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 1++등급 1kg 70달러에 공급 제안 탓 수출단가 인하요구 빗발

경매가격에 기타비용 10% 더한 하한가보다 더 낮아
수출량 늘었지만 “가격 더 내려가면 의미 없어” 우려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대 홍콩 한우 수출이 우리 농산물 수출업계의 고질병인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 및 저가공급에 벌써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뒤늦게 한우 수출에 뛰어든 일부 업체가 수출 최저 기준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홍콩 바이어들에게 제안을 넣으면서 정상적으로 수출을 진행 중인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다수의 한우 수출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일부 업체가 홍콩 현지 바이어들에게 1++등급 한우를 1kg 70달러 수준에 공급하겠다는 견적서를 보내면서 나머지 국내 수출업체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저가수출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업체는 오랫동안 우리 농식품 수출 업무를 진행해 온 ‘ㅇ’사로, 이 업체로 인해 현지 바이어들에게 대다수 한국 수출업체들이 그동안 폭리를 취한 것으로 비춰져 수출 단가 인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현재 한우 수출 규정에는 전국 한우고기 부분육 경매가격에 국내 운송비 등 기타비용 10%를 더한 금액을 수출 하한선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한우 수출을 컨트롤하고 있는 한·육우수급조절협의회 한우수출분과위원회가 지난해 과당경쟁으로 인한 저가공급 예방 등을 위해 설정한 것이다. 최근 한우 1++등급 부분육(등심, 안심, 채끝) 국내 평균 시세가 1kg 7만6000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8만3000원 이상에서 수출 가격이 형성돼야 한다. ㅇ사가 홍콩 바이어들에게 제시한 금액은 수출 하한가와 비교해도 3000원 이상 낮은 가격. 그러나 대다수 한우 수출업체들이 국내 한우 농가 장려금과 수의사 채용 비용까지 기타 제반 비용을 고려해 수출가격을 9만5000원 이상으로 책정하고 있어 실제로는 1만5000원 이상 격차가 벌어진다.

이 같이 홍콩 수출 분위기가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가자 한우수출분과위원회는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 제2축산회관 회의실에서 한우 수출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우 저가공급에 대한 대응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조규용 태우그린푸드 상무는 “저가로 제시된 가격은 잘못 책정된 금액이라는 설명을 해줘도 홍콩 바이어들의 반발이 워낙 심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많이 내려준 상황”이라며 “일시적으로라도 신규 수출업체들이 저가공급을 하게 되면 한우의 이미지와 한국 업체들의 신뢰 구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상무는 이어 “6월 중순까지 한우 수출실적이 약 25톤 수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큰 폭으로 늘었으나 이는 정상적으로 공급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승민 축림 상무 또한 “바이어들이 지속적으로 수출 단가 인하를 요구해 이대로 가면 결국 6만원대까지 수출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한우를 수출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우수출분과위원회는 실제 저가수출이 이뤄질 경우 한우 수출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먼저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로 했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유통사업국장은 “해당 업체에 공식 문서를 보내 한·육우수급조절협의회가 열리는 오는 30일 전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하고 그 결과를 협의회 회의에서 보고하겠다”며 “그 때까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수급조절협의회 및 수출분과위원회 차원에서 저가수출업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자”고 언급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