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산 계란이 빠르면 6월 말에서 7월 초에 수입돼 식당이나 난가공업체 등에 저렴한 가격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달 말~7월 초 국내 반입, 식당·난가공업체 등 식자재로 판매 계획
국산의 반값 불과…양계협회 자급률 하락 우려 원산지표시 강화 촉구


정부가 연일 고공행진 중인 국내 계란 가격 안정화를 위해 태국산 계란 수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태국산 계란이 6월말에서 7월초 사이에 국내에 수입돼 식당과 난가공업체 등에 식자재로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산란계 업계는 국내산에서 태국산 계란으로 식자재 전환 속도가 가속화돼 계란 자급률 하락을 우려하며 정부에 원산지 표시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태국산 계란 수입 진행 상황은=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일 태국 정부와 수입위생요건 및 수출위생증명서에 대한 협의를 마무리하고, 태국산 식용란 수입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국내 계란 수입 업체들이 태국산 계란 수입을 위해 현지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태국 산란계 농장과 가계약을 맺은 한 계란 수입 업체 대표에 따르면 태국산 계란을 올해 연말까지 매주 4~5만판을 선박운송으로 수입해 식당이나 난가공업체에 식자재로 한 판(30알)당 4500~5000원선에 판매할 계획이다. 태국산 계란의 납품가격은 현재 국내산 계란 납품가격인 8000원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태국산 계란 수입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 태국산 계란을 국내로 수입하려면 태국 정부로부터 GAP 또는 HACCP 등의 위생관리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과 작업장만 가능한데, 현재 태국에는 수출 작업장으로 등록된 작업장이 2곳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계란 수입 업체들은 해당 작업장을 통해 계란을 구매하거나, 타 농장에서 계란을 구매해 인증 작업장에서 검란과 선별, 포장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추가돼 적정 수입 시기를 놓치거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 해당 업체 대표는 “미국산 계란이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지 못한 사례가 있어 태국산 계란을 수입하면 대부분 식당이나 난가공업체에 판매할 계획”이라며 “납품 예상 가격이 국내 가격의 절반 수준이라 식당과 난가공업체들의 호응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샘플 검사와 행정적인 절차를 해결하면 빠르면 6월 말에서 7월 초면 국내에 태국산 계란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내 식자재 시장 잠식 가능성 높아=업계에서는 태국산 계란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식당이나 난가공업체의 경우 계란의 안정적인 공급을 가장 우선시하는데 현재 국내산 계란이 가격도 높을뿐더러 안정적인 공급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원산지를 중요시 생각해 식당이나 난가공업체들이 계란 가격이 비싸더라도 국내산 계란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 AI 여파로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태국산 계란이 안정적으로 공급된다는 전제 하에 상당수의 식당이나 난가공업체들이 국내산 계란에서 태국산 계란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대한양계협회는 이 같은 태국산 계란으로의 식자재 전환 움직임이 보이자 자급률 약화와 내년 초 공급 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AI 발생의 여파로 일시적인 계란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는데 생산기반이 회복되는 올해 말에는 태국산 계란의 재고와 맞물려 국내산 계란의 가격 폭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번 저렴한 가격에 수입된 계란의 경우 지속적인 수요로 인해 국내 계란 자급률 하락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양계협회는 소속 산란계 농가들에게 계란 가격 인하를 촉구하고, 정부에 태국산 계란의 원산지 표시 점검을 강화해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상목 양계협회 부장은 “태국산 계란이 수입되면 식당이나 난가공업체가 가격이 저렴한 태국산 계란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국내산 계란 자급률의 하락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식당과 난가공업체를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 점검을 강화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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