의 자조조직인 농협이 농민의 협동조합으로 개혁돼야만 한다. 윤석원 교수가 제시하는 간단한 개혁방향이 마음을 울린다. “농민에게 미래농업이니 6차산업이니 하지 말고, 농민은 농사만 잘 짓게 하면 되도록 하고, 농협은 유통을 잘하면 돼요. 기자는 기사 잘 쓰 면 되고. 그게 개혁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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